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대본집> 출간!

by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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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대본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출간의 계기는 아래 글로 갈음합니다. 아래의 글은 대본집 서문으로 책을 펴낸 이유와 경위, 감사의 말씀을 담고 있습니다. 보다 재미있고 핵심적인 내용은 책에 있으니, 괴담을 즐기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심야괴담회> 시청자 혹은 독자께 드리는 글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철야 근무를 강요받던 시절, 기나긴 밤을 어찌할 수 없어 온갖 커뮤니티 게시판을 기웃거리다, 결국 정착한 곳은 공포, 괴담 게시판이었습니다. 방송 종료에서 애국가가 나오기 전까지 1시간 정도 눈을 붙이는 시간이면, 방금 읽은 괴담의 무서운 장면들이 선연히 떠오르며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그리고 무슨 연유로 이 활자의 연쇄일 뿐인 것들이 사람에게 이토록 무서움을 안겨줄 수 있는가? 이 감정을 홀로 느끼고 삭혀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내가 다시 PD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심야괴담회>의 기획안을 써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수희 작가님과 루이웍스 한율 대표님의 도움을 받아 이 단순한 아이디어는 실체를 갖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제게는 낯설기만 한 이 프로그램이 다섯째 시즌을 맞이하게 된 것은 오롯이 시청자분들의 성원 덕입니다. 이 대본집이 조그만 보답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본집을 펴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헤어질 결심 각본집>을 보고부터 부러움에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계 거장의 작품과 지상파의 공포 프로그램을 동렬에 놓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시청자들의 열정도 여기 못지않을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확신이 있었습니다. 마침 자화상 출판사에서 이 부러움을 알아주고 호응해주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제작진에게 보내오는 사연을 보면 “신혼집의 다락방”(시즌 1, 서이숙 배우 출연)처럼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잡지에 실리는 수기처럼 정제된 문체로 무서움을 일으키는 명문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생활인들이 자신들이 겪은 체험들을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두서없이 적어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두서없음으로 비롯되는 날것의 공포를 잃지 않으면서 방송에 적합한 언어로 가공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가 여기서 생겨납니다. 이때부터 <심야괴담회> 작가진의 활약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철저한 전화 취재를 통해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방송 언어로 순화하거나 괴담꾼들(출연자)의 입말에 맞게 고치고, 때로는 더욱 무섭게 이야기의 구조를 틀어놓기도 합니다. 우리 작가들은 시즌이 시작되면 제대로 된 휴일도 없이, 밤까지 계속되는 구성회의와 토씨 하나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도리질을 시전 하는 까다로운 PD를 거쳐 대본을 만들어냅니다. 대본이 완성되면 녹화장에 들어가 괴담꾼들과 리딩을 하며 합을 맞춥니다. 그리고 촛불 하나하나에 울고 웃습니다. 저는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이 프로그램은 본격 작가 학대 프로그램이니 각오들 하시라고 말합니다. 그 학대는 자기-학대, 그 학대의 주체는 작가 자신입니다. 최선을 다해 무섭거나 기이한 이야기로 만들어오라는 지상 과제 아래, 겨우 얻어 쉬는 날에도 구성을 생각하며, 단어 하나를 고치겠다고 밤을 새웁니다. 혼자 사는 작가들은 찬송가를 틀어놓고 대본을 씁니다. 글을 쓰다 잠이 들어 가위에 눌리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피디는 모른 체하지만 모르지 않습니다. 우리 작가들이 제대로 된 괴담을 방송에 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는지를.


조명이 꺼지고 카메라가 철수하는 세트 귀퉁이에 쌓인 대본을 보고 문득 생각했습니다. 우리 작가들이 피로 쓴 대본들이 저렇게 잊히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냥 읽어도 좋은 이야기들인데 방송을 위해 일회용으로 소비되어서야 되겠는가. 이 대본집 작업을 착수한 계기가 부러움이라면 또한 이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이유는 고마움입니다. 이 대본집은 각 대본마다 특정 작가의 작업이라 명기하지 않습니다. 대본과 작가의 매칭은 제비 뽑기 같은 우연과 상황의 결과이고 기본적으로 심야괴담회 작가진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공동 작업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심야괴담회의 대모이신 남수희 작가님, 파일럿과 시즌1의 메인 작가 유경혜 작가님, 시즌4의 메인 작가 송항아 작가님, 흔쾌히 대본을 제공해 주신 송다은, 장혜영, 구자은, 조민정, 박민정, 우혜영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시즌 1부터 저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송다은, 장혜영, 구자은, 조민정 작가님은 <심야괴담회>의 ‘찐’ 작가님들로 이제 문체와 구성만 봐도 누가 썼는지 짐작할 정도의 지음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즌 5를 함께 진행할 정이랑, 김유나 이하 시즌 5 작가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심야괴담회>는 기본적으로 작가의 힘으로 지탱해 가는 프로그램입니다. 대본이 탄탄해야 그 이후의 작업도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라는 뜻에서 ‘심버지’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은 전혀 없지만,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쁜 마음입니다. 비록 아버지처럼 인자한 리더는 아닐지라도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안겨주도록 책임을 진다는 한에서 그 말은 맞습니다. 몇 년을 아이디어로 떠돌던 이 프로그램은 제우스의 머리를 뚫고 나온 아테나처럼, 어느덧 실체를 갖추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다섯 해 동안 끊이지 않는 시청자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저희 제작진은 밤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시청자들의 성원이 계속되는 한, <심야괴담회>에 ‘심야’는 없습니다. 가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제가 애국가가 나오기 전까지 좁고 캄캄한 숙직실에서 느꼈던 소름을, 활자들과 문장들이 연이어 만들어내는 그 이상하고 기이한 화학작용을, 시청자 혹은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5년 6월, 시즌 5에 앞서

심야괴담회 연출, 심버지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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