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긴장으로부터.

빠르게 돌아가는 삶이 가져다준 변수

by 차잇점


“ 평소에 긴장을 많이 하시나 봐요. 몸이 전체적으로 단단하게 굳은 느낌이에요. “

“ 목과 어깨에 힘을 툭 빼고 천천히 동작해 보실게요. “

“ 본인은 몸에 항상 긴장을 많이 하니까 의도적으로 여유를 찾는 습관을 가져야 운이 트여! “


첫 문장은 담에 걸려 재활 치료를 받았을 때,

그다음은 처음 원데이 요가를 배우러 갔을 때,

마지막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주집 아저씨가 내 만세력만 보고 처음 뱉은 말이었다.


내 몸의 긴장은 도대체 어디에서 발생했으며, 나는 왜 지속적으로 시간과 마음에 쫓겨 살았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나의 직무 특성과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성미 급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먼저는 나의 일,

비서의 업무 범위는 아주 무한하다.


기업에 따라 혹은 함께하는 상사에 따라 업무 체계가 천차만별인지라 '이게 정답입니다.'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기본적인 스케줄링부터 의전, 리스트 관리, 출장 지원, 보고서 및 회의록 작성, 개인적 업무 처리 등 상사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세워 빠르고, 명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즉, 나의 속도가 아닌 상사의 속도에 맞춰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요. 꼭 상사가 아니더라도 함께 협업하는 모든 관계로부터 상시로 연락 오는 일들이 빈번하다. 베이스엔 계획이 따라야 하지만 변수가 많은 일들이 허다하다 보니 유연하게 잘 대응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늘 긴장감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의 성향,

평소 '이거다'싶으면 해당 매개를 주도적으로 찾아 빠르게 움직이는 편인데, 안타깝게도 지속력이 조금 약한 편.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해 본 적이 없어서 나에게 이롭고, 실현 가능한 루틴을 계속해서 찾아왔다.


결국에 나는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방향'보다

빠르게 무언갈 결정하는데서 오는 '속도' 때문에 몸과 마음이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




쉼이 절실히 필요해 연차를 쓰고, 강원도 정선으로 향하는 길이다. 긴장의 연속에서 벗어나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 사인 자연경관의 리조트를 찾았다.


요가를 하고, 차를 마시고, 수영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속도를 늦추어 보았다. 물론, 휴대전화 알림음은 잠시 꺼두었다. 아마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은 와있을 테지만 숨 쉴 구멍이 필요해 쓴 휴가이니, 당장은 나에게만 집중했다.


그때, 굳은 감정의 근육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후엔 서서히 안도감을 느꼈고, 행복함이 스멀스멀 번져 예민한 나에게서 유하고, 선한 모습을 발견했다.


분명 같은 시간을 살고 있었는데

느리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게 보이니 너무 신기했다.


'아차'싶음과 동시에 '이거다.'싶은 무언의 확신이 들었다.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루틴이 생기면 일도 잘 유지할 수 있고, 타인에게 뾰족함이 아닌 다정한 문장을 건넬 수 있을 것이며,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무게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느리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 이로운 습관들을 갖기로 마음먹는다.


그 이로운 루틴 속 가장 첫 번째로 실행한 일은 차를 마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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