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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Jun 06. 2021

기억하고 싶은 인어공주의 세계

인어공주를 떠올리면 이미지는 물고기 꼬리가 있는 익숙한 형상이, 성격은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순정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인어공주>를 다시 읽으면서 그녀의 다른 모습들을 만났습니다. 인어공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스스로의 모습을 선택하여 도전하는 모험가였습니다. 기억하고 같이 나누고 싶은 인어공주의 세계를 표현하였습니다.


#1. 인어공주의 태양을 닮은 정원

인어공주들은 저마다 정원을 가꾸었습니다. 고래나 인어 모양으로 가꾸는 언니들과 다르게, 막내 인어공주는 화단을 태양처럼 아주 동그랗게 만들었으며 태양처럼 붉게 빛나는 꽃들만 심기를 원했습니다. 땅 위의 세상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호기심이 그대로 표현된 정원을 상상해보고 싶었습니다. 



#2. 도전과 이별을 앞둔 인어공주의 마음

인어공주는 마법의 약을 먹고 다리가 생기면 날카로운 칼 위를 밟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영원히 가족을 떠날 참인 인어공주는 작별 인사도 못하고 그저 정원에 들어가 언니들의 화단에서 꽃 한송이씩을 가지고 나와 물 위로 올라갑니다. 살아온 세계를 완전히 떠나 큰 고통이 기다리는 곳으로 혼자 떠나는 이 장면이 그녀의 용기와 결단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3. 인어공주에게 어울릴 신발

구두장이의 아들이었던 안데르센은 인물들이 발에 신는 것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인어공주>에 신발에 대한 묘사는 없지만, 인어공주에게 어울릴 신발을 상상해보고 싶었습니다. 인어공주는 날카로운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아도 계속해서 춤을 춥니다. 발에서 흐르는 피를 모두가 보아도 그저 웃으며 높은 구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갑니다. 왕자를 따라나설 땐 시동의 옷으로 남장을 하고 말을 타기도 합니다. 고통을 인내하며 갈망하던 세계를 걷고 뛰고 춤추며 탐구하는 열정에 어울리도록, 화려한 태양이 그려진 신발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4. 공기의 정령이 된 인어공주

잘 알려지지 않은 진짜 결말에서 인어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게 아니라 공기의 정령이 되었습니다. 300년간 시원한 바람과 꽃향기를 가져가 휴식과 치유를 전해주며 좋은 일을 다 해내면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안데르센은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인어들은 우리보다 더 괴로움을 겪는다고 설명하는데, 인어공주가 난생 처음으로 눈에 차오르는 눈물을 느끼면서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동화로서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 결말이 잘 알려져있지 않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왕자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불멸의 영혼을 얻고자 땅 위의 세상을 꿈꿨던 인어공주가 스스로 소망을 이룬 결말이 많이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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