<문득-6>

정관수술의 추억

by 최희철

<문득-6>

정관수술의 추억

1998년 민방위교육장에서 정관수술을 신청하였다. 아마 막바지 산아제한 기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인구정책은 상당히 잘못되었다. 내가 아는 지식으론 한창 산아제한에 열을 올리던 1980년부터는 오히려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전환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수영구 보건소 담당자가 말하길 정관수술은 아주 간단한 수술이며, 단 5분 만에 끝나는 수술이라고 하면서 아내와 자신을 위해 5분만 투자하라면서 신청자를 모았다. 두당 수당을 받는 모양이었다.


신청자 6명은 봉고를 타고 지체 없이 보건소로 향했다. 교육장에서부터 보건소까지 2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그동안 질문의 대부분은 ‘아프지 않냐?’ 혹은 ‘아프다면 어느 정도 아프냐?’가 전부였던 것 같다. 난 그런 질문들이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면 얼마나 아플 것이며 정녕 아프다 한들 기껏해야 5분인데 그것도 못 참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생식에 대한 중대 결심을 한 사람들이 말이야.

나 역시 둘째를 낳고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내린 중대 결정이었다. 여유 있게 봉고를 운전 하던 담당자는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걸 강조했고, 단 5분이면 시술이 끝난다는 걸 다시 이야기하면서, 의사 선생님은 이미 1,000회 이상 수술을 하신 분이라 신속하고 안전하다고 했다.

드디어 봉고는 보건소에 도착했다. 옷을 갈아입고 손과 성기를 씻는 과정이 있었다. 그때까지도 지원자들은 긴장이 풀리지 않는지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다. 그때였다. 담당자가 강조하듯 갑자기 강한 어조로 말했다.

“단 5분입니다. 여러분은 남자이고 가장입니다. 5분은 사람을 꺼꾸로 매달아 놔도 견딜 수 있는 시간입니다. 단 5분! 그리고 수술할 땐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의사 선생님이 놀라 실수 하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옆에 있는 대기자가 놀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당자의 갑작스런 경고성 멘트에 지원자들은 놀라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프기에 꺼꾸로 매달아도 견뎌야 하는 5분이라고 할까. 그리고 소리를 내지 말라니 무슨 개소린가?”

이윽고 우리 모두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6개의 수술대가 있었다. 의사는 보이질 않았고 담당자가 차례대로 수술대에 누우라고 했다. 나는 놀랐다.

‘서서 하는 간단한 시술이 아니었나?’


수술대에 눕자 간호사가 들어와 얼굴을 수건으로 덮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의사가 들어왔는지, 수술이 언제 시작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수술 도구가 딸그락 거리는 소리로 주변 움직임을 짐작하였을 뿐이다. 얼굴을 가린 채 난 두 번째 수술대에 누워 있었다.


마침내 첫 번째 지원자의 수술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 아주 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신음 소리는 계속 되었다.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그때 담당자의 질책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어허 이 사람 왜 이래. 소리를 지르지 말랬는데. 이러면 옆에 사람이 놀라요. 그리고 선생님이 수술을 할 수가 없어요!”


그의 질책에 신음 소리가 줄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수술은 정말 5분 정도에 끝나는 것 같았다. 첫 번째 수술이 끝났으니 다음은 내 차례였다. 첫 번째 지원자의 고통스런 신음 소리 때문에 약간 겁이 났다. ‘수술이고 지랄이고 일어나 집으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그락 거리는 수술도구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 왔다. 차라리 눈을 질근 감았는데 이상하게 딸그락 거리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나를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수술 대상자는 내가 아니라 세 번째 지원자였다.

얼굴이 덮여 있으니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옆의 지원자는 소리를 일체 내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러자 첫 번째 지원자가 간단한 수술인데 유난스런 반응을 했다는 의심이 들기도 했고, 지금 조용히 수술을 받고 있는 지원자의 반응이 정관수술의 보통 모습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수술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 가려진 수건 사이로 눈알을 돌려 그를 훔쳐보았다. 그는 손으로 자기 옷을 쥐어뜯으며 통증을 참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아, 좆 나게 아픈 모양이다. 이거 진짜 수술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나의 차례가 되었다. 아랫도리 부근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있을 때부터 긴장되었지만, 예상과 달리 마취주사는 아프지 않았다. 그 때문에 긴장을 잠시 늦춘 순간 아랫배 쪽에서 뭔가를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정관을 당기는 것인가, 나는 아픔보다는 온 몸이 자석에 붙어 버린 것처럼 당기는 쪽으로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나중에 몰려 올 통증에 미리 겁을 먹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쳐 버렸다. 갑자기 상체를 일으켜 버린 나도 놀랐지만 의사뿐 아니라 담당자도 놀란 모양이다.

“아니 이 사람이 일어나면 우짜란말인교, 이런 사람은 또 처음이네.”

담당자는 당황하여 나의 상체를 밀면서 눕히려고 했으나 쉽게 눕혀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의사는 잽싼 솜씨로 수술은 끝낸 것 같았다.

모두의 수술이 끝나고 담당자는 수고했다면서 보름동안은 부부생활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특별히 나에겐 보름 후 다시 와서 검사 받으라고 했다. 수술 중 중간에 상체를 일으켰기 때문에 혹시 잘못되었을 수도 있으니 재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난 다시 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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