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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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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니 Nov 03. 2024

첫 번째 조각: 잠잠할 묵(默)

아이는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던 이는

친구도, 선생님도, 엄마도

그 누구도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

아이의 허황된 꿈을 견딜 수 있는 이는

어째서인지 그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 듯 보였으나

그조차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달아버렸다


아이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져 가며

모순되게도 단단해져가고 있었다


근육이 찢기고 회복되는 과정마냥


아이는 마음의 동굴 속 자신을 가두기로 다짐했다

그 문을 굳게 잠그기로 결심한 채


실은 문 앞에서 웅크리고 있는

애정 어린 관심과

다정한 노크를 기다리고 있는


오늘따라 할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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