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드 Apr 17. 2024

병원이 신사업 개발을 시작하는 이유

with 연구중심병원

병원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의료질이다. 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 연구는 신약개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스탠트 같은 의료기구 발명뿐 아니라 의료업무, 디지털장비, 의료기기, 데이터분석장비등 웬만한 개발 분야를 모두 포함한다.


지금까지 연구개발은 교수 개인이 외부 업체와의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구중심병원'이라는 정부 과제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연구환경을 지원하고, 병원과 기업이 함께 결과물을 공유하고 사업화를 통해 수익 실현까지 바라보면서 협업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병원이 연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 병원 신사업개발의 마중물 '연구중심병원' 

병원 수익은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수가 쳬계에 의해 통제되며 따르고 있다. 비록 낮은 의료수가 책정 하에서도 의료진들헌신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재 국내 병원은 해외 수익형 병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많은 수의 환자를 적은 예산과 열악한 환경 하에서 가성비? 높은 진료를 해왔고, 세계적 의술 수준을 달성했다.


하지만 Big5 병원들이 연간 2조가 넘는 의료 수익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건비와 고정비, 그리고 낮은 수가체계로 인해 만성적인 적자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적자를 메꾸기 위해 병원들은 원내 식당, 장례식장등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부가수입으로 경영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런 운영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병원 당사자와 정부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 병원과 정부에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연구중심병원'에서 답을 찾고 있다.


연구중심병원 목표  <이미지 :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중심병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2014년부터 10년간 3단계에 걸쳐 각 병원당 연간 50억 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R&D 투자 사업이다. 이는 단순한 의료 R&D지원 사업이 아니다. 정부가 병원에 우선 R&D환경과 연구비를 지원하면, 병원은 다른 병원, 학교, 산업체와 함께 임상기반의 검증된 의료기술을 만들고, 그런 다음 기업들과 함께 사업화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해 정부에서 투자하는 대규모 R&D 사업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그동안 진료에 바빠서 타기업과 함께 융복합 연구를 할만한 기회와 비용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연구 환경을 세팅할 수 있고,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의료기술을 임상에 적용해서 미래병원의 의료질을 만들 수 있으며, 사업화를 통해 병원수익모델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사업이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는 병원 수익모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사업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매우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현재 이 사업에 서울아산병원등 Big5병원뿐 아니라 분당차병원, 경북대병원등 총 10개 병원이 거점기관으로 최종 선정되어  병산학연(병원, 산업, 학교, 연구소)이 함께 모여 사업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즉, 주요 병원들이 의료기술 기반의 신사업 발굴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연구중심병원 추진방향 <이미지 : 보건산업진흥원>


이렇게 좋은 의도와 목표를 가지고 2013년부터 시작한 연구중심병원이 벌써 3차 사업에 접어들고 있다. 그럼 그동안의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병원이 중심이 되었을 때의 강점과 약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재 이윤추구형 연구중심병원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기술개발 까지는 잘 진행되지만, 그 이후 과정에서 난항이다. 의료 영리화 이슈때문에 병원이 R&D 연구결과에 대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이 최대 5%로 제한되어 사업화까지 추진할 동력에 제약이 있다는 한계도 있었고, 기업 차원에서도 해당 기술을 활용해서 독자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해서 성공하는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 이젠 병원의 Product 경쟁력으로 승부하자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답보상태의 원인은 오로지 법 제도 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제도적인 보완 측면에서 첨단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 같은 대안을 통해 사업의 추진력을 유지하는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본질적으로 이런 제약이 사라진다고 가정했을 때, 연구중심병원의 Product 경쟁력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대기업에서 스핀 오프한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성공하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병원의 의료 기술력만 믿고 Product를 만드는 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B2C 제품 같은 경우에는 기술이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아무리 열심히 만든다고한들 사용자는 마음에 안 들면 사용하지도 구매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오직 기술 자체의 가치로 승부해서 기술을 이관한다고 해도 그 부가가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지 않는 이상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결국 고객의 마음에 드는, 상품성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야 연구중심병원에서 바라는 수익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럼 병원출신 스타트업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의료기술은 이미 다른 기업들도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있을 테니, 오직 병원만이 가지고 있는 핵심자산/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병원만의 자산은 병원인프라와 환자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병원 인프라를 활용하라

병원 설루션은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임상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레퍼런스 확보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연구중심병원은 이미 이 레퍼런스 대상을 확보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매우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품/서비스의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별도의 영업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더더욱 해당병원이 Big5 같은 대형병원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중심병원은 병원의 인프라와 임상데이터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만약 개발하려는 제품을 위한 데이터가 현재 없다고 해도 병원에서 직접 진료하고 치료하면서 임상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중심병원에서 개발 중인 제품/서비스를 Agile 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외부 기업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병원에게 임상을 의뢰해야 하고 그 결과를 주고받다 보면 Communication Cost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연구중심병원에서 만드는 제품/서비스가 만약 다른 병원에서 활용할 B2B(Business to Business) 의료설루션이라면, 우선 병원 내 레퍼런스 확보를 목표로 1차 목표로 하고, 여기에서 증명된 실효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시작하는 방법이 현실적일 수 있다.   


300만 명 외래고객 자산을 활용하라

Big5병원에 예약된 하루 외래진료 환자의 숫자는 1개 병원 평균을 기준으로 약 1.3만 명 수준을 넘는다. 이를 1년 평일 247일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321만 명이 된다. 여기에 입원환자의 숫자까지 합치면 훨씬 많아진다. 병원을 방문하는 고객의 숫자가 이만큼 많다는 건, 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서비스를 선경험 시키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병원 고객에게 의료질 향상과 서비스개선을 목적으로 Product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10퍼센트의 사용자만 확보를 해도 벌써 30만 명이다. 이렇게 Rich 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서비스를 Agile 하게 개선해 갈 수 있는 환경의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통신사나 휴대폰 제 조사 등 대기업 출신의 스타트업이라고 할지라도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광고메시지 한번 제대로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건강에 관심 있는 선별된 고객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Product를 체험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동안 필자는 휴대폰 제조업, 병원, 서비스업(통신사), 보험사에서 동일하게 헬스케어 업무를 꽤 오랫동안 지속해 왔고, 이 과정에서 각 업계에서 헬스케어 산업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리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각 업계의 강점이 서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결과적으로 현재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헬스케어산업의 중심은 병원’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병원이 진료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서 뿐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 기업으로서 얼마나 많은 가능성과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런 병원을 아직 치료기관으로 묶어두는 의료정책과 병원의 의지가 아쉬울 따름이다.


사견이 길었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연구중심병원이 다른 스타트업과 같은 선상에서 동일하게 의료기술만으로 승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병원의 진짜 경쟁력은 서비스와 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젠 병원에 UX개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