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혹은 냄새

by 차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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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냄새는 같은 말일 텐데

우리는 굳이 좋음과 나쁨,

그 감각의 차이를 구분하려 애쓴다.

맡았을 때 아름다운 것은 향기이고 불편한 건 냄새라고.

미소로 얼굴이 환해지는 건 향기이고

인상으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건 냄새라고.


하지만 애써 나눠봐도 자꾸만 헷갈리는 건 매한가지.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한 향수―냄새.

그리운 시골집 들어서면 은은하게 퍼지던 소똥―향기.

긴 여행을 마치고 오랜만에 돌아온 내 방 침대에 쿰쿰이 풍기는 아쉽고 반가운―무엇.


그러니 얼마든지 냄새를 사랑할 수도,

언제든지 향기를 미워할 수도 있는

우리는 어쩌면 향기와 냄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사람의 후각을 가장 예민하게

동시에 가장 나약하게 만든 이유는

너무 날카로운 진실이라면

평생 모른 채 살아도 좋다는 몸의 언어다.


그러니까 떠나간 당신이 남기고 간 그것

장미와 오렌지와 라벤더가 섞인,

강렬했다가 상큼했다가 느슨해져서

오래도록 내 품에 남아있던 흔적이

향기인지, 아니면 냄새인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향기처럼 냄새처럼

스며들고 옅어지고 사라져갈 진실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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