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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May 17. 2021

당신의 침묵

그리고 나의 침묵


당신의 침묵

: 그리고 나의 침묵


 선생님. 세상의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을 거라 이야기하셨습니다. 그것도 눈이 아주 부시는 하얀빛... 오늘 밤, 당신은 그 빛을 보셨습니까. 나는 그 빛을 생각하며 캄캄한 어둠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야기한 빛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목소리가 작은 촛불이 되어 한 뼘 한 뼘 제 길을 비추었습니다. 그리곤 선생님이 말한 그 빛을 향해 묵묵히, 아주 묵묵히 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어제도 그러했습니다. 선생님과의 옛 시간은 작은 위로로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돌아간 교실, 옅은 노을이 지던 그날들을 기억하십니까. 나는 그날의 붉으스름한 공기, 자작한 마룻바닥의 냄새를 잊지 못합니다. 당신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정리하고, 나는 뒤늦게 남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내가 돌아갈 곳은 없었습니다. 집은 나의 목을 조르고 어두운 방으로 몰아세웠죠. 나는 밤새 차가운 바닥 위에서 학교로 돌아갈 아침을 뜬 눈으로 기다렸습니다. 당신은 나의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지, 아무 말 없이 학교 문을 닫을 때까지 함께 해주었습니다. 먼 복도 끝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운동장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노을에 비춘 교실, 그리고 당신과 나의 작은 그림자. 나는 그 시간을 평생, '위로'라고 불렀습니다.



 선생님. 나는 이제 이 무서운 어둠 속에서 무엇을 의지하며 걸어가야 합니까. 선생님이 밝혀주시던 한 뼘의 촛불이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빛이 있기는 했던 것입니까. 당신의 아련한 웃음 뒤에 어떤 슬픔이 묻어있었는지,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던 날, 나는 당연하게도 당신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책을 읽다 전해 들은 당신의 소식에도 나는, 덜덜 떠는 손을 붙잡고 마지막 장까지 책을 읽어내고야 말았습니다. 내가 그러했듯 당신도 말하지 못할 슬픔이 있었으리라, 당신도 조용히 함께 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공감하고 가슴 아픈 침묵으로 당신을 위로해봅니다.




*에세이가 아닌 픽션입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로빈 윌리엄스를 추모하며


@글쓰는 차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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