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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Sep 22.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D4. 로얄살롱 스파

ep10.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쉐라톤 룸은 생각보다 낡아 보였다.

친절한 스탭들이 열심히 관리한 느낌이었지만,

낡은 곳이라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방 가운데 커다란 침대는 마음에 들었다.

킹 사이즈.

하지만 방에 들어가니 퀴퀴한 냄새가 났다.

바로 베란다 창을 열었다.

바로 앞으로 나짱 비치가 펼쳐졌다.

경치는 굿.


하지만 오후 2시의 햇볕은 뜨거웠다.

잠시 베란다에 서서 비치를 바라봤다.

 

프런트 직원이 오션뷰로 특별히 배치하겠다고 강조한 덕분인가.

그런데 예약할 때 이미 오션뷰로 했던 것 같은데 ㅎㅎ

뭐, 그래도 자랑스러워하던 스탭의 얼굴을 보면, 뭔가 업그레이드를 해준 건 사실이겠지.

 

화장실은 샤워 공간과 분리돼 있었다.

들어가면 바로 앞에 세면대가 있고, 우측에 화장실, 좌측엔 욕조가 있는 모양이다.

욕조 바로 옆엔 통창이 있어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밖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출입문 옆엔 드레스 룸이 있는데, 이 안에 금고가 있었다.

꼼꼼한 엠이 바로 금고에 가서 조작을 하더니 그 안에 환전한 돈을 넣었다.


베트남 돈은 20만 원 정도를 바꿔왔다.

나머진 전부 달러다.

빨리 환전을 해야 한다.

 

엠과 별, 모두 밝은 호텔로 오니 신이 난 모양이다.

별은 침대에서 펄쩍펄쩍 뜀을 한다.


티비를 켜니 디즈니 채널도 나왔다.

대신 더빙은 베트남 성우가 혼자(!)한 모양이다.

마치 라디오 연속극을 성우 한 명이 하고, 그 위에 화면을 얹은 형태다.

하지만 별은 디즈니 만화가 나오는 것에 만족하는지 금방 빠져들었다.

다들 침대에 누워서 휴식.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더니 포만감이 밀려왔다.

 

이날의 포인트는 마사지.

사실 난 마사지 마니아다.

약 12년 전 엠과 방콕에 처음 가서 완전히 빠져 들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태국 마사지에 매료됐다.

이후 한국에서 틈틈이 마사지를 받아봤지만,

마사지도 현지가 최고다.

 

베트남에도 마사지 샵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로컬 샵보단 베나자와 제휴된 한국 마사지샵을 선택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모험보단 검증된 곳이 중요했다. 특히 청결.

베나자에 가끔씩 올라오는 현지 마사지샵에서 당한 끔찍한 피해담도 거슬렸다.

해외까지 와서 그렇게 실랑이를 하고, 감정의 낭비를 하고 싶진 않으니까.

 

제휴 마사지 샵은 베나자와 마찬가지로 모두 실시간 카톡 상담이 가능했다.

카톡 뒤에 누군가가 계속해서 손님들의 각종 문의를 답해주는 구조.

이용하는 입장에선 편리하지만, 저 뒤에 있는 누군가의 정신적인 고통은 상당할 텐데.

 

오후 4시로 예약.

기왕 받는 거 VIP 코스를 선택했다.

특히 귀 파주는 서비스가 궁금했다.

 

마사지 샵이 근처라, 3시 반에 밖으로.

우선 로비에서 환율을 물어봤다.

100달러에 22만 동. 아직 감이 오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드디어 로얄살롱 앞에 도착.

입구가 꽤 근사했다.

이전에 갔던 마사지 샵과는 다른 것 같다.

 

예약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옆 베나자 스토어로.

이곳은 1층은 샵, 2층은 발 마사지 샵이다.

들어가니 낯익은 얼굴이 프런트에 있었다.

저분은 베트남 노사연? 유튜브에서 본 기억이 났다.

괜히 아는 사람을 만난 듯 긴장됐다. 이놈의 긴장병.

 

베나자 중수 레벨(!)이라 각종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레인 포레스트. 

이번에 나짱에서 가장 탐나는 장소다.


베트남 노사연 님에게 핸드폰으로 중수 레벨이라는 걸 확인받고, 쿠폰북을 받았다.

엠이 바로 쿠폰북을 열고 할인받을 수 있는 가게를 확인했다.

 

베트남엔 명품 짝통이 상당히 많다.

나중에 보니 그랩 기사들도 신발은 발리를 신는다.

결혼식을 구경하니 하객들도 모두 명품백을 들고 다닌다.

대체로 짝통이 아닐까 싶다.

 

베나자 샵 1층도 짝통 시장이었다.

브랜드에 문외한인 나도 들어본 브랜드가 제법 있었다.

엠이 면세점에서 사려고 했던 핸드백도 보였다.

 

별은 한쪽에 있는 어린이 장난감 코너에 있었다.

나무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박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정신을 빼앗겼다.

그리고 곧 이어서 우당탕하는 소리.

별이 나무 장난감을 땅에 떨어뜨렸고, 장난감에 있던 나무가 튀어나왔다.

오 마이갓. 민폐.

 

바로 가서 장난감을 정리했다.

현지 스탭이 와서 정리를 도와줬다.

아, 죄송해라.

별도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이럴 땐 짧게 한 마디. 감정은 실지 않고.

눈으로만 봐.

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베트남 노사연 님이 괜찮다고 말해줘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나중에 뭐라도 팔아드려야지.


 

시간이 돼서 로얄살롱으로.

로비에 앉으니 음료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서비스를 다시 확인했다.

풀 패키지로 다 해주세요.

엠은 귀 파는 것 같은 건 받기 싫다고 했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하겠냐며 설득했다.


후기를 올리면 크리스마스 맞이 초콜릿을 준다는 말이 보였다.

스타벅스 기프티콘도 준다고.

그래, 별을 위해 올려봐야지.

후기를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여기 시스템은 담당 스탭의 안내를 받아서 2층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2층엔 이발소 의자가 쭉 늘어서 있다.

베트남 이발소라는 컨셉이다.

 

나와 엠이 나란히 눕고, 그 옆에 별이 탭을 쥐고 앉았다.

1시간 반을 잘 기다려줄지.


다운 받아온 영화 중 인어공주 3를 틀었다.

인어공주 3은 1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2는 망한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의 주인공 아리아가 갑자기 잔소리꾼 엄마가 됐다.

아리아를 보러 극장에 간 팬들이 실망했을 게 뻔하다.

주인공은 갑자기 바꾸는 게 아니다.

이미 드래곤볼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손오반으로 아무리 애를 써봤자, 최후에 에네르기파를 날리는 건 손오공이다.

 

파란색 옷을 입은 담당 스탭이 물통을 가져와 발을 씻겨줬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서 마사지 시작.


사실 로얄살롱은 마사지 샵이라기보단, 베트남 이발소 카테고리에 넣는 게 맞다.

기본 마사지를 생각하고 간다면 당황할 수도 있다.

물론 난 최초의 경험이 꽤 좋았다.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더니, 드디어 귀 파주는 시간.

스탭은 헤드랜턴 같은 걸 머리에 쓰더니 치과 의사 같은 표정으로 귀를 파기 시작했다.

슬슬 잠이 온다.

꾸벅꾸벅 졸다 보니, 갑자기 선생님, 하는 소리.

스탭이 휴지 위에 파낸 귓밥을 펼치며 자랑스러워한다.

네네, 고맙습니다.

신기해서 별에게 자랑했지만, 별은 인어공주 삼매경.

 

이번엔 사탕수수 같은 걸 꺼낸다.

그러더니 거기에 불을 붙이더니 귀에 가져간다.

엄마야.

귀에서 지지직 타는 소리가 난다.

불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대체 언제까지 놔둘 건지.

물론, 불이 닿기 전에 사탕수수 같은 막대를 치워줬다.

 

이번에도 스탭은 자랑스럽게 막대를 보여준다.

색이 조금 변한 것 같긴 한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우선 깜언, 이라고 말한다.

 

이번에도 별에게 자랑을 해봤지만, 관심은 없었다.

심장이 강한 엠은 불이 붙어도 무심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이어서 얼굴에 스톤 마사지.

 

이곳은 다른 손님들도 옆에 의자에 앉는 구조다.

손님들은 거의 한국인 같았다.

별이 듣는 탭의 소리가 큰 것 같아 좀 신경 쓰였다.

 

기본적인 케어가 끝나자 스탭이 위층으로 안내한다.

위층엔 침대가 있고, 여기서 간단히 마사지를 받는 구조.

 

마사지를 받다 보니 엠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별 혼자 괜찮을지.

좀 걱정됐지만 빨리 끝나고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마사지를 받다 보니 인어공주 소리가 들렸다.

별이 탭을 가지고 올라온 것 같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별이 바로 엄마를 찾았고, 친절한 스탭이 위까지 안내해 줬다고.

별은 대단한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처럼 말했다.


그래, 대견하다. 외국인 상대로. ㅎㅎ

물론 한국말이 잘 통하는 스탭이라는 건 비밀이지만.

 

마지막으로 머리를 감겨주고 드라이까지 마쳐주니 끝.

 

1시간 반 동안 정말 다양한 서비스를 받은 것 같다.

대만족. 새로운 경험이다.

엠은 일반 마사지와는 다르다며 좀 실망한 기색.

 

로비로 와서 후기를 마저 작성했다.

그리고 프런트에 있는 스탭에게 재빨리 폰을 보여줬다.

스탭이 더듬거리는 말투로 해시태그도 붙여야 된다고 말했다.

바로 붙일게요, 해시태그.

 

해시태그까지 붙여서 베나자에 올렸다.

난 만족했으니까. 당당한 추천글이다.

 

스탭이 바로 초콜릿 봉지를 줬다.

다양한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별은 신이 나서 뭘 먼저 먹을지 고민했다.

이거, 아빠가 글 써서 받은 거야.

생색을 내봤지만 별 관심은 없는 것 같았다.

 

다시 저녁을 먹을 시간.

요즘 뜬다는 짜오마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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