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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호 Jun 07. 2021

무인화에 따른 공간 디자인의 변화

멀게만 느껴졌던 무인화는 사실 생각보다 많은 부분 진행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하철 한 번 탈 때도 매표소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직원에게 어느 역으로 갈 건지 목적지를 얘기한 다음, 표를 직접 발권받았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역 자동 매표 시스템의 등장은 2008년 정도로 알고 있는데 우리 삶에 녹아들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필요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학생 시절 버거킹에서 한참 아르바이트하던 때가 있었다. 보통은 주방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가끔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곤 했는데 익숙지 않은 업무라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몇 년 안된 일이지만 어느새 지금은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아주기 때문에 이런 에피소드는 "라떼는 말이야.." 얘기가 돼버렸다.


이처럼 우리의 삶 곳곳에는 무인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코로나 시국, 최저임금 상승, 노동인구 감소, 기술의 발전 등등 복합적인 이유로 보나 마나 앞으로는 더 공격적으로 무인화가 보편화될 것인데 무인화 시대에 달라진 고객 경험을 관찰하고 그 변화에 따른 공간 디자인의 변화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직관적인 동선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면 고객의 동선을 직접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헬스장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 고객이 헬스장에 와서 가장 먼저 1. 인포데스크에서 출석체크를 하고 2. 옆 서랍에서 운동복을 가져간 다음, 3. 탈의실에서 환복하고 4. 웨이트 존으로 나와서 운동을 해야 하는 4가지의 필수 동선이 있다고 치자. 직원이 있다면 물리적인 UX가 좀 불편해도 동선을 직접 안내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인화가 진행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회원권은 어떻게 결제를 하며, 옷은 어디서 가져가고, 탈의실은 어디인지 등등 이용하는 입장에서 난처한 부분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이탈의 요인도 분명 될 수 있다.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동선이 필수적이다.


https://www.designboom.com/architecture/




2. 과감한 컬러 활용


우리는 보통 무의식적으로 텍스트보단 컬러에 의존한다. 정수기의 파란색, 빨간색만 보고도 어디가 냉수인지 알 수 있으며 화장실의 파란색, 빨간색만 보고도 어디가 남자화장실인지 자연스럽게 판단이 가능하다.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컬러는 공간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KFC 키오스크

위 사진의 KFC 키오스크는 단순히 브랜드 컬러를 적용한 거 일 수도 있지만 기능적으로도 본분을 다하고 있다. 고객이 매장에 입장하는 순간 이용 안 하면 안 될 포스로 서있지 않는가.





3. 눈에 띄는 타이포


텍스트는 앞서 말한 컬러보다는 몰입을 시키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컬러와의 조합 또는 물리적인 크기를 키움으로써 눈에 띌 수 있다. 참고로 눈에 띄어야 하는 타이포는 제한적으로 둬야 하는데 고객이 필수로 인지해야 되는 사항을 선별하여 눈에 띄게 배치해야 하지 공간에 맞지 않는 타이포는 시선만 분산시킬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CU 셀프 계산대




4. 여백의 필요성


개인적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난잡한 안내 같다. 무인화에 따라 이것도 설명하고 저것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을 수 있겠으나 잘못 설계했다가는 고객이 정보 습득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Amazon go

Amazon Go는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이다. 이 가게는 소비자가 계산대에 줄 서지 않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등 부분적으로 자동화가 되어 있는데 사실상 지구에서 가장 진보된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이 공간을 디자인한 아마존 입장에서는 얼마나 이 발전된 기술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싶었을까 싶다.


나였다면 입구에서부터 이런저런 기술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지 않았을까? 또는 노파심에 이럴 때는 이렇게 해라, 저럴 때는 저렇게 해라. 이용에 대한 안내를 주절주절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마존은 그러지 않았다. 오직 자연스러운 고객 경험에 신경 쓴 결과라고 생각한다.





5. 단순명료한 안내문


위 내용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안내문을 만들 때는 더욱더 친절해져야 한다. 친절하다는 건 단순히 말투와 정보의 양이 아닌 정보의 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무인화에 따라 직원이 말로 안내했던 많은 부분들이 텍스트로 변환되어 고객에게 전달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정보전달이 남용되는 것을 주의하고 멘트 하나라도 더 와닿을 수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간단히 무인화 시대에 따른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지만 비대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얼마나 편하고 쾌적한 경험을 줄 수 있는가, 어떻게 거부감 없이 무인화에 대한 흐름을 받아들이게 하는가 등등 완전한 무인화를 위해선 기술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나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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