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파리를 말하다.
예술의 도시, 문화의 도시 등등 파리를 대표하는 수식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내가 기억하는 파리는 예술과 문화 이외에도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형형색색의 모자이크 같은 도시이다.
룩상부르크 공원 내 공중 화장실에는 특이하게도 아이들을 위한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어른들과는 다르게 자주 화장실을 찾고 오래 참지 못하는 꼬마들을 위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어린아이도 한 개인으로서 존중받는 배려심을 느낀다.
파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흔한 풍경.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는 사람들. 그들의 여유가 늘 부럽지만 나에게는 아직 어색한 파리지앵의 휴식법. 나도 언젠가는 이런 호젓한 사치를 누려 보리라 다짐한다.
우디 알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마지막을 장식하는 비 오는 날의 파리.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보다 가까이 존재하는 현재가 아름답다”는 그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는 비 오는 날 파리가 뿜어 내는 묘한 회색빛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조카들과 함께한 이번 여행에서 나는 새로운 예술 작품을 발견한다. 7살 배기 꼬마는 파리의 지하철 역 표로 딱지를 만들었다. 그 흔한 소재로 만든 딱지도 파리에서는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내가 파리를 처음 여행했던 25년 전 루브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스타그램이 만들어 낸 풍경. 파리 곳곳에 위치한 유명 건축물들과 예술 작품들은 이제 BTS가 부럽지 않은 슈퍼스타가 되었다.
브라세리가 없는 파리는 미완성의 도시이다. 파리지앵이 삼시 세 끼를 해결하고 디저트와 술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백반집처럼 프랑스인이 원하는 모든 메뉴가 가능한 곳. 커피 한 잔과 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웨이터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웃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으며 소위 “서로 아는 사이”를 만들어 가는 파리식 네트위킹이 이뤄지는 곳이다.
파리의 민낯을 보는 즐거움은 언제나 반갑고 놓치기 싫은 순간이다. 다음번 올 파리에서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