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중국의 젊은 부자들,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흔히 아는 전래동화에 나오는 청개구리는 평소 엄마 말을 잘 듣지 않고 그 반대로만 행동하여 결국 엄마가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청개구리"는 통념에 따른 행동을 하지 않아 미움을 받거나 실패를 경험하는 부류를 일컫는다. 그러나 책 "중국의 젊은 부자들,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에서 내가 만난 청개구리들 - 중국의 젊은 부자들은 "엄마의 말"로 비유되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여 성공하고 심지어 그 흐름도 바꾸어 놓아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나이와 연공서열이 성공의 발판이 되는 한국에서 태어나, 조직의 룰이 개인의 능력보다 중요시되는 일본에서 일하는 나에게 이들의 청개구리식 성공 방정식은 매우 흥미로운 공부 대상이었다.
지난 11월 14일은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일이었다. 어김없이 한파가 찾아왔고, 늦잠 자서 경찰차에 신세를 지는 학생들이 뉴스거리가 되는 것도 여전했다. 20여 년 전 수능생이었던 나도 2019년의 수능생들도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모른 채 오로지 높은 수능 점수를 찾아 올인했다. 대학교만 잘 간다고 좋아하는 일을 구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삶을 이루기 위한 "직업 탐험"이 수능과 같은 필수 코스라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우리 사회는 '취미가 직업으로 연결되어 성공을 누리는 덕업 일치'를 부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젊은 부자들은 일에 미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몸소 증명했다. 수능을 보고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졸업을 하고 취미와는 거리가 먼 회사에 취직해서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에 기대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는 반대로 그들은 어릴 적부터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직접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며 꿈을 키운 사람들이었다. 심지어는 안정적인 직장도 그만두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열정을 쫓아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최초의 폴더블 폰을 만든 로욜의 창업자 류쯔홍은 IBM에서 촉망받는 엔지니어였다.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버리고 그가 선택한 일은 "창업"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혁신적 기술을 통해 해결하는데 열정이 넘치던 그는 어느 날 "왜 디스플레이는 평면의 사각형이어야 하는가? 얇고 가벼울 수는 없을까? 곡선일 수는 없을까? 종이처럼 둘둘 말거나 접을 수 없을까?" 하는 의문점을 갖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꿈을 좇는 열정은 초인적 힘을 발휘한다는 이 책의 문구처럼 그는 남들은 18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을 6년 만에 해 치우며 세계 최초의 폴더블 폰 개발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몇 년 전 세계적 컨설팅 그룹 맥킨지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메가시티 (Megacities) 우선 공략”이라는 콘셉트를 발표하여 재계의 많은 관심을 얻었다. 중국 전체를 공략하기보다 북경, 상해와 같은 큰 도시에 사업의 역량을 집중하면 고효율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중국 시장은 정말 큰 시장이다. 같은 나라라고 하지만 지역별로 소비자 행태가 천차만별이기에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외국기업들은 물론 중국 토착 기업들조차도 중국시장 전체에 대한 인사이트가 부족하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대도시 이외 소위 세컨드 티어 (2nd tier), 써드 티어 (3rd tier)라 불리는 도시들의 물류망은 대도시의 그것과 많은 차이를 보여 메가 시티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컨설팅 회사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차 업계의 하워드 슐츠’ 녜윈천은 경영 전략의 구루(guru) 맥킨지 사의 말을 그냥 ‘귓등으로 흘려 들었다’. 인구가 작은 도시 창먼에서 창업을 한 그는 “외지인이 적고 유동인구가 적어 입소문을 내기에 안성맞춤”이라며 메가시티 전략의 설득력을 보기 좋게 불식시켰다. 유동인구가 많은 북경과 상하이 같은 곳은 사업 시작 시 일시적인 뉴스거리를 만들어 볼 수 있으나, 단골손님을 만들어 제품의 경쟁력을 테스트하는 것은 어렵다. 두 번째 샵의 오픈도 '북경 다음 상하이'라는 전형적인 확장 루트를 벗어나, 1호점의 입소문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소도시에 2호점을 오픈했다.
나도 중국에 내가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브랜드의 오프라인 샵 오픈을 추진했던 적이 있다. 경영 컨설턴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추진하는 론칭 전략은 맥킨지 사가 역설하는 메가시티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었다. 상해, 북경을 염두에 두고 추진했던 사업 계획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린 부동산 임대료와 매장 운영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해 온라인 샵을 우선 시행하는 것으로 선회되었다. 우리가 만약 녜윈천 같은 청개구리 전략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의 중국 내 우리 브랜드의 입지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다수의 중국의 젊은 창업자들은 '흑수저'로 태어났다. 중국의 토종 브랜드 위니팡의 CEO 다이웨펑은 "가난이 자신을 사업가로 키웠다"라고 말한다. 그 유명한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도 '실패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공으로 중국에는 맨땅에 헤딩해서 자기 손으로 일군 사업으로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졌다.
한국 땅의 흙수저들은 어떠한가? 일본 식민지 시절과 한국 전쟁으로 무너진 계급사회는 학벌과 부모의 재력을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계급이 형성되었고, 좋은 학교와 부자 집안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없이 태어나면 인생에서 성공과 행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일하는 일본도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할 만큼 오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지만 큰 조직에서 평생을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여긴다. 한마디로 "소확행"을 제일로 치는 사회이다. '돌다리도 두둘여 보고 건너는' 신중함의 대명사인 일본인들이 추진력과 실천력, 여러 번 망해보기로 대표되는 중국의 젊은 창업자들의 자세를 배우고 일본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바이두의 설립자 리옌홍도 그의 조언자였던 아내의 말 한마디에 창업을 하게 되었다. 그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한 엔지니어였다.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 아래서 그는 정원 가꾸기 같은 소일거리를 즐기는 안락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갑자기 정원을 망가뜨리며 소리쳤다.
"당신은 캘리포니아의 농부가 아니라고!"
중국의 젊은 부자들은 그들의 롤모델로부터 보고 들어 얻는 배움을 사업에 적용했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떠난 후 후판 대학을 설립하여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자가 되었다. 위니팡의 다이웨펑의 성공 뒤에는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이라는 조언자가 있었다.
곧 40대에 들어설 나에게 요즈음 고민이 많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어떤 일을 하면 오랫동안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한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꿈에 그리던 일을 찾았는데 그것을 해 낼 수 있는 내 실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등등. 이 책에 소개된 중국의 젊은 부자들의 청개구리적 성공 방식들은 나에게 마윈과 레이쥔, 리옌홍의 아내 같은 조언자나 다름없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에 있는 많은 청장년층에게 ‘뜬구름 잡는’ 식의 허황된 꿈이 아닌, 창업을 필두로 한 구체적 성공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오랜 경기 침체와 정체된 사회 분위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남들과는 다르고 통념과는 반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희망을 품게 해 준다.
차가운 이성에 어필하는 경영/경제 관련 서적임과 동시에, 마음도 채워주는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