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기억은 왜 지워지지 않고 모서리만 둥글어질까 – 루이의 시간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모양이 바뀌는 일이다.
오늘 그녀는 책상 옆에 서서 서랍 손잡이를 잡았다.
금속이 조금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서랍이 앞으로 밀리며 안쪽에 쌓인 먼지가 살짝 떠올랐다.
빛이 그 먼지 사이로 스며들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유리창을 타고 내려온 흐린 빛이 바닥을 얇게 덮고 있었다.
서랍 쪽으로 고개만 돌렸다.
그녀는 서랍 안에서 낡은 노트를 꺼냈다.
표지의 모서리는 둥글게 닳아 있었다.
손가락이 그 둥근 부분을 한 번 쓸고 지나갔다.
노트는 처음에 쉽게 열리지 않았다.
페이지끼리 조금 붙어 있었다.
그녀는 엄지와 검지를 더 깊이 넣어 종이를 들어 올렸다.
종이가 떨어질 때 얇은 소리가 났다.
첫 장은 한 번에 넘어갔다.
두 번째 장은 중간에서 잠깐 멈췄다가 넘어갔다.
세 번째 장을 펼친 뒤에는 손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페이지 위의 글씨는 고르지 않았다.
어떤 줄은 또렷했고, 어떤 줄은 번져 있었다.
잉크가 옅어진 자리에서 종이의 결이 더 잘 보였다.
빛은 그 부분만 조금 더 하얗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서 몸을 풀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발이 닿을 때마다 짧은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책상 아래로 흘러 들어갔다.
그녀는 노트를 천천히 덮었다.
표지가 다시 평평해질 때까지 손바닥으로 눌렀다.
노트는 서랍 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서랍 안에 바로 넣지는 않았다.
서랍 안에는 접힌 영수증과 오래된 명함, 작은 사진 한 장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맨 위에 있던 영수증을 꺼냈다.
시간이 지나 종이가 조금 말려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모서리를 펴다가 멈췄다.
영수증은 다시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대신 옆에 있던 사진이 손에 올라왔다.
사진의 네 모서리 중 두 개는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빛이 닿는 부분만 색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책상 위에 잠시 올려두었다.
바람은 없었지만, 사진 한쪽이 아주 조금 들려 있었다.
그녀는 그 부분을 검지로 눌러 평평하게 만들었다.
나는 책상 가까이까지 걸어갔다.
그녀의 발 옆에서 멈춰 섰다.
책상 아래 그림자가 나와 그녀의 발 사이에 얇게 깔려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다시 집어 들었다.
한 번 더 들여다본 뒤, 조용히 서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사진은 다른 종이들 사이로 들어가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서랍은 이번에는 한 번에 닫히지 않았다.
그녀는 손잡이를 반쯤 밀고 멈췄다.
안쪽에 있던 물건들의 위치를 한 번 더 눈으로 살폈다.
그러고 나서야 끝까지 밀어 닫았다.
서랍이 닫히는 소리는 처음보다 낮고 짧았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서랍 앞면을 한 번 두드리듯 눌렀다.
그 움직임은 서두르지 않았다.
나는 다시 창가로 올라갔다.
유리창에는 둥근 자국이 하나 남아 있었다.
안쪽에서 닿은 손이나 컵의 흔적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빛이 그 자국의 가장자리만 얇게 따라가고 있었다.
가운데 부분은 조금 더 흐릿했다.
나는 그 둥근 자리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손에 덜 걸리도록, 모서리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