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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크렐 Jun 20. 2022

카카오가 배달도 한다고? 어쩌면 '빅픽처'일 수 있다

왜 경쟁 치열한 배달시장에 카카오모빌리티는 굳이 뛰어들까

카카오모빌리티가 또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나섰다. 이번에는 '도보배송'이다. 도보배송이 뭐냐고? 쉽게 말하면 배달이다. 이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배달대행업체까지 포함하면 생각대로, 바로고, 만나플래닛 등도 포함된다) 등이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시장에 또 하나의 경쟁자가 출격한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2년 동안 배달 시장은 크게 성장했고 배달앱들의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제 코로나19가 사실상 끝나가는 지금, 카카오모빌리티가 늦게나마 배달 시장의 잠재력에 눈을 뜨고 새롭게 배달을 하겠다고 나선 걸까? 단기적인 매출 성장의 가능성을 본 걸까?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카카오의 노림수는 더욱 먼 곳에 있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뛰어든 '도보배송' 뭐기에?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우선 카카오모빌리티의 '도보배송'가 어떤 서비스인지 살펴보자. 가게 반경 1.5km 거리 내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픽커'로 불리는 카카오 배송기사들이 처리하는 것이다. 해당 주문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인수한 '엠지플레잉'이 개발한 배달앱 '도보60'을 통해 들어온 주문들이다. 즉 카카오모빌리티는 생각대로, 바로고 등과 같은 '배달대행 플랫폼(배달앱으로 들어온 주문을 실제 배달기사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만 도보60 앱은 점진적으로 카카오T 앱과 통합될 예정이기 때문에 조만간 이용자들은 카카오T 앱에서 도보배송 주문을 할 수 있게 될 듯하다.


말이 '도보배송'이지 픽커들은 자전거, 전동킥보드는 물론 오토바이, 자동차 등 자유롭게 운송수단을 택할 수 있다. 카카오 T 픽커 앱을 통해 쉽게 '픽커'로 가입할 수 있고, 주문도 이곳에서 받는다. 이처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배민커넥트' 등과의 공통점도 엿보인다. 기존 배달대행이 보통 전문 라이더들에 의해 주문이 수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차별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도보배송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등 SPC 계열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비롯해 KFC, 올리브영, CU 등 여러 유명 프랜차이즈들과 제휴를 맺었다. 우선 이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주문을 처리하고 하반기 중 소상공인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아무리 카카오라도…시작은 미약하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어느 정도 본 사람들이라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굳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제 와서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을까? 배달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다가 엔데믹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배달량이 줄어드는 등 시장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데 말이다. 그러잖아도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앱의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가 꾸준히 나오는 판이다.


더욱이 이미 카카오 외에 GS리테일, SPC그룹 등 도보배송에 뛰어든 업체들은 많다. 전문 배달앱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제외하면 이들이 만든 도보배송앱은 이용량이 상대적으로 저조하기도 하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6월 1일 야심차게(?) 오픈했지만 첫 주만에 콜이 없다는 내용의 체험기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나 역시 이걸 쓰면서 신규 오더 대기를 해 봤지만 글을 쓰는 내내 단 한 건의 주문만 들어왔다(나름 사람 많다는 합정역 인근에서 했는데도!). 그마저도 약 5초 만에 바로 누군가가 가져가 버렸다...


글을 각잡고 쓴 약 1시간여 동안 딱 1건의 콜이 왔다. 이마저도 바로 누군가가 쓸어갔다.


제아무리 '카카오'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아직 주문이 가능한 브랜드가 한정적이다. 현재 10여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주문이 가능하지만 배달 주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치킨이나 피자 종류는 KFC가 유일하다시피하다. 동네 맛집은 아직 언감생심이다. 또 아직 이용자가 많은 카카오T로의 주문이 불가능하고 이용량이 적은 '도보60' 앱으로만 주문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반경 1.5km 이내에 위치한 가게의 콜만 들어온다는 점 역시 들어오는 콜 수가 적은 이유가 될 듯하다. 즉 배달 시장의 레드오션을 따지기 이전에 아직 해당 서비스의 한계가 너무도 뚜렷하다.



카카오가 정말 수익 때문에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나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단지 배달 시장을 염두에 두고 도보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 같지는 않다. 앞서도 말했지만 배달 시장에는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고, 그 업체마저도 요즘 너무 힘들다고 갖가지 방식으로 수수료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카카오 전체로 범위를 넓혀 보면 이미 카카오톡에서 배달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의외로 많이들 모르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배달시장에 이미 약간이나마 발을 걸쳤다고도 볼 수 있다. 많이들 모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굳이 카카오톡으로 배달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는 하지만....


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달대행 사업을 굳이 하려는 이유를 자율주행 사업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려고 한다. 배달에서 갑자기 자율주행이 왜 나와? 싶겠지만, 생각해 보면 맞닿는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배달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 자전거, 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에 이 배달 수행을 자율주행차가 한다면 어떨까? 무인 자율주행차가 목적지로 입력된 음식점에 도착해, 음식점에서 지정된 음식을 받은 뒤, 다시 목적지로 입력된 배송지로 알아서 이동한다면?


이런 상황이 당장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만일 배달에 자율주행이 접목된다면 배달 시장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도저히 자동화될 것 같지 않았던, 그야말로 노동집약적 시장 그 자체였던 배달 시장이 바뀐다면 그러한 트렌드를 이끄는 업계는 전에 없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이미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등 일부 업체들은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을 배달에 본격적으로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는 조금 다른 결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자율주행이 배달과 만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미래 먹거리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업체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반면 그 반대급부로 일자리가 위태로워지는 업종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라이더들이라든가, 혹은 기존 잘하고 있던 배달플랫폼과 배달대행 업계라든가.



자율주행·물류에 진심인 카카오모빌리티, 핵심은 'PBV'


카카오모빌리티는 꽤 진지하게 자율주행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현재 언론에 조명되는 것은 주로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고정밀 지도(HD맵)를 만들어 이를 토대로 자율주행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쪽 사업은 꽤나 본궤도에 다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실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도 몰두한다. 주요 파트너사는 기아(KIA)다. 기아와 함께 만드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에 자율주행을 접목해, 이를 다양한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배달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PBV란 무엇일까?'Purpose bulit vehicle'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차량이다. 특정 산업이나 직군, 개별 기업 등을 위해 선보이는 '맞춤형' 차량이다. 물론 현재도 일반 자동차를 비롯해 트럭, 봉고차, 버스 등이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달리 쓰이지만 PBV는 이보다 더 나아간 개념이다. 자동차를 '전장(電装)'화해, 자동차를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기술이 총집합된 기기로 보는 시각이 요즘 유행하고 있다. 즉 이러한 기술 등을 접목해 보다 각각의 니즈에 특화된 차량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LG전자의 PBV 컨셉카인 'LG 옴니팟'의 모습. 실제 운행은 불가능하고 LG전자가 제시한 자율주행 PBV의 미래를 보여주는 컨셉카로서의 의미가 크다.


PBV를 물류에 쓰려는 계획은 이미 기아가 '쿠팡카'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기아는 오는 2025년까지 쿠팡과 손잡고 물류·유통 배송 시장에 적합한 전용 PBV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쿠팡은 이를 '배송 혁신'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쿠팡 이외 롯데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결국 모빌리티 혁신이 물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카카오모빌리티 얘기로 돌아가서, 카카오모빌리티야말로 물류에 진심인 회사 중 하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6월 시작한 '카카오 T 퀵'의 경우 기존 디지털화가 느렸던 퀵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로 개시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 미들마일(중간물류) 중개업을 할 수 있는 '화물자동차 운송주선면허'를 취득했고, 최근에 화물주선 운송사업자 전용 프로그램 개발사인 '위드원스'도 인수했다고 한다. 아직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 관련 물류사업에 공식적으로 뛰어든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꽤 높은 시나리오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주력으로 밀고 있는 택시 관련 사업도 장기적으로 물류와 연결할 수 있다. 현재는 규제로 어렵지만 만일 택시로 다양한 소화물들을 운송할 수 있다면?


이처럼 물류·이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도보배송'을 통해 배달 시장에까지 발을 담갔다. 물론 아직 시작은 미약하지만 향후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렇게 배달 관련 모빌리티 데이터를 착착 축적하다 보면 향후 이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당장 도보배송의 성과가 별로 없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카카오모빌리티 하면 '택시'지만, 사실 이보다 훨씬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더욱이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기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율주행이 접목된 PBV에 관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소 먼 얘기일 수는 있겠으나 언젠가 배달 특화 PBV가 라이더의 역할을 대신한다면?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러한 큰 그림을 가지고 있다면? 자율주행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은 많지만 어떤 방식으로 커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이 다양하다. 그만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본글의 마지막은 지난 2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가 회사 기술 세미나인 'NEMO 2022'에서 했던 말로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미래에는 이동 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동 맥락과 목적에 맞게 사물과 서비스들을 이동시킨다면, 이동을 위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삶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삶에 집중하고 꼭 필요한 이동에는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 미래 모빌리티가 일상을 바꾸는 방식이다."




끝내기 전에 한 마디. 요즘 '카카오모빌리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슈는 다름아닌 매각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주주인 카카오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카카오'라는 이름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카카오가 지난 1년간 받아왔던 수많은 지탄 중 상당 지분을 차지했던 카카오모빌리티를 떼내려 한다는 소식에 온 업계가 주목했다.


확실히 논의 자체는 있었던 듯하다. 당장 오늘내일 매각을 한다, 이런 뉘앙스는 아니었지만, 매각할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이런 소문이 났다고 해서 다 매각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벌써부터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 기류가 들끓는 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정말로 매각이 이뤄져 버린다면, 과연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리는 '큰 그림'이 차질 없이 성립될 수 있는 걸까. 나뿐만 아니라 시장과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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