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정자증 극복?

by chacha

인공수정 5차를 시작하며 잡생각이 늘었다. 공단 지원금이 이번 차수까지만 나온다고 하니 혹시 이번에 안되면 다시 시험관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사실 시험관 자부담에 비하면 인공수정은 지원금 없이 해볼 만하지만....)


남편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겹게도 토마토를 매일 갈아먹었고, 영양제와 단백질도 챙기며 마치 자신은 정자를 생산하는 공장처럼 행동했다. 나도 이번에 안되면 다시 난자 채취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그저 그의 ‘공장’이 잘 돌아가길 바랐다.


시술 일정이 잡히고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배에 맞는 주사가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아직도 그 뻐근한 무언가가 배에 들어오는 느낌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여러 번 맞아봤다고 이제는 멍이 들지 않는 부위를 찾아 간호사님께 내보여줄 수 있다는 것...


다음날, 진료실에서 난포가 터진 걸 확인하고 시술실로 향했다. 이미 채취를 끝내고 나온 남편에게 “이번에는 어때? 좀 달라?”라고 물었고 그는 “저번이랑 비슷한 거 같아.”라며 약간 위축된 표정이었다.


시술실에 들어온 나는 선생님을 기다렸다. 10분쯤 지났을까. 그녀는 “이번에는 정자가 잘 나왔네요.”라며 시술실에 들어왔다. 이상하게도 매번 얇은 스포이트 같은 걸 자궁 깊숙이 넣을 때마다 알 수 없는 통증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다. 이건 지극히 내 생각이지만, 뭔가 선생님이 ‘염원’ 같은 걸 담아서 놔주신 냥 아주 섬세하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시술 후에 정자 퀄리티가 적힌 종이를 건네며 “남편분이 관리를 잘하셨나 봐요. 많이 좋아졌네요. 그럼 2주 뒤에 뵐게요. “라고 말했다.


종이 속에 적힌 ‘30’이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내가 잘못 봤나? 싶었다. 3천만 개? 라니!! 매번 14 또는 15가 적혀 있었는데 그 양이 두 배가 되었다. 운동성도 퀄리티도 높아져있었다. 나는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휴대폰을 찾았다. 걱정하고 있을 그에게 빠르게 알려주고 싶었다. ‘토마토가 효과가 있었나? 아연을 챙겨 먹어서? 아님 지난주에 먹은 장어 덕분에?’ 온갖 상상을 하며 그에게 문자를 남겼다. 그땐 마치 바로 임신이 된 것처럼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다. 괜히 큰 기대를 했다 안 됐을 때 그 상실감은 너무나도 큰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시술이 끝났고 또다시 14일이라는 기다림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더 길게 느껴질지 벌써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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