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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May 30. 2018

데이터저널리즘 as a service

데이터저널리즘의 방향

시대에 맞춰 저널리즘에 기술적 요소를 다량 첨가해보려는 시도는 거의 유행이다. 바짝 관심이 올라갔다가 거품처럼 사그라든다. '오 이거 신기하지 않아' > '우리도 한 번 해볼까' > '한 번 해봤는데 ROI도 안 나오고 그르네' > 끝. 카드뉴스처럼 비교적 기술적 허들이 높지 않은 포맷을 제외한 여타 포맷은 대체로 모두 이 과정을 거친다.


데이터저널리즘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으로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이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 내면서 웹에서 정보를 잘 모으는 걸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형식적으로 인터랙티브한 효과 등을 줘서 효과적인 전달을 꾀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익히 알고 있는 저널리즘에 '데이터'는 기본이다. 팩트를 다루는 건 기사의 기본이며, 많은 팩트는 숫자로 이뤄져 있다. 다만 데이터저널리즘의 앞서 이야기한 요소에서 기술적인 능력을 꽤 요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저널리즘과 구분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 이 시점의 '데이터저널리즘'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정제-분석-시각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단계에서 기술적인 능력치를 요구하며, 분석이 끝난 뒤에도 앞단에서의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디자인 능력이 요구된다. 제 아무리 질문이 좋아도 이게 안 되면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능력치는 언론사에서 핵심인력이 아니다. 언론사의 핵심능력은 어디까지나 '기자', 구체적인 업무양태로 보면 '질문을 잘 던진다', '소스를 잘 찾아낸다', '독자가 관심 가질만한 스토리로 엮어낸다'로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언론사가 만드는 데이터저널리즘 콘텐츠는 단발성에 그친다. 이게 남 말이 아닌게, 내가 만든다고 만들었던 데이터저널리즘 콘텐츠도 죄다 단발성이었다. 그나마도 서너개 밖에 안 된다. 혼자 가지는 관심 정도로 만들어보려고 하면 ROI가 너무 안 나와서 자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었던 콘텐츠도 현실적인 여건에서 여러 부족한 점을 노출하고 있다. 질문의 얕음, 해석의 부족함, 허접한 시각화 등등.  


단발적으로 만들어지는 데이터저널리즘의 가장 큰 단점은 역설적으로 스토리텔링에서 온다. 안 써봤던 툴을 써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툴을 과시하느라 스토리텔링에서 약점을 보인다. 이런 기사들은 대부분 앞에 '이거 데이터 저널리즘입니다'를 드러내고 있으며, 본문에서도 '이런 숫자를 썼습니다'를 보여주느라 확 꽂히는 한 문장을 못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만들어진 과정을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러 번 하면 나아질 수 있는 문제이지만, 여러 번 못해서 개선이 안 된다. (** 다만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설명은 생각이 좀 복잡하다. '재현가능성'의 측면에서 과정은 비교적 상세히 서술해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너무 지루하면 따로 떼든가...)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데이터저널리즘'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 지금은 거의 하는 언론사만 하고 있는데, 오히려 거품이 꺼지면서 슬슬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지 않나 싶은 느낌. 특히 '서비스'로서의 측면이 두드러진다. 오늘 중앙일보에서 공개한 '탈탈 털어보자 우리 동네 의회 살림'도 그렇고, 최근 공개된 뉴스타파의 '내차결함'이 잘 보여주고 있다.



두 서비스 모두 직관적이라서 한 번 써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시도는 간간히 이어져오고 있었다. 과거의 것으로는 부산 석면지도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같은 것도 꼽을 수 있겠다. 정부기관은 데이터 관리를 보통 뭣같이 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가 영 어려운데, 언론사에서 이런 서비스를 내놓으면 접근성이 정말 대폭 향상된다. 중앙일보가 저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다면 내 고향 장성군 의회 의장님께서 역전식육식당에서 9,886,000원이나 쓰셨다는 걸 어떻게 알았겠나. 방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수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포인트가 특히 인상깊다. 정보를 스토리에 맞게 정제하는 법이 발전하고 있다.


물론 만들기 무척 어렵다. 이런 일은 대체로 데이터 정제가 전체 일의 상당 포션을 차지한다. 정리도 제각각이고, 포맷도 멋대로고, PDF나 HWP파일도 처리해야하고...짜치는 일, 노가다 성의 일이 대부분이다. 더 문제인 건 이 힘든 과정을 매년 반복해야 서비스로서의 가치가 유지된다는 점. 안 해봤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언론사의 콘텐츠 생산구조가 변해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일이다.



데이터저널리즘의 큰 길은 크게 세 가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는 데이터를 원소스로 감시-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사실을 발굴해 내는 것, 다른 하나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콘텐츠,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이런 공공서비스로서의 가능성. 종합적으로 보면 데이터저널리즘의 거품은 꺼졌지만, 내실이 자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언론의 책무라면 책무겠지만 이런 건 마땅히 정부에서 해야할 종류의 일인만큼 돈을 좀 줘야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당장 돈은 안 되더라도 이런 서비스가 많아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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