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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드 Apr 28. 2024

헬스케어서비스의 6가지 UX장벽

High barrier, High return

헬스케어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참 어렵다...' 라는 생각이 들때면 가끔 사회 초년생때 나를보며 안타까운 얼굴로 영업하던 보험 컨설턴트 한분의 모습이 생각난다. 아마도 그 표정과 말투가 꽤 진정성 있게 느껴져서 아직까지 기억나는듯 하다. 그당시 그분은 나에게 '한살이라도 젊을때 보험에 드는게 돈을 아끼는 방법이에요!'라며 반복해서 설득하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사회 초년생이라서 '용돈도 부족한 상황에 보험은 무슨..'이라며 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분이 (진정성이 있다는 가정아래)어떤 심정으로 이야기 했는지 어느정도 감은 잡힌다. 실제로도 그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바이스, 병원, 서비스 기업에서 헬스케어서비스를 꽤나 많이 만들어봤다. 나름 UX도 좋게 만들어보고, 비지니스모델도 차별화 해보고, 동기부여를 위해 리워드 모델도 시도하며 일상속의 습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PMF(Product Market Fit)를 찾는데는 실패했던것 같다. 이~~~상하게 리텐션이 낮고, 오래가지질 않는다. 그나마 유일하게 성공했던것이 (만들 당시에는 없었던) 웨어러블, 휴대폰을 이용한 만보기 정도 였던것 같다. 이건 본인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다.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에서 토스나 카카오처럼 유니콘기업이 된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그만큼 헬스케어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설득시키고 사용하도록 만드는건 마치 보험을 판매하는것 만큼이나 어려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도대체 다들 어떤 벽을 넘지 못하는걸까?



❶ 건강을 관리하려는 사람 자체가 적다

헬스케어 영역을 심플하게 나누면 환자와 일반인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질병은 언제 어떻게 발병할지 알수가 없다. 그리고 질병이 발생한 사람은 전체 인구에서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질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해서 질병 치료를 위해 모두가 열심인건 아니다. 예를들어 당뇨전단계 또는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당뇨를 관리하고자 노력하는건 아니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이 아니고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존에 살던대로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니즈는 시장성 분석을 할때와 비교해봤을때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환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마켓 자체가 작다고 할 수 있다.


일반인 즉, 건강한 사람을 위한 헬스케어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하다. 주위를 둘러보자. 건강한 사람 또는 건강해보이지만 약골인 사람 중에서도 건강을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을 가려먹고 규칙적으로 수면시간을 관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건강관리를 하려면 부지런해야한다. 그래서 건강관리를 잘 하는사람은 '갓생러'라는 인식이 있다. 보통은 일하느라 바빠서, 스트레스 받아서, 힘들어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건강관리를 미루거나 마음만 먹고 몇번해보다가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보게된다. 이런 실패의 반복은 결국 건강관리서비스 무용론으로까지 이어져서 잠재고객에서 이탈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된다. 결국 헬스케어서비스의 사용자는 제한적일수밖에 없다. 




❷ 헬스케어서비스의 고객가치는 바로 느껴지지 않는다

SNS는 '좋아요'나 댓글등의 인터렉션으로, 그리고 유튜브는 흥미를 유발하는 끝없는 쇼츠로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도파민을 선물해준다. 또한 토스의 간편송금이나 쿠팡의 로켓배송은 서비스의 이용가치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삼성헬스, 애플헬스, 구글헬스는 어떤 즉각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대부분 만약을위해, 그리고 가끔 자신의 생활패턴을 확인하기 위해 즉,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앱을 설치하고, 그다음 사용하기보다... 방치한다. 가끔 걸음수 정도 사용하는 수준에서 끝난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도 존재한다. 캐시워크나 (지금은 달라졌지만)AIA 바이탈리티는 걷는만큼 돈을 주거나 걷는만큼 휴대폰 요금제를 할인해주는 형태의 서비스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이왕 걷는거 설치해놓고 방치하자라는 취지로 설치하고, 이 서비스의 사업모델은 광고기반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걷고 광고보는 행위 이상도 이하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자신의 건강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업로드해서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건강앱이라기 보다는 걷기를 받탕으로한 광고서비스의 성격이 높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AIA 바이탈리티 서비스도 혜택 폭과 사업 방향을 바꾼 상태다)




❸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는 단번에 숙제하듯 끝낼 수 있는 Task가 아니다. 매일매일 평생동안 신경쓰고 살아야 하는것이 건강이다. 그런데 문제는 관리단계와 기간에 따라 신경써야할 내용이 계속 바뀐다는데 있다. 예를들어 운동을 하면 처음에는 나에게 어떤 운동이 맞을지, 이를 위해 어떤 도구나 서비스를 이용해야할지에 대해 탐색하는 단계로 시작한다면, 그 다음은 운동을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단계에 진입한다. 그렇게 나에게 맞는 운동도 찾았고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는 도구와 서비스를 찾았다고 해도 여기에서 그치는것이 아니다. 운동을 통해 나의 몸상태가 변했기 때문에 변화된 피지컬 레벨에 따라 운동의 내용과 방법도 바꿔야 한다. 그래서 효율적인 운동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효율적인 운동법을 찾았다고해도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기 때문이다. 생애주기와 나이에 따라 맞는 운동과 내용이 달라진다. 나이가 들면서 근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주력해야 할것은 예쁜 바디라인을 만드는것이 아니라 목표가 근손실 최소화와 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다시 찾아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을 본인이 스스로 끊임없이 스터디하고, 경험해보면서 테스트하고, 매일매일 실행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끝나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처럼 느껴지는 길고 험난한 과정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작도 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한다. 




❹ 일상에서 활용도가 낮다

보건소에서 시범사업으로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시행한적이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나눠주고, 환자는 데이터를 기록하고,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보건소에 방문해서 지표를 측정하고, 의료진이 만성질환 관리 방향을 설정해주고, 처방된 방법대로 다시 생활하는 아주 이상적인 그림의 서비스였다. 하지만 요즘은 더이상 이런 시범사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방증일 것이다. 왜일까?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2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용자의 참여도가 높지 않다는점이다. 일단 웨어러블을 매일 착용하고 다닌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보건소에서 요청하는 데이터를 기록하는것이 생각보다 귀찮아서 프로그램에 제대로 참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이용자중 정말 열심이 데이터를 기록해도 실제 이를 해석하고 활용해야할 의료진이 데이터를 진료에 제대로 활용을 못한다는데 있다. 만성질환 관리 관련 사용자인터뷰를 한적이 있는데, 그분의 답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보건소에서 시범사업으로 웨어러블도주고 쿠폰도 준다고해서 열심히 데이터 쌓아서 가져갔더니 의사는 잠잘자고 운동 열심히하라는 이야기 말고는 딱히 해준게 없었다는 경험담이었다.  그렇다고 앱이 고도화 되어서 본인의 생활데이터를 기반으로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건강 인사이트를 제공해주는 알고리즘이 있는것도 아니다. 결국 사용자를 헛수고 하게 만든 반쪽짜리 서비스였던 것이다. 


헬스케어서비스를 만들때 데이터가 보물이다, 자산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모은다고 한들 이를 활용해서 사용자에게 돌려줄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솔루션은 아직 덜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 사용자가 먹고, 운동하고, 잠잘때 쌓은 데이터를 소중하게 활용해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즉, 사용처가 많아져야 사용자도 데이터를 기록할 의지가 생긴다는것을 기억하자.




❺ 신뢰성이 핵심이다

헬스케어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너도나도 전문가라고 유튜브같은 곳에서 이야기한다. 환우회가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해서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자신의 경험이나 팁을 담은 글이나 정보들은 정말 찾기가 어렵다. 특히 자신의 나이대와 라이프스타일과 비슷한 사람의 정보를 찾는건 정말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면 결국 어딘가에서 협찬받고 작성한 광고성 글이 대부분이라서 진짜 정보에 목마른 사람들이 정보를 거르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너무나도 크다.


그리고 헬스케어는 개인화가 매우 중요하다. 똑같은 조건과 컨디션의 몸을 가진사람은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추리고 추려야하고, 거기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인지에 대해 테스트해서 임상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정보가 부족하다. 분명히 서비스 업체들도 이런 사실은 알고 있지만 작정하고 적은 광고성 글을 찾아내기는 정말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기때문에 반대로 헬스케어서비스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신뢰를 얻기도 어렵다. 결국 이 데이터를 받아서 어디다가 쓰려고 하는거지? 이거 몇번 서비스하다가 사라지는거 아냐? 이 데이터를 쌓아서 나에게 뭐가좋은거야? 이런 여러가지 물음에 대해 답을해야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할 최소한의 마음을 갖을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와 정보에 대한 고객의 니즈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풀기가 쉽지 않아서 아직도 서비스로 풀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❻ 관심은 있지만, 막상 하기는 싫다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게으르다. 정말 단순한 행위도 하기 귀찮아 한다. 특히 헬스케어관련 숙제는 더더욱 심하다. 운동하기 싫어하고, 자극적인 음식만 먹으려고하고, 바르게 앉기보다 기대기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관리에 대한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관리는 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행동을 자주 하게된다. 예를들어 햄버거를 먹을때 제로콜라를 시키면서 감튀를 더 많이 시키고, 내가 운동하기보다 다른사람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건강프로그램을 보면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 


여기에서 서비스적으로 이용할 부분이 있다. 바로 보상심리이다. 나는 하기 싫지만 본인 스스로에게 미안해서 빚진느낌. 이를 해소하기위해 운동기구를 사고 배달음식에 건강에 안좋다는 재료를 빼려고 노력한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이를 이용하고 있지만 UX 측면에서는 이를 활용하는 사례는 아직 못본것 같다. 






헬스케어 IT산업의 엄청난 가능성


건강관리는 평생 해야한다. 하지만 그 중요성을 모르는사람이 훨씬 많다. 아니 모르기보다 지금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니,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 하는 사람은 적다. 마치 '보험가입'처럼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200살까지 살아야 할 Z알파 세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에 관심을 갖고 평생 관리하기 시작한다면 그 시장의 가능성은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커질것이 분명하다. 이때 고객에게 한번 신뢰를 얻은 헬스케어서비스는 지금의 디지털전환의 붐에 올라탄 빅테크 기업들처럼, 빅헬스 기업을 바라볼 수 있을것이다. 헬스케어영역에서는 신뢰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헬스케어산업이 어려운 영역인건 맞는것 같다. 앞으로 부디 헬스케어서비스의 유니콘이 탄생하기를 바라며, 또한 본인도 반드시 그런 사례를 앞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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