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 말하는 페미니스트 영화

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by 채현

서브스턴스를 추천해준 지인의 한 줄 평은 다음과 같았다:


"초반에는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가득 담은 웰메이드 작품인 듯하지만, 초반부만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서 투자를 받아오고, 이후에는 감독이 진정으로 구현하고 싶었던 B급 감성을 가득 담은 전형적인 공포 영화이다."


이러한 평가를 듣고 대충 어떤 작품일지 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영화는 내 머릿속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지인이 말한 B급 감성도, 그로테스크함도 이 영화를 완벽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찝찝하게 맞지 않았다.

그때 로튼토마토에 올라온 한 평론가의 리뷰를 보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남성들이 페미니스트 작품이라고 칭하는 종류의 영화이다.(Falls into the category of films that men like to claim as feminist.)"


아, 바로 이거구나. 영화 감독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영화를 보면서, 함께 본 친구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 감독이랑 극작가는 여자들이 회춘하면 자기를 성적 대상화하는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찍는 게 꿈인 줄 아나봐. 나라면 잘 생긴 남자나 실컷 만나고 다닐 텐데."


여성을 대상화하는 남성,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마저 자신을 대상화하는 여성들.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싶은 마음과 사회적 미적 기준을 충족시키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갈등 같은 것들을 호러 장르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식상했고,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식은 과하게 직관적이었다. 고어함을 통해 공포감을 유발하려 했지만, 주인공의 우스꽝스럽고 공감하기 어려운 행보로 인해 오히려 공포가 반감되었다.


그러나 매일같이 자신의 젠더로 인해 모순과 갈등, 그리고 크고 작은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들과는 달리, 남성들에게는 일인칭 시점에서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는 시각 자체가 신선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직접 이런 일상을 살아나간다고 상상하면 저절로 몸서리가 쳐지며 공포스러웠을 것 같다.


실로 남성들이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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