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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Nov 20. 2021

외주 영상을 만들어봤다


** 이걸  브런치에  냈지? 싶은 생각에 아까워서 옮김. 2020 여름부터 대략 6개월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진행한 외주 영상 프로젝트 회고를 다듬은 이고 발행 기준으론 1년 전의 경험을 다루고 있다. 서랍에 넣어뒀던 건데 브런치에서 무슨 리포트를 받아보려면 15 이전에 발행된 글이 필요하다고해서 꺼낸다.




1. 나는 보통 외고를 많이 썼기 때문에, 외고와의 차이에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외고는 보통 그쪽에서 바라는 주제나 분량만 있다. 거기에 맞게 정리해서 전달하면 일이 끝난다. 사진을 같이 참고하라고 전달하기도 하지만 필수까지는 아니라서 글만 제때 맞춰서 넘기면 된다. 저쪽에서 편집할 수 있는 어떤 소스를 전달하는 느낌? 반면 외주 영상은 우리가 클라이언트 쪽에서 소스를 전달받고 가공해서 완제품을 '납품' 하는 일이었다. 이런 차이가 좀 재미있다고 생각했음.


2. 보통 외고는 내가 '써 주는' 느낌에 가깝다. 외고를 받을 때의 단어도 '청탁'임. 물론 원고료를 받긴 하는데, 솔직히 그거 벌자고 외고를 쓰진 않는다(이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냥 글을 써 달라고 요청받은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서, 요청을 받은 참에 정리하면 좋아서 등등. 이렇다 보니 외고는 외주를 받는 느낌이 사실 안 난다. 외고를 쓸 때 시각이나 주장을 담을 때도 있는데, 이때 어떤 가이드라인이랄까? 그런 것도 대체로 안 받을 때가 많다. (물론 그쪽에서 '아 대충 이런 느낌으로써 주겠다' 하고 맡기는 것도 있겠지만) 만약 외고를 써서 보냈는데, '결론을 이런 시각으로써 주면 좋겠다' 랄지, '이걸 이런 톤으로 수정해달라' 같은 코멘트가 돌아온다? 그러면 거기서 '안 쓸 거니까 글 빼 주세요' 하고 안 좋게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3. 외고 얘기를 왜 줄줄 하냐, 외주 영상 제작 초기에 클라이언트 측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후 스크립트를 써서 1차로 저쪽에 보냈었다. 하루쯤 뒤에 돌아온 메일의 첨부파일엔 상당히 많은 빨간 줄이 있었고, 그걸 본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뭐지?' '뭐 이런 걸 고쳐달라고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다가, 이 일의 성격을 다시 명확하게 인지했다. ' 앰네스티 이름을 걸고 나가는 영상이다' '나의 무엇을 만드는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해졌다. 클라이언트가 해달라고하는 걸 받은 금액에 맞게 구현해주는 게 중요한 일이구나. 그다음엔 잘 진행됐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A안으로 가는 게 전달력 차원에서 효율적라고 보지만, 그쪽에서 원하는 방향이 B라면 B로 가겠습니다' 정도만 전달하고 결정은 클라이언트가 하는 거다.


4. 물론 그렇다고 아래의 영상이 내 생각과 완전히 어긋나는데 억지로 만들어준 거냐! 하면 그건 아니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고, 원래 내 관심사와 밀접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톤의 차이는 있었을 수 있으나 뭐 대체로는 비슷한 결이고. 인권단체인 앰네스티에서 하는 건데 당연히 의미가 있지! 솔직히 여기서 하는 게 내가 지금 주로 제작하는 아이템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


5. 지금 있는 곳에선 계약 조건 맞춰서 팀장 하고 싶은대로 만들어주고, 외주하면서는 클라이언트 하고 싶은대로 만들어주고. 본질적으론 큰 차이가 없긴 하지만, 내용이나 퀄리티 측면에서 이게 좀 더 만들어보고 싶었던 뉴스에 가깝다는 생각은 한다. 게다가 앰네스티 분들 굉장히 친절하고 잘 대해주심 ㅇㅇ...


6. 공익성 영상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클립성 영상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뭔가 이런 단위의 외주를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일감은 큰 단위로 따야 하는구나...! 단위가 커지니까 투입하는 리소스도 더 들어가고, 결과물의 사이즈도 달라진다. 그렇다고 엄청 대단한 일을 했다는 건 아니고, 혼자 리서치하고 글 쓰다가 몇 명 모여서 일정 조율하고, 장비와 장소 대여하고 푸티지 등 구매해서 제작했다. 뭐 이런 것. 물론 이게 수익화가 되는 구멍이 굉장히 작다는 건 아주 잘 알겠다. 이것만 보고 업을 시작하기엔 토양이 척박하단 생각이 듦.


7. 푸티지 구매 진짜 너무 비싸다 ㅋㅋ 사진이나 몇 장 겨우 쓰겠다 싶은 정도. 지금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쓰는 푸티지가 주는 제작의 편안함(?)이 꽤 크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게티도 박살 나게 비싼데, 뉴스 리소스도 비쌈. 이쪽은 구매도 굉장히 불편하게 돼 있다. 이거 파는 것도 일이니까 사지 말라는 것 같았다.


8. 소위 작은 스튜디오 급이 하는 일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함. 규모나 방식에서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느낌 비슷한 걸 받아본 건 좋은 경험이 된다. 옆에서 우리 사장님 행정 처리하시는 거 구경만 하고 얘기만 들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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