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고민
지난 인공 5차까지 대차게 말아먹고 나서 우리는 다시 시험관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지인이 시험관 1차에 성공한 난임병원을 추천해 주면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전원(轉院)’을 해야 하는 여러 사정과 이유를 찾아보고 고민해도 어느 것이 더 나은지 아닌지는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사실 예전에도 전원을 고민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임신이 안된 탓을 병원에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았다. 이번에도 병원과 선생님, 그 외 등등 많은 불만이 있어서 시작한 고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병원에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건 사실이었다.
피검사 당일, 간호사님께 “아직 확정은 아닌데, 혹시 전원 서류를 떼려면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하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묻자, 그녀는 이 상황이 익숙한 듯(?) 전원 하려는 병원에 물어보고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은 “00님과 남편분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라고 물었다. 간호사가 미리 언질을 준 것 같았지만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봐야 되나 고민이 돼요. 이번에 정자가 잘 나왔다고 생각해서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크게 실망도 했고요.”
선생님은 “고민이 되시면 다른 병원에 가봐도 괜찮지만 시험관 여러 번 하다가 안될 때, 손바꿈 해보는 게 의미가 있어 보여요. 그리고 인공수정은 변수가 많아요. 안타깝게도 이번에 퀄리티 낮은 난자가 배란됐을 수도 있고, 기형 정자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시험관은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그 변수가 줄어들 수 있어요. 다 비급여라... 그래도 00님은 이번에는 시험관을 해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말을 듣자, 복잡했던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되었다. 남편도 이 얘기를 전해 듣고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그냥 거기서 다시 시험관 하면 되는 거지. 이제는 나도 관리 잘해볼게.”라고 말했다. 이럴 때 보면 잔걱정은 안 하는 그가 참 부러웠다.
나는 나 스스로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걱정이 많은 사람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를 비우고 차근차근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뭐 딱히 다른 방법도 없는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