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차의 위협
바뀌어갈 미래를 기다리며, 내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나름대로 예측해보고자 한다. 아무리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정보는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정리하는 내용은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불확실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가진 지식과 지성을 총동원하여 나름대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석유는 점차 고갈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자동차와 내연기관으로 인한 환경 오염 역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으며, 내연기관 이후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과연 내연기관 이후에 인류의 모빌리티를 담당할 자동차는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
하이브리드(HEV) 일반 내연기관에 모터와 배터리가 추가된 개념으로 주행 중 발전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배터리와 모터가 주행을 도움으로써 연비를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결합한 방식으로 가정에서 전기를 충전하여 달릴 수 있고, 충전된 전기를 모두 소모하면 가솔린으로 달릴 수 있다. 일반 가솔린 차보다 연비효율이 높고, 더 청정하며, 전기차에 비해서는 가솔린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전기차(EV, 혹은 BEV) 순수히 전기만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돌려 구동된다.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구조가 단순하며 부품수가 적어 공간활용과 정비가 용이하다. 다만 현재까지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길고,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상대적으로 짧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도요타에서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방식으로 전기차가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한다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탱크에 수소를 충전하고 이 수소로 전기를 발전해 모터를 구동한다. 전기차에 비해 충전속도가 빠르며, 집에서 자동차를 통해 전기를 발전할 수 있어 정전 등 재난상황에서 도움이 된다. 다만 현재까지 수소의 생산단가가 비싸고, 수소탱크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비교적 큰 비용이 소요되어 자동차 가격이 비싸다.
이들 중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의 완벽한 대안이라기 보다는 과도기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간주되는데, 그 이유는 보유하고 있는 내연기관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내연기관을 위해 구축된 인프라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달콤한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시장의 표준이 결국 전기차나 수소차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됨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주력하는 기업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주는 달콤함에 빠져 혁신을 게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의 자동차의 구동방식 중 전기차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수소연료전지차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당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의 장점과 내연기관의 장점을 모두 갖춤으로써 큰 위협이 된다. 그러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넥스트 표준이 되기는 어렵다.
첫째,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여전히 공해를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전기차보다 적은 보조금이 지급되어 전기차에 비해 가격경쟁에서 불리하다. 둘째, 자동차 구조가 복잡하고 소요되는 부품의 개수가 많아 정비 및 유지관리가 힘들고 가격경쟁에서 불리하다. 셋째,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전기차에 비해 매우 짧다. 주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가 40km 안팎을 전기만으로 주행한다면, 테슬라의 모델S는 400km 이상 주행 가능하다. 넷째, 완속방식 충전으로 인해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 이러한 이유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과도기적 대안일 수 있으나, 점차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에 미래를 내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와 함께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첫째, 수소연료전지차는 청정 자동차로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둘째, 내연기관 차가 가솔린을 충전하듯 수소를 충전하므로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에 비해 짧다. 전기차가 빨라도 20분은 걸리는 데 반해, 수소연료전지차인 토요타의 미라이는 채 3분이 걸리지 않는다. 셋째, 전기차 보급이 발전소부터 송전설비까지 전 전력시스템을 증설하고 확장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반면에, 수소연료전지차는 주유소처럼 수소충전소를 세우고 주유소와 유사한 방식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난관이 적다. 넷째, 전기차의 배터리가 충방전을 지속함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 반해 수소연료전지차는 그런 걱정이 적다. 다섯째, 세계적으로 생산된 전기의 약 80% 가량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되어 청정에너지라고 말하기 어려움에 반해 수소는 상대적으로 더 청정한 방법으로 생산된다. 여섯째, 수소연료전지차는 정전 및 자연재난 상황에서도 이용가능하며, 수소연료전지차가 발전기의 역할을 하여 전력난시 가정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토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주력하고, 현대차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해나가는 것은, 수소연료전지차가 이러한 가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테슬라도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해야 하는가? 수소연료전지차가 진정한 미래의 답인가? 나는 아니라고 믿는다.
첫째, 수소는 전기에 비해 범용성이 낮다. 전기는 화석연료로도, 원자력으로도, 풍력 및 태양광 발전으로도, 심지어 수소로도 생산될 수 있다. 전기차는 전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언제든 충전가능하고, 전기는 어디에나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수소가 있어야만 구동이 가능하다.
둘째,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에 비해 중앙집권적이다. 수소는 공장을 통해 대규모로 생산되어야 하고 특유의 위험성 때문에 가정에서 생산하기 힘들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휘발유나 경유와 유사한 방식으로 분배되고 사용된다. 반면에 전기는 태양광이나 풍력을 통해 지역단위로, 혹은 심지어 개인이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수소에 비해 생산방식이 지방분권적이다.
셋째, 수소에 비해 전기의 생산단가가 저렴하다. 전기는 수소로도, 태양광으로도, 원자력으로도 생산되므로 하나의 발전 방식이 가격경쟁력이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면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소의 생산은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방식, 촉매를 이용하는 방식,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 등 상대적으로 적은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며, 어떤 방식도 아직 저렴하지 않다.
넷째, 전기차가 미래에 더 적합하다. 근미래에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를 무선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전력을 송신받아 계속해 달릴 수 있다. 충전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된다면, 차의 소유조차 불필요해질 수 있다. 계속해 전기를 공급받으며 도로를 움직이는 자동차를 우리는 잡아 타기만 하면 되고, 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다. 또, 핵융합발전(일반 원자력 발전은 원자폭탄과 같은 우라늄/플루토늄의 분열을 이용함에 반해 핵융합발전은 수소가 융합해 헬륨이 되며 발생시키는 에너지를 이용하며, 태양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처럼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이 상용화되거나 우주태양광 발전 등이 현실화되면 (물론 먼 미래이지만) 전기의 가격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낮아져 전기차가 유리해질 수도 있다. 또, 엘론 머스크가 주장하듯, 인간이 지구를 떠나 화성 등에 정착한다면, 화성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전기차가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점차 내연기관은 사라져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현재의 전력시스템으로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맞이할 수 없다. 발전소가 증설되어야 하고 송전시설 역시 업그레이드 되어야하며 변전소 등의 용량도 증축되어야 한다. 전기차 충전설비가 설치되는 것과 함께 말이다. 매년 여름, 전력량의 부하로 블랙아웃을 겪거나, 실내온도를 규제하며 절전을 유도하는 현재 상황에서 전기차의 보급은 달갑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화석연료의 가격이 오르고, 원자력발전소를 줄여나간다면 전기의 가격은 오를 것이다. 전기차의 보급으로 전기의 수요가 늘어나면 역시 전기의 가격은 오를 것이다. 이런 경우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충전시간이 짧고, 중앙생산을 통해 수소를 운반하여 수소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면 된다.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만 있으면 전기차 보다 유리해질 수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혹은 수소차와 하이브리드 형태로의 공존은 상상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공존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국가 차원에서는 전기차 충전소와 더불어 수소 충전소를 동시에 지원하기 쉽지 않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가정에서도 충전가능한 반면에, 완전 전기차나 완전 수소연료전지차를 위해서는 전용 충전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혹은 세계 차원에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중 표준을 선정하거나 정책적으로 한 형태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테슬라 생산 판매 대수가 약 8만 대. 수소연료전지차 생산 대수는 2000여 대 수준이다. 아직은 전기차에게 유리한 시장이다. 그러나 토요타가 일본 정부와, 현대가 한국 정부와 제휴하여 수소 상용차를 제작하고 수소 충전소를 설치해나가는 것을 볼 때, 수소연료전지 차는 언제든 전기차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