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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크렐 Jun 02. 2022

웹툰 요금 안 올리면 앱이 삭제된다?

[구글 인앱결제①] 20% 인상된 웹툰·웹소설·OTT 요금, 왜?

6월 1일을 기점으로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리디북스 등의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일제히 이용권 가격을 20% 올렸다. 네이버웹툰은 쿠키 1개당 가격이 100원에서 120원으로 올랐고, 카카오페이지도 '캐시' 가격을 100원에서 120원으로 인상했다.

이용권 가격이 오른 것은 웹툰·웹소설뿐만이 아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도 가격을 15% 인상했다. 물론 아직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곳들도 있지만 이들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티빙·웨이브 등 OTT와 플로·지니뮤직·멜론·NHN벅스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에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왓챠는 이미 인앱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 이번 가격 인상에선 제외됐다. 쿠팡플레이는 어차피 쿠팡와우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같은 개념이라 좀 예외적인 케이스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 모두 구글용 앱 결제시 이용권 가격을 20% 올렸다.



구글의 정책 변경 여파다. 구글이 자신들의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를 이용하는 디지털 콘텐츠(웹툰·웹소설·전자책·OTT·음악 등) 앱에 대해 '인앱결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문제는 구글 인앱결제에는 결제수수료가 붙는다는 점이다. 조건별로 다르긴 하지만 최대 수수료는 30%다. 즉 구글 인앱결제로 결제된 액수의 최대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구글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웹툰·웹소설·OTT의 경우 이보다는 낮은 15~20%로 파악된다.


그간 디지털 콘텐츠 앱들은 결제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기에 굳이 인앱결제를 할 필요가 없었다. 신용카드·간편결제·무통장입금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앱 개발사들은 3~5% 수준의 결제대행수수료만 내면 이들 결제를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졸지에 인앱결제 수수료를 내게 됐고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인앱결제 안 하면 앱 삭제한다"…구글의 '엄포'


"진짜 큰일났습니다." 평소 연락하고 지내던 웹소설업계 관계자 한 분이 지난 3월 17일 구글에 올라온 공지사항에 대해 한 말이다. 구글이 끝내 인앱결제 정책을 4월 1일부터 강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구글은 2020년부터 줄곧 디지털 콘텐츠 앱에 대한 인앱결제를 추진해 오고 있다가 앱 개발사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계속 시점을 미뤄왔다. 구글이 그동안 인앱결제를 의무화했던 앱은 게임 정도밖에 없었는데, 이를 웹툰·웹소설·OTT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이들 업체들이 구글에 내야 할 수수료가 추가됐다는 의미였기에 업계 관계자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올 것이 왔구나"하는 것이었다.


핵심은 4월 1일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신규 앱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고, 6월 1일까지 상황이 이어지면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삭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즉 구글 플레이용 앱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구글이 구축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퇴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앱 개발사들에게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인 셈이다. 업데이트 미지원까지는 어찌어찌 시간을 끌었지만 '앱 삭제' 얘기까지 나오니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아이폰만 비쌌는데 이제 구글도 비싸졌다


이번 사안에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이번에 진행되는 가격 인상은 구글용 앱을 통한 결제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iOS용 앱을 쓰는 아이폰 이용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원래 앱 마켓 때문에 비쌌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원래부터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었다. iOS 특유의 폐쇄성은 결제 방식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됐고 애플이 제공하는 인앱결제 이외의 결제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애플은 결제 과정에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그 대가로 애플은 최대 30%에 달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했다.


그 동안 앱 개발사들은 2번, 3번의 방식을 써 왔지만 구글로 인해 1번의 방식만을 쓸 수 있게 됐다. [출처=이데일리]



이 때문에 이미 아이폰 이용자들은 인앱결제 수수료가 반영된 웹툰·OTT 이용권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이를테면 티빙의 경우 구글에서는 베이직은 월 7900원, 스탠다드는 월 1만900원, 프리미엄은 월 1만3900원이었는데 애플에서는 베이직이 월 1만2000원, 스탠다드는 월 1만6000원, 프리미엄은 월 2만원에 달했다. 웹툰·웹소설 이용권 가격도 구글보다 애플이 20% 더 비쌌다.


구글까지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결과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심지어 티빙이나 웨이브 같은 OTT 플랫폼의 경우 구글 앱 결제 가격을 올리면서 애플 앱 결제 가격을 인하하는 '해프닝'도 나왔다. 명목상 둘다 인앱결제 수수료를 가격에 반영하는 개념인데 가격 차이가 난다면 그러한 명분이 흔들리기 때문일 테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들 플랫폼에서는 이제 기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아무래도 아이폰 이용자보다는 안드로이드폰의 이용자들이 훨씬 많고, 그런 만큼 이번 구글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 범위가 더욱 넓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더욱 논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구글 플레이의 앱 마켓 점유율이 60%가 넘어갈 정도이니...



'호갱' 되지 않고 웹툰·OTT 보려면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러한 가격 인상을 우회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결제를 할 때 PC용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모바일 웹페이지(앱 말고)를 이용하면 된다. 이들은 앱 밖에서 이뤄지는 결제이기 때문에 굳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낼 필요 없이 기존에 하던 그대로 결제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가격 인상에서는 제외됐다.


휴대폰 웹페이지에서 카카오웹툰 결제창을 띄우면 1200원이 아닌 1000원이 뜬다. 인앱결제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경우 요즘 자동결제 방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OTT나 음원 플랫폼 같은 구독 서비스는 매달 정기적으로 자동결제가 되는 방식이지만, 웹툰·웹소설은 그때그때 쿠키가 떨어질 때마다 충전을 해야 하는 방식이기에 결제를 해야 하는 빈도가 잦다. 웹툰·웹소설을 주로 스마트폰으로 본다는 것을 감안하면 PC로 일일이 결제하는 것은 번거롭다. 그렇기에 카드를 등록해 놓고 이용권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충전하는 방식을 적극 알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알 만한 아이폰 이용자들은 다 알고 있는 방식이다. 이제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에게도 이러한 방식이 널리 공유돼야 할 때가 온 셈이다. 그래야 '호갱'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원래 앱 개발사들은 외부 링크를 통해 웹사이트로 연결, 이곳에서 결제를 함으로써 인앱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을 택하려고 했다. 그러나 구글이 정책을 통해 앱 내에 외부링크 삽입이나 타 결제수단에 대해 소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면서 이 방법은 사실상 막혔다. 이 부분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위법사항이 있다고 보고 살피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기술할 예정이다.


2편에서는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이 지난해 통과됐다는데 어떻게 구글이 이런 식으로 나갈 수 있었는지, 구글의 움직임에 대해 왜 앱 개발사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서 왜 우려가 심한지 등에 대해 다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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