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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추상추 Jun 05. 2023

마음껏 그리워하기

두 번째 반려견을 맞이하며

배변판에 올라만 가면 간식주는 줄 아는 애

내 첫 번째 반려견인 후추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동생 상추를 데려온 지는 4개월이 되었다. 이제는 조금 덤덤하고 솔직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적어본다.  


나 7개월 상추, 강쥐 친구들 무섭지 않아

최근에 상추를 데리고 애견카페, 애견동반식당, 반려견 놀이터에 다녀왔다. (상추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화가 잘 되어서 사람도 강아지도 잘 따른다.)


이럴 때면 후추 생각이 난다. 나의 첫 반려견이었던 후추는 예민하고 겁도 많아서, 좋은 곳에 데려가기가 힘들었다. 여러 번 본 사람이 아니면 때로는 공격적이었고, 산책을 할 때면 후추도 나도 엄마도 온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


제일 귀여워했던 옷

그럼에도 애교가 정말 많았다. 내가 처음 키웠던 강아지였고, 가족 중에 나를 제일 잘 따랐고, 20대의 크고 작은 슬픔과 우울조각 옆에는 늘 후추가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평생 알 수 없을, 나도 키우기 전에는 모르고 있었던, 하지만 이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무한하고 따뜻한 사랑.


늘 시원한 유리 위에서 누워있던 후추

후추는 9살이 되던 해에 갑자기 아팠고, 긴급수술을 견디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 이제 운전할 줄 아는데. 내 차에 처음 태운 게 24시간 병원을 데려가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그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에게 전화해 거짓말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전부 나 때문인 것 같다고. 내가 늦게 와서 그런 것 같다고. 내가 퇴근하고 운동하지 말고 바로 인천에 갔었어야 했다고. 친구가 당황할 만큼 그렇게 울었다.


다음 날 나는 입사 후 처음으로 당일 아침에 휴가를 내고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내 전화에 덤덤하게 답했던 전 연인과의 끝도 이때 어렴풋이 짐작했다.


후추와의 이별을 숨어서 힘들어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내가 독립하고 신경을 잘 못 써줄 때 떠났어서 그냥 죄다 미안한 마음이었다. (독립 이후 2-3주 만에 본가에 가도 후추는 무조건 내 옆에만 있었다. 걘 나한테 그런 강아지였다.) 그래서 후추를 보내고 새로운 가족을 데려오고 싶은 생각은 한 톨도 없었다.


물론 주인으로서 조금은 성장했을 테니 이전보다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잘 키우면 후추보다 더 사랑해 주는 것 같아 미안했고, 그렇다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않자니 그런 마음으로는 새 가족을 데려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내 마음이 그럴 수도 없었겠지)


상추와 새 가족이 되었다

나보다 후추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엄마는 어린 강아지에게 넘치게 새로운 사랑을 주는 방법으로 이별을 극복하기를 택했다. 그럴 때마다 다음에, 다음에, 조금만 있다가 를 외치던 나였다. 하지만 나는 늘 지고 사는 사람이다. 그렇게 갈색 푸들이 또다시 우리 집에 왔다. 너무 빨리 새로운 가족을 들인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조바심도 났다. 내가 얘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에서는 사람들 놀라지 않게 얌전한 애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리에게 온 이 작고, 따뜻하고, 움직이는 갈색은 또 다른 웃음과 사랑을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눈물 없이도 후추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요즘 우리 가족은 후추 그리고 상추와 함께 살아간다. 상추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그 시절의 후추를 맘껏 그리워하고 마음속에서 꺼낸다. 다음 주에는 후추가 좋아하던 산책길에 정말로 후추를 보내주기로 했다.


물론 가끔 눈물이 나지만 (나는 눈물이 정말 많아) 이제 나는 명확하게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상추에게 최선의 사랑을 주는 것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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