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 살아남은 말들,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태어난다.
또 어떤 것은 살아남았다.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온전하게 빛나던 것들도
모두를 가릴 순 없다.
하나의 손끝으로 사람을 살릴 수도,
하나의 말끝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나는 어릴 때도 저 말들의 의미를 잘 알았다.
그러나 잘 아는 것과 잘 넘길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이라,
나는 별 거 아닌 말에도 늘 고개를 숙였다.
초등학교 때
머리 좀 넘겼다고 예쁜 척 한다며 재수 없다고 하거나
우유 급식표에 써진 걸 봤다며 네 원래 성은 탁인데 왜 지금은 김이냐 묻던 친구들 앞에서도
중학교 때
앞에 나가 노래를 부를 때 장애인 같아서 싫다던 말을 들었을 때에도
고등학교 때
너 같은 찐따를 중학교 때 만났으면, 넌 내가 괴롭히던 애들 중 한 명이었을 거라며
날 가스라이팅 하던 친구의 앞에서도.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사람 질리게 만든다는 엄마의 말에서도.
나는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제일 잘 하는 선택을 했다.
속에 삼키고 혼자 삭히는 것.
요즘 보는 드라마에 그런 대사가 나왔다.
해야 하는 일들은 꼭 해야 한다고. 한 번 묻어버린 것들은 다시 파내기 어려우니까.
그제사 깨달았다.
내가 참지 말았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그저 견디지 말았어야 했는지.
이미 지나간 것들은 돌이킬 수 없이 엉켜 날 집어삼키고 있었다.
참는 법을 먼저 배웠던, 아이는 잔인하게도 표현하는 일을 가장 사랑했고
조금만 더 있으면 널 강간할 것 같다는 말을 들어도 아무 말 못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또 하루가 온다.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태어난다.
또 어떤 것은 살아남았다.
나는 지금, 그 어떤 쪽에서 기울고 있을까.
이런 내 삶도, 살아있다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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