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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Nov 29. 2015

얻기 위해 포기할 용기

스티브 잡스와 유재석이 알려준

저희 조직구조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또한 저희는 소수의 일에 집중하고 그것들을 매우 잘하려 노력합니다. 집중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면 그것을 위해선 'Yes'라고 말하는 대신 'No'라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저희는 여러 일을 의도적으로 안 하기로 합니다. 소수의 일에 집중하고 그것들을 매우 잘하기 위해서 말이죠.

스티브 잡스, 2001년 인터뷰 중 (스테이지5 번역 참조)


이제 연말이 다가온다. 연초에 세운 계획들이 어느새 희미해질 시기다. 동시에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에 할 계획들을 준비하는 때다. 보통은 나도 그랬는데 올해는 달랐다. 9월쯤에 갑자기 계획이 생겼다.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겠다고. 


뿌연 나날 가운데 계속 아무 방향도 정하지 않고 가느라 지쳤다. 멈추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면서 해왔던 것들을 돌아봤다. 그 길들이 보여준 여러 갈래 중에 한 길이 확실하게 보였다. 그 길이 마음에 들었다. 그게 9월 말이었고 준비하기로 후 바로 시작했다.


준비한 지 두 달이 지났고 어느새 연말이 다가왔다. 다음 달 계획과 새해 계획을 동시에 세워야 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위해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그 외에 삶에선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할수록 고민이 쌓여갔다. 하고 싶은 일들을 내 삶에 채울수록 한정된 시간이 포화하였다. 처음 결정을 내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만 하려 해도 문제는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을 때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면 하고 싶은 일이 많을 때는 온갖 짐을 지고 산행을 하는 것 같았다. 


집중은 YES가 아닌 NO부터


그때 스티브 잡스의 말을 보게 됐다. 내가 지치지 않고 목표한 곳에 이르기 위해선 빼고 내려둘 짐을 먼저 꺼내야 했다. 그러니 모든 짐에 'Yes'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라 'No'해야 할 짐을 찾아야 했다. 정말 꼭 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이것도 필요할 것 같고 저것도 필요해 보였다. 이게 없으면 이럴 때 불편하고 저게 없으면 저럴 때 불편해 보였다. 그냥 다 필요해 보였고 다 가져가고 싶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담배도 끊고 슈퍼맨이 되어 간다는 하하의 말에)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돼), 이 두 개를 다 가질 수는 없겠더라고. 사실 나이는 한 살 한 살 들어가고, 일 년 일 년 갈수록 체력적으로도 뭐도 이렇게 대비를 시키지 않고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내일 일을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해낼 수 없고, 담배도 마찬가지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어, 이거 좀 숨이 차는데? 이거 좀 버거운데?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앞에서 누군가 뛰었을 때 아슬아슬하게 하려면 내가 그 사람만큼 아슬아슬하게 잡을 수 있어야 그게 재밌잖아.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내가 담배 피우는 게 좋더라도 끊어야지. 뭐 이유는 단순해.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어. 뭔가는 포기해야 해.

유재석, <무한도전 300회 쉼표 특집 중>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할 용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필요한 진짜 용기


모든 것에 Yes를 하면 할수록 고민이 되었다. 고민의 고민이 점점 쌓여 숨이 턱 막히게 짓눌리게 했다. 그러다 유재석 씨의 말을 오늘 보았다. 한 줄기 빛이었고 붙잡을 동아줄이었다. 무언가 정말 하고 싶다면 용기가 필요하다. 결정한 것을 밀고 나갈 용기와 하고 싶은 다른 것을 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용기는 있었다. 그 용기로 지금 하고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을 용기는 없었다. 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걸 손에 쥐고 있었다. 내가 정말 쥐어야 할 것이 와도 쥘 수 없음을 알았다. 이건 두 손으로 꽉 잡아야 한다. 다른 것들을 쥐고 있으면 잡을 수 없다. 내가 정말 이걸 쥐고 싶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했다. 


내가 정말 쥐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자. 모든 걸 쥘 수 없다. 이것저것 다 쥐고 싶다면 사실 정말 쥐어야 할 것을 모르는 것이다. 내가 두 손을 다 써서 꽉 잡아야 할 것,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을 생각하자. 그리고 그것을 잡기 위해 손에 있던 다른 것을 내려두자. 딱 잡았다면 이제 다른 것을 쥘 생각을 하지 말자. 얻기 위해 포기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 용기를 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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