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님'문화가 정착되려면
형식적 직급을 없애는 것보다 실질적 존중이 중요합니다
상호간의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하는 미명하에, 직급을 없애고 '님', '프로' 같은 용어로 통일하여 서로를 지칭하는 회사가 많아졌습니다. 몇 년 전까지 한창 붐이었지요.
과장, 차장, 대리 같은 직급을 하루아침에 없애고, 당장 내일부터 모두를 님으로 부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사원인 사람이 어제까지 부장님이던 분을 OO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부르지 않고 지낼 수는 없을까,는 생각에 오히려 필요한 대화마저 단절되기도 하였습니다. 반대로 갑작스레 하위자, 후배 등에게 '님' 지칭을 받게 된 선배도 난감합니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건방지다, 싸가지가 없다 이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수직적 구조를 나타내는 직급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님'으로 통일하였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님'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속에 있는 서로를 존중한다는 실질적인 문화는 바뀌어지지 않은 채로 도입되었기 때문입니다. 평등하게 아무리 불러도, 서로를 존중할 생각이 없거나 불편한 사람들은 그게 고깝거나, 어색하게 들릴 뿐이라는 거지요. 실제 그런 일이 많이 발생했고, 대부분의 초기에 '님'문화를 도입한 회사들은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겨우 제도를 정착을 시키거나, 도중에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님'이 아니더라도 원활하게 소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타사와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등의 경우 이런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문화가 아무리 '님'문화일지언정 서로를 서로회사의 직급으로 '과장님', 'PM님', '책임님'등등 혼용해서 불러야 하는 경우인데, 직급여하와 무관하게 서로의 업무방식이나 일을 존중하며 일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직급은 소통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거지요. 부르는 껍데기보다 속이 꽉 찬 존중이 늘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발 지금 이 순간도 말하고 싶은 것은, '님' 문화만 도입하면 평등한 커뮤니케이션, 선진 조직문화가 자동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착각을 버렸으면 하는 것입니다. 회사, 직장 전반에 부서이기주의,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면, 그리고 이걸 실질적으로 개선할 생각이 없다면, '님'문화는 새로운 혼란과 소통이슈를 양산하는 신박한 도구가 되고 말테니까요. 본질에 충실해야 합니다. 만능해결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