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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Sep 18.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D4. 마지막 아미아나

ep8.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밖이 서서히 밝아왔다.

다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을 설친 다음 날이었다.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은 안 왔다.

나짱에 와서 계속 이렇다.

한밤 중 잠에서 깨서 이런저런 공상을 하면서 잠을 설치다, 동틀 녘에 눈을 뜬다.

그래도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문을 여니 패롯이 지키고 있었다.

오늘 저 놈을 어떻게 이동을 시켜야 하나.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우리 방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닷가의 파도소리가 크게 들렸다.

멀리 크레인이 보였다.

다음에 이곳에 다시 올 땐 많이 바뀐 후겠지.


 

방을 빙 둘러 풀을 지나 비치로 나갔다.

비치엔 아무도 없었다.

비치에 놓인 파라솔도 사람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멍하니 파도소리를 들으며 지평선을 바라보니 서서히 해가 떠올랐다.

이곳의 태양은 금방 떠오르고, 금방 뜨거워진다.

남국의 태양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치를 어슬렁거리다,

메인 풀로 갔다.

발만 담글 수 있는 얕은 풀에 발을 넣고 걸었다.

 

자연스럽게 다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할 수 없지, 뭐.

그리고 분명 모든 면은 뒤집어보면 정반대가 된다.

나란 사람도 엠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불쑥불쑥 치솟는 감정적인 면은 엠에게도 불편한 점이다.

인정.

 

식당 쪽으로 가니 스탭들이 보였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니 밝게 인사를 건넨다.

 

조식도 이틀 째가 되니 어디서 뭘 먹어야 할지 감이 왔다.

오늘은 이렇게 저렇게, 계획을 세웠다.

 

엠과 별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조식을 먹었다.

화이트 커피도 두 잔을 마셨다.

이렇게 먹다 중독될 것 같다.

 

그날은 아침 일찍 비치에서 패롯과 마지막으로 놀기로 했다.

오후에 이동할 쉐라톤 호텔 풀은 어른 위주에 다소 좁은 곳이라, 패롯은 어울리지 않았다.


 

엠은 수영을 하기 싫다고 해서, 별과 둘이 패롯을 끌고 비치로 향했다.

10시 남짓한 시간인데 태양은 뜨거웠다.

꽤 많은 사람들이 비치에 나와 있었다.

한국인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스노클링 안경을 쓰고 수영을 하고 있었다.

 

별을 패롯에 태우고 끌고 다녔다.

이날도 거대한 패롯 튜브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웅성웅성 거리는 게 느껴졌다.

 

별은 패롯을 조금 타더니 금방 싫증이 났는지 해변가에 앉아서 모레 놀이를 했다.

별이 노는 곳과 가까운 곳의 해변가에 앉아서 별을 쳐다봤다.

벌써 자신의 세상에 빠져 든 것 같았다.

인어공주의 세계로 가버린지도 모른다.

 

멀리 사람들이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보였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물을 끼얹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러시안들도 제법 많이 있었다.

중년 러시아 여자가 누워서 선팅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의 러시아 아저씨는 물안경 하나만 쓴 채 파도를 가로질러 수영을 했다.

목가적인 풍경이었다.

 

스탭 몇 명이 카약을 끌고 나오는 게 보였다.

그날 모닝 프로그램에 카약 타기가 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가격은 10달러.


별과 탈만한 지 구경을 해봤다.

위태로운 카약에 커플이 타서 앉아 있었다.

스탭이 그 뒤를 밀면서 바다로 밀어냈다.

별과는 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별은 패롯으로 충분할 테지.


 

체크 아웃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별에게 마지막으로 패롯을 타자고 했다.

이번엔 좀 더 멀리 나가봤다.

아미아나 프라이빗 비치는 기본적으로 얕은 편이지만, 어느 순간 확 깊어진다.

물이 가슴에 찰 정도까지만 들어갔다.

 

별과 조금 더 놀다가 패롯을 끌고 들어왔다.

벤치에 누워서 쉬고 있던 엠도 함께 들어왔다.

물에 발을 씻어서 모레를 털었다.

비치 바로 옆에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편했다.

수도관도 나무로 만들어서 분위기 있어 보였다.

 

풀에 안전조끼를 걸어놨다.

별과 나에게 딱 맞는 크기의 조끼여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전날 별의 튜브가 터져서 튜브를 빌렸다. 그것도 반납했다.

튜브는 시내에 나가서 다시 사기로 했다.

 

별과 둘이 샤워를 했다.

생각해 보니 별과 둘이서만 샤워를 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만 6년의 시간 동안 뭘 한 건지.

 

별의 몸에서 모레를 씻기고 비누칠을 했다.

그때 별이 좀 뭉클한 말을 했다.

 

근데 아빠, 좀 떨려.

왜?

너랑 둘이 샤워하는 거 처음이잖아.

 

별도 알고 있었다. 아빠와 단둘이 하는 샤워.

이제 곧 별이 크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테지.

찡한 기분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별을 씻겨줬다. 특히 모레가 몸에 남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별과 샤워를 마친 후, 드디어 패롯의 바람을 빼는 시간이 다가왔다.

패롯을 끌고 바로 앞 잔디밭으로 나왔다.

내가 강력 주장을 해서 데려온 녀석이라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

 

자세히 보니 패롯은 바람을 넣고 빼는 곳이 여러 군데였다.

머리에 하나, 몸통의 앞과 뒤에 하나씩, 양 날개에 하나씩, 꼬리에도 하나, 이런 식이었다.

그래 해보자. 크게 숨을 내쉬었다.

태양은 잔디밭을 가득 채워 금세 땀이 났다.

어느새 밖으로 나온 별은 발을 씻는 물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우선 몸통부터 시작했다. 바람을 빼는 곳의 튜브를 열고, 바람을 그곳에 집중했다.

한참 걸렸다. 몸은 땀으로 가득이었다.

대충 몸을 뺀 후 머리로, 날개로, 꼬리로 이동했다.

저절로 말은 없어지고 표정은 굳어졌다.

별이 옆에 와서 패롯에 물을 뿌렸다.

하지만 장난을 받아줄 기력도 없었다.

멀리 엠이 나와서 바람 빼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마에 땀이 솟았다.

 

어찌어찌 바람을 뺐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워낙 거대한 녀석이다. 

그래도 100에서 20 정도까진 뺐다. 0으로 만들기는 불가능이다.

 

이번엔 노끈으로 줄어든 패롯을 포장할 차례.

머리를 접고, 양 날개를 접은 후, 꼬리를 말았다.

그리고 몸을 대충 접어서 노끈으로 묶었다.

덜 빠진 바람이 남아 있어서 몸이 부푼 곳이 보였다.

할 수 없이 튜브를 열고 대충 바람을 뺐다.

잔디밭을 뒹군 패롯의 몸통은 모레와 잔디 범벅이었다.

내 몸에도 묻었다.

엠이 지켜보는 뒤통수가 따가웠다.

 

그래도 이 정도면 됐지, 뭐.

대충 몸을 말아놓고 포기.

땀범벅이라 다시 샤워를 했다.

시계를 보니 고작 1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체감적으론 훨씬 긴 시간이었는데. 한 나절 정도?

 

짐을 싸놓고 프런트에 전화해 버기카를 불렀다.

버기카를 타고 로비로 향했다.

드디어 떠나는구나.

로비에서 그랩카를 불렀다. 

이제 쉐라톤, 나짱의 메인 스트릿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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