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셰프
우리 가족은 최근에서야 흑백 요리사 1을 보고 흑백 요리사 2를 정주행 하고 있다. 계속 같은 프로그램만 보았더니 내가 요리 심사를 받는 것도 아닌데 자꾸 심사평을 듣는 기분이다. 그중 안성재 셰프의 섬세한 심사평이 흥미로워서 귀 기울여 듣고 있는데 그는 요리를 통해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일 년 전 뉴스룸 인터뷰에 나왔던 장면을 찾아서 보다가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요리만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ON 문장: 요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경험이 되기를 원한다.
글도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을 자극한다. 정성을 다해 만든 요리처럼 진심으로 쓴 글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성을 다해 만든,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요리 같은 글이란 무엇일까? 그는 '텍스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식감이란 뜻이다. 문득 요리에서의 '텍스처'가 글에서는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AI에게 안성재 셰프가 글의 텍스처를 평가한다면 무엇을 볼지 물어보았다.
단어 선택의 정확성, 언어의 밀도, 의미의 선명도, 입체감과 몰입도 그리고 신뢰감과 완성도가 글에서의 텍스처라고 AI가 말해주었다.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안성재 셰프라면 그중 독자에게 남기는 감각적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할 것이 분명하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도 글을 많이 쓴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방학 숙제로 썼던 독후감이 다였고 초중고 때 선생님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 글짓기 대회 경험이 전부였다.
그러고 나서 구체적으로 글이란 걸 써본 것은 20대 중반에 싸이월드라는 플랫폼이었다. 짧은 글로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 싸이월드 도토리로 수십 개의 노래를 사서 듣다가 문득 작사가가 되고 싶어서 잠깐 배운 적도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카카오스토리가 유행할 때여서 회사 다닐 때의 나의 모습을 열심히 올렸다. 그때도 역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 짧은 글쓰기였다. 그다음에는 아이를 낳고 인스타그램이란 플랫폼으로 건너왔다. 책 육아 정보가 인스타그램에 많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사진 올리고 글 쓰는 게 나랑 잘 맞았던 것 같다. 그 뒤로는 서평단 책을 블로그에도 올려야 해서 네이버 블로그에 꾸준히 몇 년 글을 올렸다. 순전히 서평단 책 기록용이었다. 내게 글을 쓴 경험이라는 것은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2년 반쯤에 지인의 초대로 들어간 그림책 모임에서 주 1회 '진짜 글'을 쓰게 되었다. 어떤 플랫폼이 아니라 한글 화면에 본격적으로 글을 써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썼던 글이 곧 책으로 나온다. 내게 책이라는 것은 죽기 전에 한 권 내볼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일 년 전쯤 브런치 작가에 우연히 응모했고 바로 된 덕분에 이곳도 요즘 애용하고 있다.
작년 말에, 이제 본격적으로 글쓰기 연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장르의 글쓰기를 배워볼 계획이지만 우선 몸풀기처럼 매일 써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면, 재능이 있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또 없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라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재능 10%, 노력 90%로 세팅해 두고 열심히 쓸 생각이다.
글을 쓸 때만 내가 구체적인 존재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렇다면 나는 쓰는 사람으로 사는 게 맞다. 올해는 초보 요리사가 아주 밑바닥에서부터 연습하듯이 그렇게 글쓰기 연습을 할 것이다. 올해는 그런 해로 보내려고 한다. 요리에도 양식, 중식, 한식이 있는 것처럼 글쓰기에도 장르가 있다. 내가 어떤 장르를 잘 쓸 수 있을지는 모르니 우선 기본기는 하나씩 배워볼 생각이다. 그중 나의 글맛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장르를 찾고 싶다. 그리고 깊이 있는 내공을 쌓고 싶다.
나의 글도 누군가의 감각과 기억을 자극하고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지금 필요한 건 욕심이 아니라 열심이다.
ON 문장: 요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경험이 되기를 원한다.
OWN 문장: 지금 필요한 건 욕심이 아니라 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