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힘껏 하다 보면 금방 숨이 찰 때가 있다. 무릎이 아플 때가 있다. 10바퀴를 돌려 했는데 3바퀴 때부터 그러면 계속 고뇌하며 달려야 한다. 처음엔 힘들면 바로 쉬었다. 쉬면 몸이 식어 다시 달리기 어렵다. 고기 먹다가 멈추고 굽고 다시 먹으려면 안 들어가는 느낌처럼.
뛰다가 또 쉬고 싶었다. 그런데 쉬고 싶다는 느낌이 몸이 하는 뻥 같단 생각이 들었다. 더 뛰어도 되는데 더 뛰기 싫어서 거짓말한다 생각했다. 무시하고 뛰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달릴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달린 날 다음 날엔 근육통이 있었다. 하지만 근육통은 성장통이다. 몸은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움직이기 싫어하지만 그건 성장을 싫어하는 게 된다. 내가 진짜 힘든지 아닌지를 구분해야 한다. 진짜 힘든 만큼 해야 성장할 수 있다.
이제 몸의 뻥에 개의치 않고 달리게 됐다. 그러다 도무지 뛸 수 없는 상황이 와버렸다. 신발 끈이 풀린 것이다. 걷는 중에는 언제든 묶고 다시 걸어도 지장이 없었다. 뛰는 중에 멈추면 그때까지 자신에게 했던 '목표 지점까지 쉬지 않겠다' 란 다짐이 물거품 된다. 정말 합당한 이유이다. 신발 끈이 풀린 상태에서 달리면 다치니깐 묶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묶는다. 다시 뛸 때는 원래 뛰던 느낌도 안 나고 몸의 합리화가 들끓는다. 한 번 쉬었으니 계속 쉬자고. 그렇게 쉬는 건 되고 이렇게 쉬는 건 안 되느냐고. 결국, 얼마 못 뛰고 쉬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제대로 달릴 거면 풀리지 않게 줄을 묶어야 한다고. 쉴 만한 핑계가 생기지 않게 미리 준비하는 게 실력이라고.
이러나저러나 위 두 깨달음을 얻은 건 어쨌든 꾸준히 매일 달렸기 때문이다. 달리면서 생긴 마음과 생각을 예민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달리는 게 천성이 아닌 이상 몸에 익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적게 달리나 많이 달리나 먼저 중요한 건 일단 달리는 것이다. 처음엔 생각만큼 못 뛸 것이다. 그래도 달리는 게 중요하다. 달리다 보면 어떻게든 언젠가는 늘 것이다. 성장에 조급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자. 여유의 전제는 '성장할 것이다.'라는 낙관이 깔렸다. 이 낙관이 실현되려면 꾸준히 해야 한다. 어제보다 못 달릴 수도 있다. 오늘은 뛰기 싫을 수도 있다. 날이 추워서, 몸이 찌뿌둥해서, 좀 그래서. 그런 마음의 소리에 그렇구나 해주곤 그냥 달리자. 언젠간 먼저 달리고 싶다고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배경 출처 : Andrés Nieto Por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