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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C

by 채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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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는 언제나 온도가 있다.
처음엔 뜨겁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면 손끝까지 열이 퍼지고,
말 한마디에도 가슴이 뛰며,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설렌다.
모든 것이 선명하고, 모든 순간이 살아 있다.
그때 나는, 마치 내 안에서 작은 불꽃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불꽃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조금씩 서늘해지고, 열기는 미지근해진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에서 요동치지만, 겉으로는 단단하게 버틴다.
남들이 나를 쉽게 보고 만만하게 여길까 봐,
나는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아무렇지 않은 듯 걷는다.
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치듯 흔들리는데도,
겉은 고요하고 단단하다.
그 온도의 간극이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만든다.

나는 사람에게 쉽게 많은 정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받는 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니면 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렇게 자신을 지키려 해도
속에서는 늘 마음이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만 단단해 보일 뿐, 속은 여전히 불안하고 뜨거웠다 식었다를 반복한다.

감정은 계절과 같다.
봄에는 설레고, 여름에는 뜨겁고, 가을에는 미지근하며, 겨울에는 서늘하다.
그 계절 속에서 사람은 서로에게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한다.
처음엔 뜨거웠던 마음도, 어느 순간 미지근해지고,
그 미지근함 속에서 단점만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흔들림도, 식음도, 서늘함도 모두 마음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니까.

나는 이제 감정의 온도를 억지로 통제하지 않는다.
뜨거움이 오래가지 못하고, 미지근함이 찾아오고,
서늘한 계절이 마음을 스쳐 지나가도 괜찮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더 솔직하게 만들고,
결국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흔들리는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 있다.
감정의 온도는 항상 변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나는 내 마음을 지켜내며,
조금씩 단단해지기를, 조금씩 따뜻해지기를,
그리고 결국 내 안에서 불꽃을 다시 피우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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