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기대했을까, 증상놀이

by chacha

이식 6일 차부터 배가 싸하게 아팠다. 사실 질정으로 인해 자궁이 두꺼워지는 중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속지 말자. 속지 말자.’ 수없이 되뇌었던 생각과 다르게 이번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래 앉아있으면 배가 불편한 거 같았고 허리도 뻐근한 것 같았다. 화장실도 잘 갔는데도 하루 종일 배가 묵직했다. 이번 차수에 정자가 잘 나왔기 때문에 나는 아주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 왠지 이번엔 다른 것 같았다.


10일 차 저녁, 얼리 임테기를 꺼냈다. 한 줄이었다. 매직아이도 아닌 깨끗한 한 줄. 11일 차 아침에도 마찬가지었다. 웃프게도 한 줄을 보자마자 아무런 증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통증도, 증상도 상상이 되나 싶을 정도로 몸이 가벼워졌다.


나는 자고 있는 그에게 “이번에도 안된 것 같아.”라고 말했다. 비몽사몽 한 그도 한숨을 쉬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다 나 때문이야. 내 잘못이야.”라며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우리 둘은 알고 있었지만 속상했다.


나는 “우리 다시 시험관 시작해 보자. 난자 채취가 좀 두렵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하자고 했다.


유산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난임 기간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미리 알고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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