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푹 자고 나면 이래도 되나 싶다. 늘 통증에 잠을 설치는 아빠와, 그 곁에서 함께 잠을 설치는 엄마의 오래된 피곤한 표정을 보면 말이다. 내가 잠을 이렇게 자도 되나, 나만 이렇게 자도 되나.
맛있는 걸 먹고 나면 나만 너무 먹었나, 나만 너무 맛있게 먹었나 싶다. 아무도 먹는 걸 뭐라 한 사람이 없고, 오히려 잘 못 먹는 아빠는 나라도 엄마라도 우리라도 맛있게 무언갈 먹는 게 더 좋다고 했는데 말이다. 먹는 게 잘못이 아닌데 한편이 찝찝하다. 너무 맛있게 먹었나.
책을 읽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일상을 보내면 이래도 되나 싶다. 재밌는 장면을 보고 웃고, 야구를 보며 화를 내고 이 모든 감정소모가 이래도 되나 싶다. 통증 탓에 약기운 탓에 티브이를 보기도 힘든 아빠를 생각하면 그렇다. 그래도 되나.
매사에 아스라이 죄책감이 찾아온다. 그러지 않아도 됨에도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도 되나 이래도 되나 내가 너무 그랬나 사소한 것도 돌아보게 된다. 미안해하지 않고 담백하게 엄마아빠 곁에서 씩씩하게 있고 싶은데 괜히 그렇다. 이럴 필요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엄마아빠도 원치 않을 거란곳도 안다. 아는 것과 느끼는 건 역시 다른가보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연습을 매일 한다. 머리로 한다. 해야 함을 안다. 이것도 아는 건데 역시 나오는 행동은 다르다. 아는 대로 되지 않는다. 되지 않는 상황에도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너그러워지기보다 미안해하기가 쉽다. 이렇게 줄줄 쓰면서 한 번 더 너그러워지기를 연습한다. 너그러워지기. 긴 단어이니 되뇌어야겠다. 적어도 긴 단어를 내뱉는 시간만큼은 너그러워질 수 있게. 미 안 해 하 지 말 고 너 그 러 워 지 기. 너 그 러 워 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