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 뉴저지
내가 미국에 처음 입국한 날짜는 2019년 6월 20일이다. 오자마자 나는 당장 집이 필요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예약하고 약 2주동안 지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집 구하기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많이 겪은 것 같다.
아파트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 집들을 찾아봤다. 실물을 보기 전에 어떤 집들이 있는지 인터넷을 통해 찾아봤다. 나는 보통 Heykorean, Apartment.com, Zillow를 많이 봤다. Zillow는 렌탈 집보다는 집 매매건이 많았다. Heykorean을 통해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을 찾게 되었는데, 집이 너무 맘에 들어 같이 살기로 했다. 원래 뉴저지는 서브리스(Sublease, 줄여서 Sublet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Lease(대여) 상태에서 다시 누군가에게 대여를 해주는 상태를 말한다.)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아파트 매니지먼트에 같이 사는 룸메이트로써 이름을 등록을 하면 가능하다.
*Sublease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Landlord(집주인)가 허락한다면 가능하다.
처음에 집은 너무 좋았다. 미국에서 처음살아보는 집이었고, 모든 부대시설들(수영장, 바베큐 시설, 헬스장, 사우나 등)이 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매일매일이 꿈같은 휴식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평일에는 직접 음식을 해서 발코니에서 낭만스럽게 밥도 먹고 여유를 즐겼다. 초여름이라 날씨도 너무 따뜻했고 매일 주변 큰 공원으로 산택을 나가서 여가시간을 누렸다. 주말에는 수영장, 바베큐 시설을 적극 이용했었고, 집을 참 잘 구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젠가 불안한 느낌의 A4용지 두 장이 우리 현관문 앞에 붙여져 있었다. 그것은 룸메 이름으로 된, 아파트 렌트비를 내지 않았으니 법원으로 출두하라는 명령서였다. 나는 이 쪽지가 매우 불안했지만 그에게 보여줬을때 그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산지 한달밖에 안됐을 때, 드디어 일이 터졌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4시쯤에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집 현관문이 닫혀있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해줄테니 잠깐 아파트에 같이 가자면서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아파트에 가보니 상황이 심각했다. 아파트 매니지먼트에서 일하는 직원이 있었고, 우리에게 10분을 줄테니 그때까지 짐을 다 챙기라면서 그 후에는 문을 다 닫겠다고 했다. 난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갔지만 일단 짐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정신없이 필요한 짐들만 챙겼다. 다 챙겨와서 룸메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했다. 룸메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아파트에 내야 하는 월세가 제대로 입금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3달치 랜트비를 미리 보냈는데, 은행에서 가끔씩 큰 돈을 보내는데에 의심을 한다면서 입금을 취소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걱정 하지 말라면서, 돈이 입금되면 다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난 얼떨떨한 상태로 직장에서 남은 일을 다 하고 다시 집 앞으로 와서 정말 문을 잠궜는지 확인하러 갔다. 문 열쇠구멍에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빨간색 마크가 칠해져 있었다. 열쇠를 넣고돌리려고 했는데 돌아가지 않았다. 꼼짝없이 집을 잃은 셈이다.
우리는 당장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주변 호텔을 찾았다. 게다가 룸메가 짐을 챙겨올 때 지갑을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미안하지만 며칠만 신세를 지겠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하루 이틀이면 룸메 말대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그 때 시기가 무슨 국제 박람회 등을 하는 시기였는지 외국인들이 호텔을 대부분 차지했다. 어렵게 3군데의 호텔을 헤매다가 그나마 조금 비싼 호텔로 갔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그렇게 강제로 호텔에서 자게 됐다. 한국 호텔 하면 편히 쉬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생각했었지만 미국 호텔은 새 호텔이 많이 없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시설이 낙후되어 있다. 게다가 내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호텔에서 잔다고 생각하니 그저 심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치약과 칫솔도 제대로 챙겨오지 않아 매번 직원한테 요구해야 했고, 나는 매일 직장에 갔어야 했기 때문에 짐을 둘 곳이 없어 급하게 아파트에서 가져온 캐리어를 매번 호텔 직원에게 부탁하듯이 맡겨야 했다. 나는 처음에 그 룸메이트를 믿었다. 아니 내 상황이 절박했기에 그저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고, 변하는게 없었다. 매번 룸메에게 무슨 소식이 업데이트 됐는지 물어보면, 그저 자기가 아는 변호사랑 얘기 중이라면서, 아파트는 강제로 매니지먼트에서 문을 잠굴 권한이 없다면서 한탄을 했다. 실제로 문을 잠굴 권한은 없는 것은 나도 인터넷을 통해 봤다. 하지만 당연히 돈을 내지 않았으니(돈을 내지 않은 것도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문을 잠궈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한탄한다고 대체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호텔도 옮겼다. 지내고 있는 호텔도 예약이 다 차서 옮겨야 했는데, 꽤나 비싼 호텔로 옮겼다. 돈은 우선은 내가 내야 했다. 난 매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룸메에게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지만, 그는 자신있게 다 괜찮다면서, 정상으로 돌아오면 내가 쓴 돈을 다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3주가 지났다. 3주동안 매일 매일을 찝찝한 기분으로 출근했다. 난 더이상 그를 믿을 수가 없어서, 나 혼자라도 돈을 세이빙하기 위해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그때만 해도 거의 8,000달러, 거의 천만원을 그가 나에게 줘야 했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과거의 나를 뜯어 말리고 싶을 정도로 바보같았지만, 그 때는 그가 항상 다 된다는 듯이 말을 했었기 때문에 바보같이 믿었던 것 같다. 나도 한 눈치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기를 당한 적이 한번도 없고, 그런 주제와도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는 군대에서 동료가 남의 카드를 훔쳐서 사용한 것 까지도 잡아내서 영창에 보내기 직전까지 궁지에 몰은 적도 있다. 그렇게 자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에서 기본 지식이 없던 나는 그저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상황은, 역시 똑같았다. 매번 만날 때마다 그는 변명의 변명을 이어갔고, 나는 정말 화나서 그가 나이가 많았음에도 그에게 욕을 서슴없이 하면서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라도 해서 돈을 보내달라고 재촉시켰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그도, 나도 달라지는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지내고 있는 호텔 객실에 몰래 들어갔다. 호텔 직원은 어차피 내가 돈을 냈기 때문에 여분 카드 키를 하나 더 줬다. 그리고 난 그의 노트북 목록에서 그의 아버지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2편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