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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퍼실리테이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1탄

중2 쌍둥이 아들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문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한 경력과 쌍둥이 아이들의 엄마가 된 기간이 거의 엇비슷하다.

늘 새로운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퍼실리테이션도 도전적이지만, 이제 중2가 되어가는 쌍둥이 아들들의 엄마 역할도 호락호락 하지는 않다. 늘 변해가는 아이들에게 지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은, 행복하지만 다이나믹한 일상이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끝없이 이어지던 3월 초 어느날, 아이들의 영어공부를 내가 도와주겠다고 선언했다. 중학교에 가서야 처음 접한 영어의 이국적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학창시절 내내 영어에 푹 빠져 지냈던 내 행복감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겠다는 호기로움으로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돕기 위해서 내가 시도했던 것들은 꽤 많은데, 대부분 실패했었다. 몇가지만 예로 든다면...


1. 영어과외 선생님 :  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아이들 영어를 주 2회씩 봐주셨었다. 학습지 진도는 열심히 나가는데, 아이들이 영어를 즐겁게 공부하지 않는 것이 싫어서 그만 두었다.


2. 스크럼보드를 이용한 단어 공부 : 거실 벽면에 스크럼보드를 만들고 (To-do, Doing, Done), 내가 제시한 단어 중 매주 20개씩을 각자 선택해서 암기했다. 중간중간 저녁에 암기가 끝난 것은 테스트를 해서 Done으로 옮겼다. 두달 정도 되니 아이들이 지쳐하고, 이미 알거나  쉬운 단어들만 To-do로 옮기는 것을 눈치채고 그만 두었다.


3. 원어민 선생님과 화상으로 회화 공부 : 매주 3회 20분씩 화상으로 원어민 선생님과 공부했다. 처음엔 어려워했지만, 차츰 두녀석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했다.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는 선생님과 더 많은 대화를 했지만, 말수가 적은 첫째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선생님의 질문에 깊이 생각하고 30초쯤 후에 답을 함으로써 많은 선생님을 힘들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두녀석이 파파고를 애용하면서 수업을 하는 바람에, 컴퓨터 타이핑 실력이 많이 늘었다. 1년 기간이 만료되어서, 우선 쉬거나 다른 방식으로 공부를 해 보기 위해서 그만 두었다.


4. 아이들과 어떻게 영어공부를 할지 회의하기 : 각자 희망하는 영어공부 방식에 대해서 포스트잇에 기록하고 함께 토의하는 회의를 퍼실리테이션 했다. 그러나 녀석들이 '되도록 안 하기', '짧게 하기' 등의 의견을 내는 것을 보고 내가 화를 내며 폭발하는 바람에 결국 분위기만 싸 해지고, 회의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우연히 전문가에게 지금까지 우리가 시도했던 것들을 말씀드리고 조언을 구했더니, 아이들에게 문법을 공부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 해 주셨다. 그래서 중2 문법책을 구입하고, 내가 먼저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선택했던 교재이다. 표지는 다소 살벌하지만, 내용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엔 알차고 좋다.


중2 영어 문법책이 두권이나 집으로 배달 된 것을 보고, 아이들은 '엄마, 또 왜 그래..'하며 걱정을 시작했지만, '이번엔 절대 화내지 않고, 내가 직접 수업 해 볼께'하며 안심을 시켰다. 아이들 수업 준비를 위해서, 일주일 동안 잠들기 전 중2 문법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문장의 5형식. 주격보어. 목적격 보어.대명사 같은 문법 용어들을 보니, 학창시절로 돌아간듯한 향수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야심차게 준비한 중2 아이들과의 영어 수업시간~  은..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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