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에서 계속 연락 옵니다.
직장생활하다 보면 감정이 날카로워진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고 마음을 걸어 잠근다.
누군가에게 만만하게 보이다 상처를 받는다.
속은 썩고 타들어가는데 입 밖으로 말 한 마디 못한다.
그 때 그 인간한테 당했구나 하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회사는 깨스라이팅 기술이 다양하게 판치는 곳이다.
"너의 목숨 줄을 내가 쥐고 있으니, 까불지마"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들린다.
직장 내 말투, 옷차림, 근무하는 태도, 식사 예절, 회식에서 매너 등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 고치고 제대로 학습 시킨다.
스스로 나란 사람을 지우고 철저히 조직문화에 푹 빠져야 한다.
오직 충성충성충성만이 살길이다.
조금이라도 조직문화에 비딱선을 타면 한 소리 듣는다.
"너 어디 갈데 있어?"
"우리회사 나가서 잘 된 사람 단 한명도 못 봤다"
"이제 포기하고 일 좀 하자"
특히나 젊은 신입에게 깨스라이팅은 효과가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모를 때라 그냥 받아 들인다.
누구나 그랬다. 신입 때는 "네네, 알겠습니다"가 전부였다.
회사 바깥 세상이 있는데도 평생 회사에 있을 사람 처럼 서로가 대한다.
"쟤는 여기 아니면 어디 못가겠지?" 이런 확신에 차서 상대를 야금 야금 괴롭힌다.
심지어 동료들끼리도 서로 올라가려고 치열하게 싸운다. 쥐고 있는 정보를 뺏기지 않으려고 숨긴다.
까놓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이런 복잡 다단한 감정이 뒤섞인 회사에서 팀장과 마찰이 있었다.
한 번은 팀 회의 중이었다. 팀장이 상무한테 업무 지시를 받고 왔다. 그런데 상무의 업무지시를 정확히
이해를 못한 탓에 중언부언 업무지시가 또렷하지 못했다. 답답했다.
상무의 업무를 퍼 나르는 우체부마냥 전달만 하면서 그것 조차도 명확하게 전달을 못하니 부하직원 입장에선
화가 났다. "그렇게 우체부 처럼 전달만 할거면 팀장은 대체 왜 있지?" 속으로 말했다.
"팀장님, 말씀하신 내용이 이해가 안간다, 그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업무 지시를 주세요"
항상 네네 하던 내가, 도무지 이해가 안가고 답답해서 또박또박 물었다.
팀장은 불쾌했나 나한테 어쩌고 저쩌고 뭐라뭐라 했다.
아무튼 그날 나는 팀장에게 대든 부하직원이었고 그 후로 자주 부딪혔다.
내가 마음에 안 든 팀장은 인사팀에 나를 발령 내달라고 말했다.
인사팀 과장급 되는 실무자가 계속 메신저로 물었다.
"00씨, 팀장하고 관계가 어떻나요?", "그 부서 업무가 잘 맞나요?"
나는 화가 났다.
이 팀에 그렇게 가기 싫다고 발령 거절했는데 보내 놓고, 이제와서 또 나를 보낸다고?
나는 오기를 부렸다.
"팀장하고 사이가 좋고 업무적으로 다툼이 있을지언정 그건 업무 중에 발생하는 단순 헤프닝이다"
"나는 이 팀이 좋고 떠날 의지가 없다"라고 못 박았다.
나는 무기력했다. 계약서 쓰고 회사에 들어왔지만,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그냥 심부름꾼이었다.
이런 주도권없는 인생이 월급 350만원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일까?
말만 대기업이지 그렇다고 월급이 좋은 것도 아니였다.
상사에게 대들면 직장생활이 꼬인다. 아니 피곤해진다.
훨씬 이전 부터 직장생활이 꼬이기 시작했지만, 계속해서 꼬여만 가는 직장생활은 결국 퇴사로 끝났다.
단순 존버정신으로 버티면 인생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