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벅스턴, <사용자 경험 스케치>의 예시로 배우다
빌 벅스턴의 <사용자 경험 스케치>에서는 마이티 OJ와 오렌지 X라는 수동식 오렌지 착즙기를 예시로 들며 사용자 경험을 비교한다. 둘 다 유사한 디자인, 유사한 사용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사용자 경험은 전혀 달랐다.
마이티 OJ의 생김새를 살펴보자. 착즙기에 반으로 자른 오렌지를 올리고 레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작동하는 방식이다.
마이티 OJ와 유사하게 레버를 이용한다. 반으로 자른 오렌지를 얹고 레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오랜지 주스를 만들 수 있다.
얼핏 보면 생김새도, 사용방식도 비슷하지만, 이 두 제품은 사실 작동원리가 전혀 다르다. 또한, 이런 작동원리의 차이에서 사용자 경험 역시 판이하게 달라진다.
마이티 OJ의 제품 평면도를 보자. 레버는 톱니바퀴와 결합되어 있고, 사용자가 레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레버와 결합된 쇠톱 모양의 지지대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착즙을 하게 만든다.
오렌지를 얹고 레버를 내리면 처음에는 약한 힘으로도 내려가다가 오렌지를 끝까지 짤 수록 점점 가해지는 힘의 크기는 커진다. 오렌지를 끝까지 짜내려면 제법 많은 힘을 가해야 한다.
다음으로 오렌지 X의 평면도를 살펴보자. 빨간색은 레버 부분이며 검은색은 제품 본체, 자주색은 고정 핀이다. 레버는 자주색 고정핀을 통해 제품 본체의 지지대와 착즙기의 윗부분에 결합된다. 1번 화살표처럼 레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2번 화살표에서처럼 착즙기의 천장이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움직인다.
오렌지를 얹고 레버를 내리면 착즙이 진행된다. 마이티 OJ와 비교할 경우 훨씬 적은 힘으로도 끝까지 오렌지를 짜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마이티 OJ보다 오렌지 X가 더 적은 힘으로도 오렌지를 짜낼 수 있을 까? 답은 간단하다. 오렌지 X가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적은 힘으로도 쉽게 짜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마이티 OJ는 톱니를 한칸 한칸 움직여 착즙기를 조일수록 눌리는 오렌지가 스프링처럼 압축되는 과정에서 더 큰 힘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저자 빌 벅스턴에 따르면 마이티 OJ에 비해 오렌지 X의 사용자 경험이 더 뛰어나다. 첫째, 적은 힘으로도 간단히 착즙할 수 있다. 둘째, 마이티 OJ가 한칸한칸 톱니를 굴려 내리는 느낌으로 감성적으로 단조로운 반면, 오렌지 X는 지렛대인 레버를 움직여 오렌지가 짜이는 느낌을 손으로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감성적인 만족감이 더 크다.
UX, 혹은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 회사와 상호작용 하며 가지게 되는 느낌이나 경험을 의미한다. 이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과정에사 만들어진 개념으로 인터렉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사용성(Usability), 정보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 인간공학(Human Factors Engineering)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 웹 및 앱 개발 등에서 중요시 되는 UX는 사용성(Usability), 사용자의 감성(Affect), 사용자 가치(User Value)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요소들은 주관성이 강한 관계로 UX를 척도화하고 정확히 측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UX를 디자인 과정에서 이용하는 경우 심리학, 소비자행동론, 마케팅리서치 방법론 및 통계분석 방법론, 그로스해킹, 시스템 설계 방법론 등을 활용하여 체계화 하고 수치화한다.
UX란 비록 HCI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하였고, 현재 앱 개발 과정에서 주목받는 개념이지만, 위에서 오렌지 주스 착즙기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소프트웨어에만 국한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UX는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화면)와 묶여 사용되거나 혼동되기도 한다.
사실 UX라는 것이 디자이너의 영역인지, 기획자의 영역인지, 개발자의 영역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사용자 경험을 증대시키는 것은 어떻게 본다면 마케팅이기도 하며, 기술공학이기도 하며, 디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UX를 연구하고 측정하는 방식 또한 마케팅적, 기술적, 디자인적 방법이 모두 활용되기에 더욱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UX를 바탕으로한 앱 설계를 UX Design,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UX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아마 영어에서 Design이 설계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단순히 UX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UI를 제작할 수 있고, 프로그래밍을 이해하는 디자이너를 풀 스텍 디자이너(Full-stack Designer)라고 한다. 풀 스텍 디자이너라 함은, UX에 대한 이해, UI 디자인 능력, 프로그래밍 능력, 기획 능력을 모두 갖춘 디자이너를 의미한다. 이러한 풀 스텍 디자이너는 개발자나 기획자와 소통할 수 있고 간단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끊임없이 문제에 봉착하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며 급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시간과 자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을 개발자는 개발만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을 뺏겨서도 안 되는 구조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현업에서는 UX/UI부터 앱개발 언어에 대한 이해, 나아가 기획적 지식까지 훈련된 풀 스텍 디자이너가 선호된다.
참고문헌 : <사용자 경험 스케치>, 빌 벅스턴,고태호 유지선 역, 인사이트, 2010 / 네이버 지식백과, 휴머니타스 테크놀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