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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won Kong Jun 26. 2017

아이팟, 3년의 인내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애플의 성공스토리

1. iPod의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가 스티브 잡스, 혹은 애플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모습은 검은 옷차림의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신제품을 발표하고 청중들은 브라보를 외치는 장면이다. 그러나 적어도 2001년, 첫 아이팟 출시는 이런 장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팟이 처음 출시된 때로부터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까지는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애플의 아이팟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첫 아이팟이 모습을 드러낸 2001년 10월, 세상은 조용했다. 아니, 9.11 테러 직후로 세계는 들썩이고 시끄러웠지만, 적어도 아이팟은 그러한 세상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1세대 아이팟(2001년 10월), 출처: Apple Inc.


[1세대] 2001년 공개된 첫 아이팟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이팟과는 형태가 조금 달랐다. 우선 메뉴, 되감기, 앞으로감기, 재생/일시정지 버튼이 물리적 방식의 버튼이었다. 휠 부분 역시 물리적인 형태로, 손가락으로 잡고 휠을 직접 돌리면 손가락과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터치 방식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순수히 물리적인 방식의 버튼과 물리적 휠로 이루어진 제품이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당시로서는 세련된 디자인이었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암시하듯, 시장에서 큰 주목을 끈 제품은 아니었다.










2세대 아이팟(2002년 7월), 출처: Apple Inc.


[2세대] 2002년 7월 출시된 두번째 아이팟은 겉모습에 있어서는 1세대와 별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외형은 거의 유사하나, 휠 버튼의 작동 방식에서 1세대와는 약간 차이를 보인다.


1세대에서 휠이 물리적 방식으로, 손가락으로 휠 버튼을 직접 돌릴 수 있었다면, 2세대에서는 터치 휠이 적용되었다. 터치패드로 된 휠을 손가락으로 스치듯 움직이면 기기가 그에 반응하는 형태였다.


반면에 메뉴와 되감기, 빨리감기, 재생/일시정지 버튼은 이전과 같이 물리적인 버튼으로 터치가 아니라 클릭을 통해 작동했다.









3세대 아이팟(2003년 4월), 출처: Apple Inc.


[3세대] 3세대 아이팟부터는 비교적 세간에 알려진 형태이다. 맨 위의 버튼의 색은 세부모델에 따라 달라 회색인 것도, 붉은 색인 것도 있지만 그 외 디자인은 유사하다.


모든 버튼은 물리 버튼이 아닌 터치 버튼으로 바뀌었다. 휠은 여전히 터치 방식이었고, 되감기, 빨리감기, 메뉴, 재생/일시정지 버튼 역시 터치로 바뀌었다.


특이한 점은 휠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버튼이 휠 가장자리에서 휠과 화면의 중간으로 이동했다는 점이었다.


한편, 3세대 아이팟이 출시됨과 동시에 아이튠즈 뮤직스토어 서비스가 개시되었다. 유저들은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음악을 구매하고, 아이팟에 음악을 동기화할 수 있었다.





4세대 아이팟(2004년 7월), 출처: Apple Inc.


[4세대] 2004년 7월에 출시된 아이팟은 우리가 아는 아이팟과 가장 근접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역시 모든 버튼은 터치를 기반으로 한 버튼이다. 그리고 메뉴, 되감기, 빨리감기, 재생/일시정지 각 버튼이 휠 키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이전 버전들과 차별화된 것은 클릭 휠의 도입이다.  휠 키 안에 위치한 4개의 각각 버튼들은 물리적인 클릭이 가능했고, 클릭할 경우 딸깍 하는 소리와 반응을 손가락으로 느낄 수 있었다.


휠은 터치 방식으로 움직이되, 4개의 버튼 부분으로 실제 물리적인 클릭이 가능했다.


이 아이팟이 출시된 후에서야 아이팟은 전 세계적으로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큰 주목을 받게 된다.






4세대 아이팟이 출시된 2004년 크리스마스, 북미지역에서 판매되는 모든 아이팟이 품절될 정도로 아이팟은 어마어마하게 판매되었다. 사람들은 그래서 이 크리스마스를 '아이팟 크리스마스'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다음해에도 애플과 아이팟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기업가들은 자신들의 직원들에게 '아이팟과 같은 히트제품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바야흐로 온 세상이 아이팟 열풍이었다.



2. 아이팟과 애플의 성장

그렇다면 아이팟의 출시와 판매량은 애플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지금부터 간단히 아이팟의 연도별 판매량과 애플의 주가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이팟의 연도별 판매량 추이. (출처: https://futureblind.com/2010/03/20/the-innovations-of-apple-part-i/)


그래프를 보면 2004년 이후부터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연도별 주가추이와 주요 아이팟 출시시기, 주가그래프 출처: 야후 파이낸스, 아이팟 사진 출처: Apple Inc., 참고문헌: 빌 벅스턴, <사용자 경험 스케치>

애플의 주가 역시 3세대 출시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였으며, 4세대 출시 이후 기록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애플이 아이팟이라는 단일 제품만을 판매하는 회사는 아니며,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제품 판매 외에 다양하다. 그러나 아이팟의 히트와 애플 주가가 맞물려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 만으로도 여기에 필요한 충분한 인사이트가 되므로 조금은 무리하게 주가와 아이팟 세대를 연결지어 보았다.


3. 애플 아이팟의 성공, 그리고 3년의 인내

앞서 언급하였듯이, 애플 아이팟은 출시 초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이후 약 1년마다 한번씩 새 세대의 제품이 출시되고, 그에 맞물려 제품상 여러 개선이 이루어짐에 따라 점차 판매량이 늘어났고, 2004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아이팟의 성공은 일시적이지 않았다. 1세대의 출시. 휠 키를 터치로 변화시킨 2세대로의 업그레이드, 터치 버튼으로 이루어진 3세대의 출시와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의 개시, 클릭 휠을 선보인 4세대. 이렇게 아이팟은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하며 완벽을 향해 나아갔다.


물론 운도 따랐다. 2002년 무렵, 미국 내 음원 공급 사이트인 냅스터가 서비스를 접었다. 이는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와 아이팟에는 큰 행운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운이 좋아서만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가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빌 벅스턴의 <사용자 경험 스케치>에 따르면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말했듯, 애플 아이팟과 아이튠즈 스토어의 성공은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만났을 때, 행운이 찾아온다."라는 구절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준비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아이팟, 아이튠즈, 그리고 뮤직스토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부터, 음악을 관리하고 기기에 넣을 수 있게 해주는 아이튠즈, 그리고 음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뮤직스토어. 사람들은 아이팟이라는 기계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솔루션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아이팟을 하나 구매하면 음악의 다운로드에서부터 기계로의 저장, 감상까지 모두 애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다른 MP3 제품처럼 따로 제품을 구매하고, 따로 음원사이트에 가입하고, 다운받은 음악을 MP3 폴더에 들어가 직접 넣을 필요가 없었다. 직관적이고 편리했다.


4. 마치며

직관적이고 편리한 아이팟-아이튠즈-뮤직스토어라는 애플 생태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치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말이다. 아이팟이 시장에서 주목받기까지 3년.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꾸준히 디테일을 개선하고, 서비스를 추가하며 제품의 완벽성에 끊임없이 집착했다.


손에 베일듯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고집과 집념. 터치 휠을 클릭 휠로 바꾸는 식의 디테일에 대한 관심과 집착. 사소한 것에서조차 고객들이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 


어쩌면 아이팟에 대한 구상,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에 대한 구상은 1%의 영감에 불과하였을지도 모른다. 천재 CEO 스티브 잡스와 세계 초일류 기업 애플은 어쩌면 99%의 집념과도 같은 노력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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