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내가 해외에서 자발적으로 한식을 먹을 줄이야.
남의 일로만 생각하던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별 때문에.
실제는 아마도 나이를 먹어서? ㅠㅠ
그래요, 인정합시다. 한식이 땡깁니다. 매우.
레인 포레스트를 나와 조금 걸어 베나자 스토어에 닿았다.
이곳 주변에 한식당이 몇 군데 있다.
대충 검색해 보니 대체로 비슷해 보였다.
결국 베나자 스토어 바로 옆에 있는 안식당으로 결정.
베나자 스토어에서 할인 쿠폰도 챙겼다.
식당은 2층 건물의 아담한 규모.
우린 2층으로 안내받았다.
테이블 한 곳에서 현지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한국 음식을 먹으러 일부러 온 걸까.
캐리커쳐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요리사 모자를 쓴 저분이 아마 셰프 안?
별이 원하는 떡볶이를 시키고, 어른들을 위한 제육볶음을 시켰다.
난 소주를 마시고 싶다는 욕망과 싸워야 했다.
아, 마실까.
그런데 한 병은 좀 많지 않을까.
더운 나라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면 꼭지가 돌진 않을까.
엠은 무슨 소주냐며 타박을 했다.
결국 포기했다.
물을 소주라고 생각하고 마시지, 뭐.
별과 화장실을 갔는데 이곳 화장실도 깔끔했다.
식당에서 화장실의 청결도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와, 한식이다.
떡볶이는 별을 위해 맵지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딱 맞춰서 해줬다.
고추장 맛보다는 케첩 맛이 강하다.
별도 입맛에 맞는 듯 오래간만에 맛있게 먹었다.
이어서 나온 제육볶음.
음, 이건 일단 맛은 괜찮았는데 양이 적었다.
가격에 비해 아쉬운 양.
우린 항상 배가 고프니까.
그래도 좀 전에 반미를 먹은 터라 조금만 먹기로 했다.
나물 반찬도 반가웠다.
베트남에 와서 모닝글로리 류만 먹다가 시금치를 먹으니 힘이 불끈.
아마 난 음식 때문에라도 해외에 살진 못 할 것 같다.
계산을 하면서 보니 베나자 스토어 직원들도 1층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짱에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많아도, 역시 한식이 입에 맞는 거겠죠.
친숙한 외모의 셰프가 나와서 인사를 했다.
캐리커쳐와 똑같았다.
엠이 아, 바로 그 안이시군요. 라고 말하니 환하게 웃어줬다.
셰프 안에게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했다.
부디 대박 나시길.
그런데 저녁 타임인데도 손님은 적어 보였다.
이 정도로 운영은 가능할지.
괜한 걱정 일지 모르겠지만.
짜오마오 같은 곳은 이 시간에도 가게 가득 붐볐는데.
거리로 나와서 주변을 살펴보니 주변에 한식당들이 꽤 많았다.
대체로 손님들은 그냥저냥 한 수준으로 보였다.
다들 잘 되셔야 할 텐데 말입니다.
아까 봐놨던 쇼핑샵을 구경하기로 했다.
레인 포레스트 맞은편, JW쇼핑몰.
한글로 쓴 걸로 봐서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곳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대로 손님들은 대부분 한국인들.
베트남 직원이 다가와 한국말로 말을 거는 수준이다.
입구에선 사장님으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이 서 있었다.
종류는 다양했다.
특히 나짱 관광객들의 필수템이라는 라탄백도 다양하다.
가격도 괜찮은 편.
구석에 디피된 의류 코너에 눈이 갔다.
성인 여성, 아동, 남성 의류가 쭉 전시돼 있었다.
베트남에서 입기 딱 좋은 스타일.
가격도 6천 원 정도로 저렴했다.
엠은 별과 입을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다.
의류 코너 옆엔 작은 키즈룸도 갖췄다.
와우, 역시 한국 스타일.
별과 엠은 한참 고르더니 하얀 바탕에 독특한 무늬가 들어간 원피스를 골랐다.
모녀 커플룩.
둘이 입어봤는데 제법 잘 어울렸다.
옆을 보니 같은 무늬의 남성 셔츠도 있었다.
입어볼까, 나도.
그런데 셋 다 입고 다니면 괜찮을까.
별에게 물어보니, 아빠는 다른 걸로 사. 라고 말했다.
이 녀석, 아빠가 부끄러운 거냐.
결국 난 남색 무늬의 남방으로 골랐다.
그런데 가게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중 이곳에서 산 옷을 입은 일행이 제법 많았다.
아마 이 옷을 입고 근처를 걸어 다니면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잔뜩 만나겠지.
이곳에서 일하는 베트남 남자 직원이 꽤 웃겼다.
한국말에 유창한데, 한국인 여성 손님에게 슬쩍 가더니, 베트남 남자 어때요? 라면서 뻔뻔하게 물었다.
여성 손님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봐도 당당하다.
하하. 유쾌한 직원이네요.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향해서 흥정을 해봤다.
한국인 남자 사장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기 우리 와이프가 결정을 하는 거라...
면서 말을 흐리며 멀리 베트남 여성을 가리켰다.
아, 국제결혼 커플.
사실 크게 비싼 가격도 아니어서 약간의 할인만 받고 구입을 결정.
그런데 사장님이 은근히 친절했다.
우리에게 나짱에 며칠이나 묵을 예정인지 물어서,
보름 정도, 라고 답하니 눈을 크게 뜬다.
그러더니 음식점을 이곳저곳 추천해 줬다.
특히 떡볶이 얘기를 했더니 숙소까지 배달해 주는 한국 업체를 추천해 줬다.
진심이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의 그 골목을 지나 다시 나이트 마켓으로 갔지만,
여전히 문이 닫혔다.
역시 오늘 휴일인 건지.
바로 그랩카를 부르려고 했지만, 갑자기 데이터가 잡히질 않았다.
결국 여기저기 옮기다 간신히 데이터를 잡고 그랩카를 불렀다.
그랩카를 기다리다가 피트니스를 발견했다.
1층에 위치한 오픈형 피트니스다.
한국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구조다.
안에 기구들도 제법 갖춘, 전문적인 곳 같았다.
안에선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인데, 대단들 하십니다.
잠시 후 도착한 그랩카를 타고 다시 참파 아일랜드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