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자동차 카르텔
부유층의 장난감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 전기차를 만들던 테슬라는 점차 자사의 트림을 넓히며 보급형 자동차까지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최근 출시된 모델 3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받을 경우 2천만원 대로 구입이 가능하며 1회 충전으로 약 350km를 주행할 수 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함께 메가 팩토리를 건설 중이며, 공장이 완공될 경우 2020년까지 연간 100만대 생산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판매량이 늘고, 시장의 관심이 커져감에 따라 테슬라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테슬라는 포드와 GM의 시가총액을 연이어 추월하며 미국 내 시가총액 1위 자동차 생산업체로 등극하기도 하였다.
그래프는 최근 6개월 간 테슬라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은 야후 파이낸스 기준, 611억 달러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주요국의 경제는 석유-자동차 카르텔에 의해 사실상 장악되어 왔다.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로써 전 세계에 걸쳐 고용창출을 하고, 복수의 국가에 세금을 내며, 수십년간 경제를 주도하며 부를 창출해왔다.
엑손 모빌, 로얄 더치 쉘 등 석유 기업의 주요 소비자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이다. 내연기관의 발달과 함께 석유 업계 또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현재 엑손 모빌의 시가총액이 3480억 달러, 로얄 더치 쉘의 시가총액이 2351억 달러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611억 달러이므로, 엑슨 모빌은 테슬라에 비해 대략 5배 가까운 기업가치를 자랑한다.
2016년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중 China National Petroleum이 3위, 로얄 더치쉘이 5위, 엑손 모빌이 6위, 폭스바겐이 7위, 토요타가 8위, British Petrolem이 10위, Dimler가 16위, GM이 20위 이다.
원유의 가격이 자동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자동차 판매량이 원유 생산 기업들의 시가총액에 영향을 주며, 이들은 함께 성장해왔다. 이에 이들을 묶어 석유-자동차 카르텔이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테슬라의 적은 GM이나 Ford 같은 한 두개의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 부품업체, 원유 생산업체, 철강업체들이 모두 테슬라의 적이다. 테슬라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테슬라의 적들은 타격을 입는다. 전기차에는 트랜스미션이나 엔진 같은 내연기관의 많은 부품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에 비해 전기차에 소요되는 부품 수는 절반 정도라고 한다. 부품 하나하나마다 그것을 생산하는데 관계되어지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음을 생각해볼 때, 이는 기존 산업에 대한 어마어마한 파괴이다.
전기차의 에너지원인 전기는 석유 뿐 아니라 석탄,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된다. 기존의 자동차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원유의 부산물로 움직이던 것과는 별개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자원이 다원화된다. 이 자체만으로도 전기차의 부상은 원유 생산업체에게는 위협이 된다. 심지어 테슬라는 합병한 솔라시티를 통해 태양광 발전에 기반한 전력 생산 플랜트들을 소유하고 있다. 가정에 쉽게 설치 가능한 기왓장 형태의 태양광 패널, 대용량 배터리 설비 등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엘론 머스크가 밝히는 테슬라의 비전은 인류의 석유의존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테슬라는 엑손 모빌과 같은 원유 생산업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한편, 기존의 완성차업체는 자동차의 표준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전기차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수백년 동안 축적된 내연기관에 대한 기술과 경험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내연기관이 전기차에 완전히 대체되기 전까진 내연기관을 완전히 포기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적화된 공급사슬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고, 자사의 수많은 훈련된 노동자들 역시 내연기관 제조에 특화되어 있다. 포르쉐에는 포르쉐만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주행감, 변속감이 있다. 수십년동안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요소들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이 무용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다고 밝혔다. 테슬라에게 있어 트럼프 행정부는 큰 위기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디트로이트와 미시건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이들 지역은 한 때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계를 바탕으로 성장하였지만, 폭스바겐, 토요타 등의 유럽 및 아시아권 경쟁자들과 테슬라 등 신규 경쟁자들에 밀리며 러스트벨트(실업률이 높고 경제가 침체된)로 전락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이들 지역의 반격이다. 당장 언제든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할 수 있다. 모델 3가 보조금 혜택을 통해 2천 만원 대에 팔리나, 보조금이 없을 경우 4천 만원 대의 자동차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테슬라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유럽조차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석유-자동차 카르텔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당선되며 정치를 장악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독일에서만 폭스바겐이 50만, 다임러-메르세데스 벤츠가 27만, BMW가 10만 명을 고용한다. 이들 완성차 업체에 직접 고용된 인원만 100만 명에 육박한다. 독일 인구가 8000만 명이니 독일 사람 80명 중 1명은 이들 완성차 업체에서 일한다. 이런 자동차산업과 연관된 수많은 중소, 중견기업들까지 합쳐진다면 자동차 연관산업의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테슬라는 이들 모두에게 현존하는 위협이다.
2016년 테슬라는 채 8만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폭스바겐은 1031만 대, 토요타는 1021만 대, GM은 957만 대를 생산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0년이 되어야 테슬라는 겨우 100만 대를 양산한다. 한편, 테슬라는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이다.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완성차 업체들은 안정적으로 형성된 환경을 바탕으로 경쟁한다. 자동차를 위해서는 카센터와 주유소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 주유소는 1만 2천여 개가 존재한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소는 700 개 정도이다. 전기차를 전문으로 수리할 수 있는 인력 또한 태부족이다. 테슬라와 전기차의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해야만 전기차와 관련된 인프라가 확충될 수 있다. 또 생산량이 늘어야 연관산업이 성장하고 고용창출 능력이 증대되어 국가경제 내에서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테슬라는 기존의 석유-자동차 기반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강력한 변종이다. 테슬라는 완성차 업계에도, 부품업계에도, 원유생산업계에도 위협이 된다. 이들은 세계의 국가경제에서 굉장히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향후 국가를 통해 테슬라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테슬라는 전기차의 선봉장이다. 테슬라의 생산량,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해야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확충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위한 인프라는 이미 확충되어 있다. 정비부터 주유소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인프라는 내연기관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인프라가 없으면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는다. 한편, 테슬라는 다른 석유-자동차 카르텔에 해당하는 업체에 비해 고용창출, 연관산업 규모, 경제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크게 뒤쳐진다. 친환경과 경제 앞에서 국가가 친환경의 손을 들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하루속히 생산대수와 판매대수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킴으로써 인프라가 확충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