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차 육아하는 아빠의 고백
칼퇴를 그리워했는데, 이젠 육퇴를 기다립니다.
어느덧 육아를 한 지 7개월이 지났다.
흔히들 애 낳으면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고 했다.
내 인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7개월을 돌아보니 많이 달라졌다.
아빠로서 책임감이 생기니 열심히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크다.
스스로 조급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씩 마음이 급해진다.
인생을 사는 동안 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기분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서 각종 스펙을 쌓고 최종적으로 취업한다.
각자 꿈꾸는 삶을 위해 최소 중학교를 거쳐 대학교 졸업까지 10년 이상을 꼬박 투자한다.
그리고 그 끝은 회사다. 회사 가서는 칼퇴만을 바라보았다.
나는 퇴사하고 아이를 키우며 모든 시간을 육아에 쏟고 있다.
육아에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것 외에 온갖 가사까지 포함되어 있다.
하루에 최소 세 번 이상 설거지를 한다. 최소 2번 이상 식사 준비를 한다.
그리고 빨래를 돌리고 진공청소기를 돌린다.
아이가 혼자 잘 놀면 최고지만 계속 보챈다. 그럴 땐 한 번씩 안아주고 토닥여준다.
7개월 동안 육아 패턴은 비슷하다. 갈수록 로봇처럼 루틴 하게 척척 해내고 있다.
혼자서 하기에는 버겁다.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많이 든다.
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 6시 정도 되니 슬슬 피곤이 몰려왔다.
회사 다닐 때처럼 몸이 축 처졌다.
아이를 재우고 저녁식사를 마쳤다. 시계를 보니 밤 9시다. 땀에 젖은 축축한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10시에 잠들었다.
눈을 뜨면 하루가 아닌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가 있다. 나는 이게 가장 무섭다.
엊그제 금요일 밤에 '나 혼자 산다' 방송을 본 것 같은데, 눈 떠보니 곧 금요일이다.
회사 다닐 때는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면 시간이 금방 갔다. 그럼에도 시간이 멈춰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붙잡고 싶을 만큼 1분 1초가 절실하다. 이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나는 육아와 가사를 하며 하루를 보람차게 보냈다'로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없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오히려 시간을 살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돈은 그런 존재다. 삶을 풍족하게 만든다. 단순히 물질적인 소비를 넘어선 시간을 아껴준다.
이 부분이 너무 매력적이다.
아이를 안고 왔다 갔다 하면서도 온종일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강의를 듣는다.
교양지식을 쌓는 강의면 좋겠지만 돈 버는 강의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건강한 스트레스이길 바랄 뿐이다.
육아전쟁이란 말이 과장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 정확히 맞는 말이다.
어쩌다 아내와 다툼이라도 생기면 전쟁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지만, 그러면 어느새 세월이 흘러있겠지?
그냥 눈 뜨는 이 순간에 충실하고 즐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