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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Sep 20.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D4. 나짱 최고 맛집을 만나다

ep9.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그랩카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한참 녹지를 지나던 차가 시내에 들어갔다.

바로 왼쪽에 나짱 비치가 보였다.

날씨가 좋아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우리도 저기서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오늘은 더 이상의 수영은 사양이지만.

 

멀리 빨간 간판의 쉐라톤이 보였다.

그랩카가 로비에 멈추니 스탭들이 문을 열어줬다.

조용하고 다소 어둡던 아미아나에서 시내 호텔로 오니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이곳 로비에도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

프런트의 스탭들은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우리 짐을 끄는 스탭이 노끈으로 대충 말린 패롯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당황하는 것 같았다.

 

프런트 스탭을 통해 체크인을 했다.

2시 입실이라고 했다.


아미아나에서 12시에 나와서 도착한 지 30여분.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다.


체크인을 하면서 받은 브로셔엔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 쓰여 있었다.

오늘 이브날과 다음날 파티가 있다고 했다.

가격은 50~70달러 정도인데, 숙박객은 할인이 된다고 했다.

특히 별은 나이가 어려서 무료였다.

솔깃해서 스탭에게 물어봤지만 파티는 레스토랑에 직접 문의를 하라고 했다.

 

아미아나에서 조식을 먹었지만,

오전에 수영에 패롯에 시달리다 보니 배가 고팠다.

특히 커피와 맥주가 필요했다.

 

날도 더워서 멀리 가기도 귀찮았다.

호텔 로비 옆에 피자샵이 보였다.

4Pizza's 라는 이름이었다.


한국 블로그에선 들어본 적 없는 곳이었다.

호텔이라 가격이 비싸진 않을지 걱정이 됐다.

에이, 몰라. 귀찮아.

간단하게라도 배를 채우자는 생각으로 다 같이 피자샵으로 갔다.


 

피자샵은 몇 군데 테이블만 빼고 텅 비어 있었다.

산타 모자를 쓴 알바가 탭을 들고 왔다.

탭을 보고 눌러서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별은 피자를 먹을 수 있어서 신이 난 것 같았다.

 

피자는 3, 4, 5까지 숫자로 나눠져 있었다.

들어가는 치즈 숫자에 따라 나뉜 것 같았다.

가격도 숫자가 올라감에 따라 높아졌다.

4로 골랐다. 피자샵 이름이니까 가장 낫겠지.


엠과 난 파스타를 하나씩 골랐다.

사실 파스타는 별로지만, 대충 배만 채울 생각이니까.

파스타를 좋아하는 엠이 내 것까지 먹으면 될 테지.

 

샹그리아도 두 잔 시켰다.

이거 엄청 맛있다면서 엠을 설득했다.

사실 나도 전년 대구 시내의 어떤 술집에서 처음 먹었다.

달콤한 과일향의 술이었다.

별도 레몬 에이드를 골랐다.

 

음료와 샹그리아가 먼저 나왔다.

목으로 넘기니 갈증이 조금 풀렸다.

엠도 샹그리아가 꽤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어서 내 파스타가 먼저 나왔다.

봉골레 파스타인 줄 알고 시켰는데,

봉그리아라는 파스타였다. 

예상과 달리 된장 같은 소스에 다진 고기가 들어 있었다.

엠이 먼저 먹더니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내 입엔 쏘쏘한 정도.

 

곧 엠의 파스타가 나왔다.

초록색, 바질 파스타였다.

비주얼이 내 파스타보다 나아 보였다. 위에 견과류도 있고.

한 입 얻어먹었다.


맛있었다.


바질이라는 게 어떤 맛을 내는진 모르겠지만, 담백했다.

아몬드도 같이 씹히니 고소했다.

내가 먹은 파스타 중에 손꼽을 정도였다.

 

이어서 피자도 나왔다.

피자는 별이 골랐다.

별은 자기 피자라면서 혼자 다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간신히 설득해서 한 조각 가져왔다.

그런데 피자도 맛있었다.

치즈의 품질이 상당히 높은 것 같았다.

 

파스타도 그렇고, 피자도 그렇고, 내가 한국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 집은 둘 다 맛있었다.


금세 샹그리아를 마시고, 칵테일을 마실까 하다가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피자와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목에선 마른기침이 나왔지만 모른 척했다.

더운 나라로 왔으니 기침도 금방 나을 것 같았다.

 

(사실 여행 오기 전 가장 신경 쓰였던 게 기침이었다.

원래 기관지가 약했지만 나이를 먹으니 계절성으로 알레르기성 질병이 됐다.

환절기에 심하게 기침이 나왔다.

이번 나짱 여행 전에도 기침은 한참 이어졌고, 증상이 꽤 심했다.

덕분에 열심히 약도 먹었지만, 나짱에 올 때까지 증상이 이어졌다.)

 

맥주는 대체로 병맥주였고, 드래프트는 아사히 한 종류였다.

일본 맥주는 안 마신다는 원칙이었지만, 딱 한 종류니까.

(지금은 마십니다 ㅠ)


오랜만에 아사히 드래프트를 주문했다.

맥주잔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시원했다.

캬, 하는 소리가 났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별도 피자가 꽤 마음에 드는지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이후 이곳 4pizza's는 우리 가족의 나짱 최애 레스토랑이 됐다.

보름 동안 무려 4번을 왔다.

알고 보니 손님들이 제법 많은 곳이었다.

저녁이 되면 야외 테이블까지 꽉 찼다.

 

주방엔 일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아마 레시피의 힘이 아닐까.

정해진 레시피에 맞춰 서로 나눠서 음식을 만드는 구조 같았다.

 

맛있게 음식을 먹다 보니 시간이 2시가 됐다.

입실을 하러 로비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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