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의 세계

08. 인간은 왜 상처를 품고도 사랑을 향해 걸어갈까 – 루이의 회복론

by 이서

회복은 완치가 아니라 ‘다시 걸을 수 있음’의 증명이다.


오늘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렸고, 손끝은 잠시 멈춰 있었다.

나는 침대 아래에서 그녀의 발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불을 정리하려던 손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끝을 잡아당기자 주름의 절반 정도가 펴졌고, 그녀는 더 펴지 않은 채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욕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문이 닫혔다.

나는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각도가 조금 달라져 있었고, 밖에서는 차 한 대가 지나가는 소리가 잠깐 들렸다가 사라졌다.

한동안 집 안에는 별다른 소리가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뒤 나는 다시 방 쪽을 보았다.

그녀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와 옷장 앞에 서 있었다.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로 내려와 있었고, 카라 없는 옷의 목선이 가지런했다.

옷장을 열자 옷들 사이로 작은 상자가 보였다.

그녀는 상자를 꺼내지 않았다.

손이 그 옆을 스치듯 지나갔고, 그 자리에 있던 셔츠가 빠져나왔다.

오늘은 밝은 색이었다.

단추를 잠그는 속도는 고르지 않았지만, 끝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단추에서 잠시 멈췄다가 다시 손이 움직였다.

나는 창가에서 그 과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후 부엌에서는 컵을 두 개 꺼내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잠시 서서 컵을 내려다보다가 하나를 다시 제자리에 넣었다.

남은 컵 옆에 작은 접시를 놓은 뒤 티백 하나를 올려두었다.

평소에는 꺼내지 않던 종류였고, 포장지 끝의 금선이 빛을 받았다.

식탁 한쪽에는 편지봉투가 놓여 있었다.

전날 문 앞에 두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봉투를 들어 올렸다가 열지 않은 채 가방 옆에 두었고, 이번에는 방향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식탁 아래로 이동했다.

그녀의 발끝이 식탁 다리 근처에서 잠시 멈췄고, 발등이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펴졌다.

휴대전화가 짧게 한 번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했고, 짧은 문장을 읽은 뒤 엄지손가락이 화면 위를 두 번 지나갔다.

답장은 바로 보내지지 않았지만 화면은 꺼지지 않았다.

그녀는 전화기를 손에 쥔 채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현관에 놓아두었던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가방 안쪽을 한 번 더 확인했고, 그 안에서 작은 상자가 나왔다.

리본 한쪽이 느슨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고치지 않은 채 상자를 가장 안쪽에 넣고 손으로 한 번 눌렀다.

신발장 문을 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구두 한 켤레를 집어 들어 바닥에 놓았다.

구두를 나란히 두었지만 왼쪽 굽이 조금 틀어져 있었고, 그녀는 다시 손으로 밀어 두 굽을 정확히 맞췄다.

나는 그녀의 발목 근처까지 다가갔다.

발이 구두 안으로 들어갈 때 짧은 소리가 났고, 그 소리는 금방 가라앉았다.

거울 앞에서 그녀는 머리카락을 한 번 넘겼다가 다시 고쳐 넘겼다.

이번에는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유리 표면을 손바닥으로 한 번 스쳤다.

문고리를 잡은 손이 잠시 멈췄다가 이내 힘차게 밖으로 밀어냈다.

문이 열리며 복도 공기가 안으로 살짝 밀여 들어왔다.

그녀는 나갔고, 문이 곧 닫혔다.

나는 현관 앞에서 남은 발자국 자리를 바라보았다.

두 발의 방향은 같은 쪽을 향하고 있었다.

잠시 뒤 문 밖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한 번 들렸지만, 그 소리는 반복되지 않았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안은 채, 다른 쪽을 향해 몸을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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