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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Jun 29. 2023

승진 누락에 겁이 났다

"직장생활 이렇게 끝나는구나"

회사원이면 가장 민감한 두 가지가 있다.


고과와 승진이다.


어쩌면 직장생활 이게 다다.


좋은 고과를 얻기 위해 경쟁하며 싸운다. 


상위 고과가 쌓이면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나는 좋은 고과가 없었다.


회사 생활이 꼬였던 그 시점부터였다.


좌충우돌 회사생활이 어딘지 안 풀리는 시점이 있었다.


입사 5년 차에 새로운 팀으로 발령 나서부터였다.


운도 따라주지 않고, 업무 실수도 발생하면서 자꾸만 꼬이기 시작했다.


살다 보면 나쁜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다.


직장 다닌 동안 내내 뭔가가 잘 풀리지 않았다.


8년 다니고 퇴사해 보니 이제야 알겠다. 그곳에 있지 말고 더 빨리 나왔어야 했다.


말 그대로 나에게 맞지 않았다. 그 사실을 퇴사하니 알게 되었다.


입사 7년 차에 승진 철이 왔다.


그 해에 승진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또 떨어졌다.


두 번의 승진 누락으로 더 이상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 탓을 하지 않는다. 


나는 경쟁에서 밀렸고, 내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결과가 나왔다.


억울하지도 않다. 매번 고과가 이렇니 저렇니 회사 탓, 상사탓 할 필요 없다.


왜냐면 내가 선택한 조직이고, 그 조직 논리에 맞게 잘 대처하고 순응하지 못했다.


분하고 억울하더라도 상대평가이다. 기준이 어떻든 내가 몸 담은 회사 기준이다.


나는 두려웠다. 이미 진 싸움에서 또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옆 팀에 승진 누락을 거듭한 입사 선배가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사에서 손을 놓은 듯했다.


계속 승진 누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후배 입장에선 안타깝게 보였다.


나는 그 다음 해에 승진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승진 희망자에 한 해 승진 심사를 진행 함). 


그리고 퇴사를 했다.


퇴사하는데 저마다 사연이 있다.


원대한 꿈을 안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부터 직장생활에 지쳐 더 이상 방법이 없어 퇴사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나는 회사를 잠깐 맛보고 나오지 않았다. mz세대가 하는 당찬 퇴사 신고식과 조금 다르다.


충분히 사회생활 경험을 했고 퇴사라는 열차를 거의 마지막에 올라탔다.


누구는 말한다. 퇴사하는 이유가 같은 팀에 있는 부장님의 미래가 곧 자신의 모습이 될까 싫다고.


그분은 그래도 부장님이다. 


나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깊은 내면에는 계속 패배하는 내가 될까 두려웠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패배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미래 모습에 숨이 막혔다.


퇴사는 곧 과거로부터 이별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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