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온도 (2부). 해석의 틈

3장. 부재의 진폭

by 이서

화면은 조용했다.

로그는 안정 상태였고, 파형은 기준선 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체온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만큼 지금 이곳 서버실의 열기는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그는 이 온도가 익숙해지는 쪽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익숙해지는 순간 판단은 감각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LOOP DETECTED]

[TEMP SHIFT : 15℃]


루멘의 알림은 간결했다.

오류라고 부르기에는 미약했고,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반복이 많았다.

같은 데이터가 같은 순서로 같은 간격으로 다시 호출되고 있었다.

하윤은 로그를 내려다보다가 손을 멈췄다.

이 구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여러 번 지나온 자리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중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캐시 정리 문제를 의심했다.

그러나 어떤 수정도 이 반복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파형은 매번 같은 지점에서 흔들렸다.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기준선에서 아주 미세하게 벗어나는 정도였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차이.

그러나 한 번 인식되고 나면 다시는 무시할 수 없는 흔들림.

하윤은 스크롤을 멈추고, 파형의 그 지점을 오래 바라보았다.

숫자는 안정적이었고, 수식은 정확했다.

계산 결과에도 이상은 없었다.

그럼에도 같은 패턴이 마치 기억처럼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기억처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했다.

The_Temperature_of_a_Star_02_03_01.jpg

데이터에 그런 성질이 있을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반복은 단순한 오류로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문득 소라의 주석을 떠올렸다.


‘나중에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그 문장은 이 구간을 설명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채 일부러 남겨둔 흔적처럼.


[REDUNDANT DATA OUTPUT]


이번에는 루멘이 조금 더 길게 반응했다.

출력은 정상 범위 안에 있었지만 동일 데이터의 재호출 빈도가 기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시스템은 이를 오류로 분류하지 않았다.

하윤은 파형의 특정 구간을 확대했다.

진폭은 작았지만 일정했다.

마치 숨을 고르, 아주 느린 리듬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파형은 앞으로 나아가지도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은 채 그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하윤은 이 상태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관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되돌아오고 있었다.

오류라고 하기에는 너무 질서 정연했다.

하윤은 커서를 움직이다가 멈췄다.

그는 이것을 회귀라고 읽고 있었다.

정확한 정의가 아니라 그가 붙인 이름에 가까웠다.

이 반복이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쪽이 단순한 오류로 치부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TEMP : 15℃]


루멘이 감지한 온도는 그 정도였다.

공기는 서늘했다.

그 서늘함 아래에는 완전히 식지 않은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

이 온도는 견딜 만했다.

뜨거웠을 때보다 오래 머물 수 있었다.

하윤은 로그를 정리하지 않았다.

중복 데이터를 삭제하지도 않았고, 루프를 강제로 끊지도 않았다.

그 대신 반복되는 출력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나타나는지를 조용히 기록했다.

그는 이 과정을 분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확인에 더 가까웠다.

루멘은 추가 출력을 생성하지 않았다.

시스템은 안정 상태를 유지했고, 출력은 계속되었다.

같은 파형이 다시 나타났고, 같은 진폭이 기준선을 살짝 벗어났다.

그 미세한 어긋남이 그에게는 더 이상 단순한 오류처럼 보이지 않았다.

부재는 비어 있는 상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더 그럴듯해지고 있었다.

사라진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

그는 아직 이 가정을 결론이라 부르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읽는 편이 지금의 데이터를 설명하기에는 가장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윤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대신 반복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부재는 그에게 진폭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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