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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May 05. 2018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

C 페스티벌 부대행사로 열린 스토리 C 강연을 부탁받아 다녀왔습니다. 발표하려고 작성한 원고인데, 사람 많은 코엑스에서 손에 마이크랑 이것저것 쥐다 보니 원고를 제대로 못 보고 주절주절 떠들고 왔네요... 사람 만나면 자주 이야기하는 내용이랍니다.


학교 다니면서 학내 언론을 했습니다. 짜장면 시켜 먹을 때 아래에 깔거나, 비올 때 우산이 없으면 대신 쓰고 가는 그겁니다. 학창 시절 제가 좋아하던 과목은 사회였고, 대학에서도 정치를 전공했는데요, 책 속의 내용이 어떻게 지금 내 옆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이 사회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집이 막 넉넉하고 그랬던 건 아니라서 직장을 가져야겠다고 판단했고요. 저한테는 그 중간 정도 되어 보이는 직업이 기자였습니다.


계절마다 잡지를 한 권씩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기사라고 부르기보다는 글로 접근하는 조직이었습니다. 문제의식을 잘 정제된 글로 다듬어서 내는 조직. 흐름을 따지고 말을 만지는 작업을 일주일에 두 번씩 세 번씩 했습니다. 저녁엔 다 같이 샌드위치 하나 물고 토론하고, 밤을 새우면서 빨간 눈으로 교정지를 봤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논술이 가장 싫었는데 몇 권 만들다 보니까 글쓰기는 어느새 취미가 됐습니다.


글쓰기는 따지고 보면 그림 그리기랑 비슷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글자의 총량은 마치 구비해 둔 물감 같습니다. 한 단어, 한 문장을 쓰는 건 붓질과 비슷한 것 같고요. 사람마다 화풍이 다르듯, 문체도 다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수정이 좀 더 쉽다 정도? 때로는 세밀하게, 굵직하게, 정직하게 생각을 혹은 상황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자주 쓰다 보면 실력이 늘어간다는 점도 비슷한 것 같아요. 단어 하나를 고쳐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글쓰기에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자잘자잘하게 고쳐가며 완성도를 높이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때부터 어디서 취미를 물어보면 농구나 책읽기라고 말하는 대신 글쓰기라고 말했습니다.



글쓰기가 좋아지면서 더 기자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도 좋았고, 그 도구가 글이라는 것도 좋았습니다. 학생기자를 하면서 열심히 뛰었습니다. 제 딴에는 열심히 썼는데, 잘 안 읽혔습니다. 그때 '10만원짜리 생명'이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안전에 취약한지를 다루는 기사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포크레인을 몰았습니다. 흔히 노가다라고 부르는 직종입니다. 건설 현장에 가면 하루 10만원을 받고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청에 하청을 주는 구조는 안전에 대한 비용을 책정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에 작성한 기사를 선배님들의 그것과 비교하는 건 아닙니다만, 생각해보면 좋은 기사라고 읽은 것들이 꼭 많이 읽히거나 그렇진 않더라고요. 고민에 끝에 도달한 결론은 뉴스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잘 전달하는 사람, 편집과 유통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되자는 거였습니다. 여기에는 내가 그렇게 글이나 취재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 인식도 있었습니다. 세상엔 잘난 사람이 너무 많고, 나는 그만큼 못 하니까, 조금 다른 일을 해서 뭔가를 이뤄내 보자, 나만의 엣지를 내보자는 생각을 했죠. 해당 분야 공부를 나름대로 많이 해서 관련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가 됐습니다.


뉴스 유통 / 플랫폼 등을 취재하는 IT 기자가 됐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주로 이런 곳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영역은 취재를 잘 하는 것보다 자료를 잘 정리하고 시장을 잘 분석하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취재력이 나빠도 괜찮다는 건 아닌데, 기본적으로는 현 상황을 잘 정리하는 게 좋은 능력인 곳이랄까요. 또 IT 영역의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전달력도 중요했습니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덤볐습니다. 연차가 낮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매체지만, 잘 써서 나름의 역할을 해내고 싶었습니다. 조그만 곳에서 일할수록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요, 저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안 좋은 건 개인에 할당되는 일이 많다는 건데, 기사를 정말 많이 썼습니다. 지난 2년 반을 되돌아보니 회사 소속으로 쓴 글만 880개 더라고요. 여기엔 단순한 기사만 있는 게 아니라 A4로 대여섯 장 넘는 긴 글도 많습니다. 회사 이름으로 나간 외부 기고도 스무 개는 훌쩍 넘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들어온 외부 기고글도 열 편은 넘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의 일환으로 페이스북을 열심히 사용했습니다. 매체 특성상 기자 개인의 운영하는 페이스북도 중요했는데요, 페이스북에서는 내 글을 접하는 독자를 위해 또 덧붙이는 글이나 추가할만한 글을 썼습니다. 일한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죠.


정말 원 없이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쓰는 것 말고도 글에 질릴 만한 환경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졸린 눈을 비비면서 회사에 갈 때까지 피들리라는 일종의 글을 모아주는 서비스로 외신을 쭉 훑어봤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면 메일로 보도자료를 확인합니다. 수십 개 정도가 메일함에 차 있습니다. 행사 취재를 가면 나눠주는 사전 자료를 읽고, 나오는 말을 쉴 새 없이 타이핑합니다. 인터뷰를 가면 사전 자료를 리서치해서 보고, 인터뷰이의 말을 타이핑하고, 돌아와서 못 들은 부분 녹취를 들어가며 또 타이핑합니다. 녹취를 다 풀면 그제야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보도자료 처리 같은 반복적인 작업도 많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저는 좀 질렸던 것 같습니다. 만날 정리하고, 머리 짜내면서 나름의 전망 같은 것도 써 보려고 했지만 보람이 좀 덜했던 것 같아요. 나도 뭔가 사회의 문제를 잘 지적하는 그런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제가 선택한 방향에서는 그런 기사 쓸 일이 많진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처음엔 키보드도 쳐다보기 싫었습니다. 저는 기계를 좋아하고, 노트북에는 약간의 애착까지 느끼는 사람입니다. 쳐다만 봐도 기분 좋고 – 물론 노트북 예쁜 거 써서 그렇지만 – 그런 게 있는데 진짜 아니더라고요. 휴가 때는 내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글을 제거하는 일종의 디톡스 상태로 살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던 글쓰기마저 질려버린 셈이죠.



이게 언제 풀렸냐면, 장난감 리뷰 글을 쓰면서입니다. 장난감 리뷰 글은 어디 요청받아서 쓴 것도 아닙니다.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좋아하는 장난감을 한 번 사서 만들어 본 겁니다. 생각 없이 부품을 다듬으면서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만들면서 너무 재밌었거든요. RG라는 등급의 건담 프라모델인데, 저렴한 가격에 얼마나 디테일이 좋은지 가지고 노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 장난감 너무 좋은데, 자랑하고 싶어 졌어요. 물론 유튜브나 이런 데 보면 리뷰 콘텐츠 많이 있지만, 내 목소리로 한 번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장난감 리뷰 글을 쓰다 보니 오래간만에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의 감각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사체의 딱딱한 문장으로 사실만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날것의 생각을 자유롭게 흘려보낸다는 감각을 받았습니다.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았어요. 이후로 이것저것 다른 종류의 글을 써 봤습니다. 일기 형식의 근황 소개하는 글도 쓰고, 수필 같은 느낌의 회고록이랄까? 그런 글도 썼습니다. 글마다 스타일도 조금 다르게 해 봤습니다. 어떤 글을 나름의 유머를 섞어보고, 어떤 글은 문장을 예쁘게 이어가는 데만 온 노력을 쏟았습니다.


회사 근처 돼지 곰탕집 리뷰도 해 보고, 일기도 적었습니다. 과자 먹고 난 후기도 적어봤습니다. 갈치낚시 다녀온 것도 썼습니다. 이 글이 제 브런치에서 가장 잘 팔린 글이라는 건 좀 아쉽지만, 아무튼 꾸준히 적고 있습니다. 자주 쓰는 주제는 ‘변신합체로봇’이랑 ‘시덥잖은이야기’인데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사변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이 좋았습니다.


‘좋아하는’과 ‘일’을 쪼개서 제가 처했던 상황을 해결하려고 한 거죠. 제가 장난감 리뷰를 쓰면서 기믹 설명을 충분히 못 하더래도, 맛집 소개가 좀 편파적이라고 하더라도, 기사만큼 논리 전개가 엄밀하지 않아도, 에세이가 좀 어설프다고 하더라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좋아하는 글을 써 보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일은 여전히 질리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저는 그냥 일에 질렸던 것이지 글쓰기는 행위 자체에 질렸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가가 없어도 괜찮고, 좀 못해도 괜찮습니다. 자발적으로 시간을 쓴다는 것도 해당될 것 같습니다. ‘일’의 특징은 뭐가 있을까요? 일단 월급이 나와야 한다는 거고, 돈을 받으니까 받는 만큼은 해야 할 거고 등등이겠죠.


돌이켜보면 저는 이 일이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닙니다. ‘나는 어차피 남들만큼 못 쓰니까’, ‘이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선택한 겁니다. ‘잘 할 것 같은 일’을 선택했고, 그 일에 좋아하는 게 애매하게 섞여 있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애매하게 섞일 수밖에 없는 게 저는 항상 타협하는 삶을 살아왔거든요. 항상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섞어가면서 너무 얻는 것 없이, 적당히 손해 보진 않으면서 살았습니다. 어느 정도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일하니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애매하게 좋아하는 일이 섞여버리다 보니 좋아하는 것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을 것인가, 잘하는 걸 직업으로 삼을 것인가 나름 어렵다면 어려운 문제입니다.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도 일단 복 받은 거긴 합니다. 이런 질문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찾아보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보면 대부분 ‘잘하는 걸 직업으로 선택하라’고 합니다.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남의 돈을 받아서 할 때는 받는 돈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돈 값 못하면 괜히 회사 다니기 찝찝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직업은 보통 잘하는 걸 선택하라고 합니다. 저는 따지고 보면 반반쯤 섞은 건데, 잘할 수 있다가 60%쯤 되려나요? 물론 저는 보편적인 범위에서의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그걸 기자로 좁혔을 때는 ‘사회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기자’,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자’가 되고 싶었던 거죠. 대학생들은 보통 한겨레 21이나 시사인 많이 보니까,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직업인이 도구적으로만 사용하는 ‘글쓰기’는 도저히 취미라고 부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 하면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지쳐버릴 때가 주기적으로 오는데, 그럴 때마다 무뎌지면서 프린터처럼 글을 뱉었던 것 같습니다. 기자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부할 시간이 많진 않습니다. 자기 시간 쪼개서 공부하고 쓰지만 벅찰 때가 많습니다. 이게 반복되면 머리에 무언가를 쌓을 시간이 없어집니다. 방금 들어온 지식, 잘 모르는 지식을 가공해서 빼내야 합니다. 점점 닳아가는 겁니다.


기자라는 보람도 자주 사라집니다. 열심히 취재해서 쓴 건데 댓글에서는 기레기라고 욕 먹지, 해당 업체에 돈은 안 받았냐고 묻지, 업체는 또 싫어하는 기사를 쓰면 고소하느니 어쩌구 하면서 협박합니다. 게다가 뉴스는 돈이 안 되니까 돈 되는 일은 또 따로 해야 합니다. 충전이 안 되는 기분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자꾸 안 좋은 소리만 하니까 회사 다녔던 지난 시간이 무척 어두웠던 거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정말 많이 배웠고, 많이 얻었습니다. 소중한 경험이긴 했는데, 그냥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 것에 있었다 - 가 맞는 듯 합니다.


해서 저는 아예 좋아하는 걸 목표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이거를 제가 지금 하면서 강연을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좋아하는 걸 찾아보겠다고 지금은 그냥 공부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 좀 민망하긴 합니다. 제가 스타트업/IT 쪽에 있었는데요, 이 바닥에서 통용되는 룰 중 하나는 ‘고민할 시간에 하고 나서 후회하라’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고민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 아직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아서 벌써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지난 몇 년은 타협과 타협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여건에서 안 되는 거니까, 나는 못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난 그걸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서 제 딴에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했더니 닳아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계속 일 하려면 할 수 있습니다. 돈벌이는 기본적으로 재미없는 거라고 합니다. 요즘 세상에 취업이 얼마나 힘든데, 눈만 높은 세대라며 욕하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아무리 적게 일해도 하루 8시간은 일할 텐데 기왕이면 좋아하는 것에 가까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은 배움의 기쁨이 있고, 시간을 쓴 보람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돈을 써도 좋습니다.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겠죠. 대신 저는 금전적인 혜택이나, 안정 이런 걸 좀 포기하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끊임없이 모색하려고 합니다. 요즘엔 오래 사는 시대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게 궁극적으로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지금도 흔들리고 있죠. 그럴 때마다 생각해보는 일이 있습니다.



기자는 사람 만나는 일이 직업입니다. 이런저런 사람을 만납니다. 제가 다룬 영역은 대체로 다들 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요즘 영상이 핫하잖아요. 만날 때만 해도 영상을 아예 할 줄 모르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조금씩 배우던 중이더라고요. 나와 그 사람의 차이가 있다면 나는 못하는 걸 못하는 상태로 내버려두고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는 데 있고, 그 사람은 아직 못하지만 본인이 잘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했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영상을 배우지 않은 것에 대해 계속 핑계를 만들었습니다. 어차피 나는 영상 잘 안 보니까, 저건 감각의 영역이니까. 나중에 페이스북에서 그 친구가 만들 멋진 영상 콘텐츠를 만났습니다. 와 세상에, 너무 잘 만들었다. 부럽다. 계속하면 늘게 마련입니다. 단순한 원리인데, 이런저런 것에 겁먹어서 결국 저는 몇 걸음 못 뗀 셈이 됐습니다. 그 콘텐츠를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시간에 쫓겨 살면 시간의 효율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단위 시간에 할 수 있는 더 생산성 높은 일을 하려고 듭니다. 너무 뒤처지면 안 되는데, 남들과 발맞춰서 가야 하는데, 늦는 거 아닐까 걱정도 되고 우려도 듭니다. 어느 순간 보니 그 사람은 이제 ‘잘 한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잘 하는 일을 계속하면 더 잘 해질 수도 있긴 합니다. 다만 이미 잘 하고 있고, 좋아하는 일만큼 열심히 하진 않으니까 상승폭이 크지 않달까. 그렇더라고요. 결국 나는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저만치 앞서 나간 사람을 보고 부러워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거랑 다른 상황인 거죠.


그래서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 싶은 걸 위로 올려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퇴사하자마자 했던 게 다이어리를 한 장 찢어서 거기에 앞으로 10년, 15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의 목표를 글자로 적는 거였습니다. 그간 공부하면서 기자로서 다뤄보고 싶은 주제를 생각해보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난 무엇을 해야는지 이것저것 적어봤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직접 내 목소리로 해당 문제를 잘 보도할 수 있는 그런 기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다른 꿈도 있습니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게 한 가지만 있을 순 없잖아요. 언젠가는 책도 한 번 써보고 싶습니다. 기사가 아닌 다른 종류의 글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약간 수필 같은 느낌의 글도 써 봅니다. 지금 좀 미숙하다고 자꾸 숨기려고 들면 멈춰있더라고요. 자꾸 꺼내려고 합니다.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 너무 좋은 글은 읽다 보면 한숨이 나와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썼을까. 싶은 거죠. 그래도 너무 기죽거나 좌절하진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사람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당장 저도 한 치 앞도 볼 수 없습니다. 늘 조급함에 쫓기기도 합니다. 언제 또 다른 소리 할 수도 있죠. 지금 내가 못하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누구를 부러워하는 건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은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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