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2020년 가장 많이 내뱉은 말

by 차감성


2020년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팬데믹(대유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굳이 이런 뉴스를 찾아보지 않아도 작년에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역시 ‘코로나 때문에’였다.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코로나 때문에’ 다음으로 미뤄야 했고, 손꼽아 기다리던 축제도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 코로나 때문에 약속들이 사라지자 나비효과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


워낙 집돌이기에 입 밖으로 말을 꺼낼 기회는 별로 없었으나 내 머릿속 역시 ‘코로나 때문에’로 가득했다. 애정을 담아 시작한 ‘감성와이파이’ 창업 프로젝트가 이렇다 할 시도도 하지 못한 채 1차 마무리됐다. 잃을 것 없이 한다는 당돌한 마음은 게으름으로 변질됐고, 남의 사업에 ‘감 놔야 지, 배 놔야 지’ 했던 나의 깊은 통찰력도 정작 내 비즈니스 앞에선 길 잃은 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해 막막하던 때 친구들은 하나, 둘 취직 소식을 알려왔고 그토록 견고하던 창업 비전도 불안에 시달렸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때문에’라는 보기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던 것이다.


KakaoTalk_20210116_202622539_03.jpg 여러 번의 취소 끝에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열 수 있었던 리튼바이 글쓰기 모임 (오프)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신박한 모임(내 기준)을 기획해도(감성와이파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 소셜 살롱이다) 사람을 모을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즐기는 문화예술 콘텐츠는 거의 전멸했다. ‘모임’을 하는 창업에 ‘집합금지명령’ 은 치명적이었다. 비즈니스 모임도 전부 중단됐고, 문화기획 양성자 과정도 모두 축소되어 ‘줌’으로 대체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그렇게 2020년이 끝나갈 무렵에야 ‘코로나 때문에’를 병적으로 되뇌는 나를 발견했다. 무료하다 싶으면 책을 읽거나 고찰을 하는 게 아니라 무의미한 핸드폰 게임만 붙잡았고, 진로에 대한 불안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면 그걸 극복하는 게 아니라 애써 도피하기 일쑤였다. 도대체 올 한 해 뭘 한 거지? 어이가 없어 하,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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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 해를 자기비하로 압축했나. 그래, 너무 가혹하니 잠깐 칭찬해주자면, 마냥 흘러가는 시간이 불안해 지역의 문화기획자 양성과정을 수료했고 뜨겁던 여름엔 신촌의 어느 옥상에서 축제감독을 만나 작은 영화모임을 운영해보기도 했다. 산전수전 다니던 학교의 학점을 7년 만에 모두 채웠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거기에 얘를 가만 놔두면 안 되겠는지, 하나님은 우연한 기회를 가장하여 좋은 대표님과 함께 실제 문화기획업무를 할 수 있는 단기 일자리를 주셨다. 아무리 놓으려 해도 내 멱살을 잡고 삶으로 이끄는 하나님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말씀 올린다. 나 같은 게 뭐라고.


KakaoTalk_20210116_202622539_06.jpg 문화활력소 화이팅


다 써 놓고 보니 나태8 : 성실5, 황금비율 정도(?)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2021년이 되면서 더 이상 ‘코로나 때문에’라는 변명도 내 기준에선 식상해졌다. 같은 업계에서 같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는 기획자들도 많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빠른 변환에 대응하고 있는 회사도 많다. 그들의 땀방울 앞에서 내가 어떻게 ‘코로나 때문에’를 구차하게 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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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쉼표( , )를 남발하는 악습관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글이 장황해지고, 정확히 뭘 쓰려했는지 희미해져,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눈살이 찌푸려 질 때가 많으니, 그 때마다 마침표를 단호히 찍으면 될 일인데, 정작 나 같은 초보 작가는 그 호흡을 조절하기가 참 어렵다. 후.


내 삶에서는 코로나가 쉼표를 걷어치우고 단호히 찍은 마침표였으면 한다. 지지부진하게 길어지던 문장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마침표. 그리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문장을 쓸 준비를 가능케 하는 그 마침표 말이다. 긴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이때를 되돌아보며 ‘코로나 때문에’가 아닌 ‘코로나 덕분에’를 여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를 희망해본다.





*그래도 코로나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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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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