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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크렐 Jul 04. 2022

법으로도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한다는데

[구글 인앱결제②] 왜 웹툰·OTT 플랫폼들은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나

지난 글([구글 인앱결제①] 20% 인상된 웹툰·웹소설·OTT 요금 왜?) 에서 웹툰·OTT 등 주요 디지털 콘텐츠 업체들의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로 인해 구글 앱에서 결제되는 이용권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번 글 마지막에도 언급했듯, 정작 한국에는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다. 구글이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까지 나서서 빅테크 기업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을 통과시킨 건데, 정작 콘텐츠 업체들은 법에 실효성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왜 법이 있는데 다들 법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걸까. 



법에서는 수수료율을 규제하지 않았다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알려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지난해 9월 통과됐다. 이후 올해 3월 세부 시행령이 확정되면서 앱 마켓 업체들의 구체적인 금지행위(하지 말아야 할 행위)도 열거됐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과 별표 등에 세부 사항들이 하나하나 기재돼 있다. 문제는 그러한 금지행위 가운데 직접적인 수수료율을 규제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열거된 금지행위를 보면 말 그대로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들에 대한 규제가 주를 이룬다. 이를테면 인앱결제 이외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앱의 앱 마켓 등록·갱신·이용 등을 거부·지연하거나, 인앱결제 이외 다른 결제방식을 기술적으로 제한하거나, 인앱결제보다 다른 결제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고 불편하게 하는 등이다. 확실히 인앱결제와 다른 결제방식 간 차별을 두는 것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허점이 있었다.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방식이 곧 높은 수수료율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글은 그 약점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구글은 한국에서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방식(여기서부턴 이를 '제3자결제'라고 하겠다)을 허용했다. 결제 버튼을 누를 때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 간 동등하게 선택할 수도 있게 했다. 대신 제3자결제에 대해서도 수수료율을 매겼다. 인앱결제 수수료율이 최대 30%라면 제3자결제는 최대 26%였다. 인앱결제보다 4%p 저렴하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드수수료, 전자결제대행(PG) 수수료 등은 별개다. 이를 합치면 오히려 인앱결제 수수료율이 더욱 저렴한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구글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 버튼을 동일한 UI로 구성하도록 했다.


구글은 '제3자결제'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인앱결제 외 신용카드, 간편결제 등 여러 결제방식을 허용하되 이들 결제가 자신들의 앱 내 결제 시스템에 종속되는 형태로만 허용했다. 이를 빌미로 인앱결제를 쓰지 않더라도 앱 개발사가 자신들에게 수수료를 내도록 한 것이다. 왜 구글이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 간 4%p의 차이를 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구글이 그렇게 결정했을 따름이다.


구글이 어쨌든 제3자결제를 인앱결제와 동등한 기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니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적용해도 쉽사리 구글이 법을 어겼다고 단언할 수가 없었다. 즉 구글은 법도 지키고, 수수료도 부과하며 실리를 모조리 다 챙겨버렸다.


사실 처음 법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수수료율을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수수료율을 직접적으로 규제한다면 과연 규제 기준이 되는 수수료율은 얼마인지,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세부 사항까지 규제하는 것이 온당한지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국회 등에서도 이 부분을 들어 직접적인 수수료율까지 터치하는 부분에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 결국 결제방식에 대한 부분만 금지행위에 열거했다. 그리고 구글은 그 틈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퇴로까지 막은 구글…정말 법을 어기지 않았을까



구글은 외부 링크를 통해 앱 개발사들이 이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도 막았다. 만일 '아웃링크(외부 링크)'를 통해 앱 내에서 앱 개발사들이 웹페이지로 통하는 결제 페이지를 안내한다면,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기에 구글이 수수료를 부과할 명분도 없었다. 하지만 마치 이를 내다본 듯 구글은 아웃링크 삽입을 자사 결제정책 위반으로 판단하고 앱 마켓에서 앱을 삭제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간 앱 개발사(진작에 인앱결제가 의무화된 게임사 제외)들이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제 페이지를 앱 밖에 마련했기 때문이다. 혹은 앱 내에서 결제를 하더라도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제 구글이 이러한 방식을 제한했기 때문에 앱 개발사들은 꼼짝없이 고율의 수수료를 구글에 바칠 수밖에 없게 됐다.


앱 개발사들이 제공하는 아웃링크의 예시. 사진 왼쪽의 '이곳' 버튼을 누르면 웹 결제 페이지로 이동하고 인상 이전 가격만을 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아웃링크'까지 제한하는 방식은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별표에 열거된 금지행위 중에서는 '특정한 결제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에 비해 다른 결제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라는 항목이 있다. 만일 아웃링크를 금지하는 것이 웹페이지에서의 결제방식에 '접근'하는 행위를 불편하게 했다고 해석된다면 구글이 법을 어겼다고 간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부분을 중심으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애플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업계는 일단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사실 방통위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도 이미 1달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 특별히 업데이트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앱 개발사에게 구글·애플은 '슈퍼갑'



이처럼 구글이 법을 우회하는 '꼼수'를 썼다는 의혹이 짙고, 결국 주요 콘텐츠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이런 구글의 행위에 대해 앱 개발사들 차원에서의 집단행동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할말하않'이 아니라 '할말하못'에 가깝다.


이 건에 대해 이것저것 살펴보고 여러 업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는 구글·애플 등 앱 마켓이 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갑 오브 더 갑', 즉 '슈퍼갑'이라는 얘기였다. 아무리 앱을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유통 경로가 안드로이드폰은 구글 플레이, 아이폰은 애플 앱스토어로 일원화되다시피한 상황에서 만일 구글과 애플의 눈 밖에 나면 앱 유통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관련 사안을 연구하는 여러 ICT 관련 교수들이 실제 피해 사례 등을 청취하게 위해 다양한 업체들과 면담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면담하는 업체마다 실질적인 앱 마켓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털어놓기를 매우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연구진이 철저한 익명을 약속했지만 앱 개발사들은 아무리 이름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구글과 애플은 피해 사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대략적으로나마 업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나...앱 개발사들에게 구글과 애플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다 보니 아무리 앱 마켓이 수수료율을 올리고 갑자기 별다른 이유 없이 앱을 삭제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앱 개발사들이 피해를 외부에 신고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유일하게 공식 신고 절차를 밟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경우 전자책 업계가 이번 사태로 인해 입은 피해가 워낙 클 것으로 우려돼 사활을 걸고 신고를 단행했다고 내부 관계자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이처럼 협·단체 중심으로 신고를 받더라도 결국 개별 업체들이 협조를 해야 하는데, 구글의 지위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뒤에서는 불만을 터뜨리지만 공개적인 행동을 하지는 못한다고...



끝나지 않은 신경전…열쇠는 방송통신위원회 손에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에는 애플 역시 구글과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에서 제3자결제 방식을 허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폐쇄적인 생태계의 애플이 자신들의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방식을 허용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그러나 애플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제3자결제 시 수수료 26%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제3자결제 방식 이용 시 이용자들에게 인앱결제 방식을 쓰지 않을 경우의 위험성(애플이 주장하는)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띄운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애플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법망을 피해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소식. 구글은 아직까지 실제로 자신들의 인앱결제 정책을 어겼다는 이유로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이 일부 서비스에 아웃링크를 여전히 적용하고 있고, 중소 웹툰 플랫폼 중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의 외부결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무래도 이 건이 미디어 등을 통해 크게 부각되다 보니 정작 구글이 당초 엄포대로 앱 개발사에게 '철퇴'를 가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만일 이 건으로 인해 구글이 실제로 카카오톡을 앱 마켓에서 없앤다고 해 보자. 파급효과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를 믿고 일부러 카카오톡 내에서 아웃링크를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지만...


그렇다면 방통위가 진행 중인 실태조사가 더욱 중요해진다. 과연 방통위는 실제 피해사례 없이 구글이 발표한 인앱결제 관련 정책만으로 구글이 법을 어겼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구글은 과연 실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으로 인해 과징금을 부과받게 될까. 그렇다면 당초 법 의도대로 글로벌 빅테크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까.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어쨌거나 방통위라고 본다.


추가: 지난 6월 30일부터 구글 플레이에서 카카오톡의 최신 버전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 이는 카카오가 일부 서비스에 적용한 아웃링크를 구글이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7월 8일 기준으로 카카오톡 최신 버전은 현재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카카오는 이와 별도로 다음 모바일에서 '카카오톡'을 검색할 시 카카오톡 APK 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했다. 다만 카카오는 내부적으로 카카오톡 내 아웃링크를 포기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에서 얘기했듯 구글은 '갑 오브 더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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