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이제 보여줘야 한다
올해 여름 콘텐츠 에디터로 전직하면서 회사를 옮기게 됐다. 새 회사는 그룹 전체적으로 AI 활용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전사적으로 AI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하거나, AI 도입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 사례를 공모해 상금을 걸고 시상하는 등 일상 업무 전반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실제로도 올해 그룹 내 버티컬 AI 모델을 만들고, 내부 업무에 최적화된 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는 부서도 신설됐다. 이곳이 IT 회사이긴 하지만 주요 사업분야는 AI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AI 얘기를 주야장천 하는 것을 보면서 AI가 업종 상관없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전체적인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기술이 됐다는 걸 실감했다. (나 역시 AI와 콘텐츠를 접목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AI 활용 강화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렇듯 AI의 전면적인 도입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매우 높지만, 정말로 AI가 돈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오픈AI·구글·오라클 등 AI 비즈니스를 직접적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인프라 구축, 서비스 운영 등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훌쩍 뛰어넘을 만한 실적을 AI로 창출해야만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처럼 AI의 전면적 도입을 통해 수익을 높이려는 기업(꼭 AI 기업이 아니더라도)의 입장에서도 이를 위해 필요한 각종 비용(토큰, 클라우드 비용 등등)을 AI가 어떻게 상쇄하고 그보다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이를 통해 전반적인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일 테니까. 하지만 아직 이를 자신있게 실현했다고 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분명히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AI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그렇다면 확실한 가치 창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결국 AI를 기반으로 한 '킬러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한창 AI를 취재하던 2024년 중반 한 IT 관련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연구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2025년 이후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생성 AI를 활용한 유의미한 서비스가 속속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AI 가치 창출의 키포인트는 '시장을 뒤흔들 만큼 사람들이 많이 쓰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서비스'가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에 있다고 부연했다. 이것이 바로 '킬러 서비스'다. 이미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유료 멤버십을 도입한 대화형 AI 서비스는 많지만, 이러한 AI 기술이 보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사람들의 일상 속에 완전히 녹아들도록 하는 서비스 형태로 구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난 현재,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가 새롭게 나왔지만 아직 '킬러 서비스'라고 할 만한 게 나오지는 않은 것 같다. AI는 지금껏 빠르게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우리가 감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될 것이다. 그렇게 빠르게 발전한 AI를 통한 자동화 등으로 기업들이 전반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약적인 속도로 계속해서 AI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AI가 당초의 기대대로 업무와 일상 전반을 혁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강력한 사례가 나와야 한다. 아직 그런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꼽기는 솔직히 좀 애매하다.
나는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AI 거품론'이 찾아들어 각종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본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사용량이 폭증할 것을 일제히 예상하고 너나할 것 없이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한 상태인데, 만일 AI가 지속적이면서도 막대한 가치 창출을 하는 데 실패한다면 자칫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이 있다. 더욱이 AI는 굴리면 굴릴수록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 엄청난 전기세, 토큰 입·출력 비용, 클라우드 운용료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물론 처음에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부터 실제로 AI를 통해 큰 돈을 버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테다. AI를 통해 실적을 많이 내거나 큰 폭으로 비용을 줄이고, 유의미한 실적을 올린 AI 서비스를 내놓는 등 확실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한 기업에 대한 시선이 더욱 쏠릴 것이다. 당연히 이들에게 시장이 매기는 가치는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고.
지난해부터 '에이전트 AI'에 대한 주목도가 부쩍 높아진 것은 이 같은 시장의 시선이 반영된 부분일 테다. AI가 단순히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파악해 기존에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복잡한 업무들을 직접 수행해 준다면(즉 직접 여러 가지 직면한 문제를 해결까지 해 준다면) AI에 대한 효능감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가령 AI가 단순히 숙박·식당 등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예약과 결제까지 해 준다면 더 편리해지지 않을까? 하는. 물론 에이전트 AI를 이것만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일상과 행위를 더욱 편리하게 만들 것인지는 어떻게 이를 구현하기 나름일 것이다. 이게 잘 되면 자연스럽게 킬러 서비스가 되겠지.
앞서도 수차례 강조했지만 AI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는 결국 AI를 통해 업무, 일상 등 모든 면에서 사람들의 삶을 강력하게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AI에 대한 논의가 기술과 성능 자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새해에는 AI가 실제 사람들의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그럼으로써 얼마나 새롭고 큰 가치를 창출하느냐가 주된 담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여기서도 오픈AI, 구글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한국 기업들도 틈새 시장을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입지를 차지할 기회는 있다고 본다. 과연 2026년에는 어떤 AI가 우리를 매료시킬까?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