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배스킨라빈스

by 모구차

처음 배스킨라빈스 이스크림을 먹은 건 아빠와 함께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에 뭔가를 사러 아빠와 남포동에 갔던 것 같다. 원래 사려던 게 뭐였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여하튼 아빠와 남포동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다가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나도 그렇고 아빠도 잘은 모르는 가게이지만 뭔가 맛있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런 것이 슈퍼에서 파는 것보다 가격이 비쌌다. 이미 서면 지하상가에서였던가. 아빠는 비싼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한 번씩 사주시곤 했는데, 비싸서 그런가 그게 참 맛있었다. 이것도 그것처럼 잘은 모르지만 비싼 외국에서 온 아이스크림 같았고, 그럼 맛있을게 뻔했다. 아빠와 나는 눈을 반짝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점원은 아이스크림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종류가 너무 많았다. 아빠는 나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아무래도 아빠도 잘 몰랐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죽 살펴보고는 제일 예쁘게 생긴 것을 골랐던 것 같다. 옅은 분홍색 베이스에 알록달록 한 점들이 박혀 있었다. 아빠는 좋다고 했다. 똑같은 걸로 두 개의 콘을 사서 하나씩 들고 가게를 나왔다.


선택의 결과는 대성공. 맛있다는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하여간 둘이서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분홍색은 옅은 딸기바닐라 베이스였고, 알록달록한 점들은 작은 사탕조각들이었다. 슈퍼에서 파는 투박한 아이스크림과 다른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맛이 났던 것 같다. 알고 보니 그 배스킨라빈스는 부산에 처음 생긴 매장이었던 것 같다.


그 뒤로 아빠는 가끔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갈래,라고 물어왔고 나는 좋아라 하며 따라나섰다. 우리는 마치 매우 배스킨라빈스를 잘 아는 사람처럼 가게에 들어가서는 그 분홍색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다른 것을 먹지도 않았다. 몇 번을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아빠도 왠지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남포동에 갈 볼일을 만드셨던 것 같기도 하다.


배스킨라빈스를 보면 처음 먹은 그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지금 매장에 가보면 그때 먹었던 그 맛은 없다. 그래도 지금도 눈에,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아빠와 처음 먹었던 분홍색의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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