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필라테스·요가 센터는 인터넷신문사 등록을 했을까
국내 '언론사' 등록 숫자는 이날 기준 2만4856건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만3421건이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돼 있다. 한국에 이렇게 언론사가 많다는 것을 아마 대부분은 모를 테다. 전에 기자를 했었던 나조차도 세상에, 이렇게 언론사가 많았다고? 할 정도인데 오죽할까. 사람들에게 비교적 널리 알려진 언론사들을 다 모아 봐도 전체 언론사 숫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관리 시스템에서 언론사로 등록된 곳들의 이름을 보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절로 올라온다. '**필라테스 매거진', '위클리 **요가' 등의 이름이 붙은 언론사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국에 필라테스, 요가 전문 언론사가 이렇게 많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언론사명으로 검색을 해 봐도 제대로 된 뉴스 홈페이지가 나오지 않았다.
여러 케이스들을 살펴보니 셋 중 하나였다. 해당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필라테스 업체의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이 되거나, 홈페이지 접속이 되지 않거나, 아예 홈페이지가 없거나. 아주 드물게 '**필라테스 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몇 개의 블로그성 글이 게재된 뉴스 비슷한 홈페이지로 연결되기도 했는데 그 정도면 언론사 구색을 정말 잘 갖춘 축에 속했다. 그러니까 어떤 이유에선지 언론사로 등록만 해 두고 실제 뉴스 콘텐츠 생산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도대체 왜 이러나 찾아 봤다. 알고 보니 이는 일종의 '꼼수' 탈세 방식이었다. 필라테스·요가 업체들이 수강료를 받을 때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었다. 필라테스·요가 업체들은 보통 업체명 뒤에 '매거진', '뉴스', '위클리', '데일리' 등을 붙여 언론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그 산하에 부설 평생교육원을 만드는데, 이 때 자신들이 실제 운영하는 사업장을 평생교육원의 교육장으로 등록한다.
바로 이 평생교육원이 핵심이다. 부가가치세법에는 평생교육원을 통해 부가가치세 전액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평생교육법에 따라 인가·신고된 평생교육시설에서 제공하는 교육 용역에 대해 면세를 받는 것인데, 이를 통해 수강료 등에 대해 걷게 되는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활용한다.
물론 꼭 언론사를 만들어야 평생교육원을 설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생교육법에 따르면 원격교육, 시민사회단체 부설, 사업장 부설, 언론기관 부설 등의 방식으로 평생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쉬운 방식이 다름아닌 '언론기관 부설'이다. 원격교육은 말 그대로 비대면 방식이어야 하기에 애초에 불가능하다. 사업장 부설은 직원 100명 이상의 사업장, 시민사회단체 부설은 회원 300명 이상의 시민단체로 제한되는데 필라테스·요가 업체들이 이를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비하면 언론기관 부설 평생교육원은 조건을 맞추기 매우 쉽다. 신문법에 따른 인터넷신문 발행자로 등록하고 전문인력 5인 이상을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설치자' 자격을 크게 나눠보면 일간신문·주간신문 사업자, 월간잡지발행자, 뉴스통신사업자(연합뉴스·뉴시스 등 뉴스통신사를 일컫는다), 방송사업자 등이 있는데 아무래도 인터넷신문이 가장 요건을 맞추기 용이하다.
인터넷신문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렵게 보일 수 있는데, 현재 언론사 등록은 인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이기 때문에 개인이 언론사를 만드는 것 자체는 기본적인 서류 등만 갖춘다면 매우 쉽다(사실 이게 지금 언론사가 엄청나게 많은 근본적인 이유다). 5명 이상 확보도 어렵지 않다. 그냥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을 등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직원이 꼭 '기자'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국가가 이 사람이 기자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도 없다. 그저 형식적인 뉴스 형태의 사이트를 만들고, 기사든 뭐든 아무 글이나 몇 개 올리면 구색을 갖출 수 있다. 요즘 같은 생성 AI 시대에는 그럴듯한 글을 만들기도 어렵지 않으니 문턱이 더욱 낮아졌다.
이렇게 법적인 허점이 있다 보니 이를 본격적으로 파고들려고 하는 컨설팅 업체들도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 봐도 필라테스·요가 업체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평생교육원 등록을 도와주겠다, 그럴싸하게 평생교육사 등록 등 평생교육원의 외형을 갖추게 해주겠다고 자처하는 컨설팅 업체를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인터넷신문사로 쓸 홈페이지와 기사까지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하는 업체, 국세청의 감독을 대비해 자체 기사 발행과 실제 평생교육사 근무 사실을 증명하도록 하는 '솔루션'을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보였다. 이 정도들이 아예 자기들이 나서서 법을 우회하는 행위를 도와주겠다는 건데, 분명히 이러한 컨설팅 업체 쪽에서 필라테스 업체 등에 먼저 접근하는 사례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국세청도 이러한 사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가짜 언론사'를 만든 필라테스 센터에 대해 그간 면세받은 부가가치세에 가산세까지 더해 추징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에만 새롭게 언론사로 등록한 필라테스 업체가 21곳이나 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이쪽 업계에서 언론사 등록이 '꼼수 탈세' 방식으로 널리 쓰이는 모양이다. 언론사로 등록한 전체 2만4856곳 중 '필라테스'라는 이름이 들어간 곳은 382건, '요가'는 55건에 달했다. 물론 정말로 필라테스와 요가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탈세를 위한 가짜 매체라고 보면 된다. 또 필라테스와 요가 외에도 청소업체, 일부 학원, 뷰티·미용 쪽 쇼핑몰 등에서도 이런 식으로 언론기관 부설 평생교육원을 설립해 부가가치세 면제를 받는 사례가 있다.
분명히 이는 세법과 평생교육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특히나 세금을 안 내려고 언론사를 사실상 '사칭'해 영업하는 행태가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개별 필라테스·요가 학원에서 언론사를 제대로 운영하는지 명료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도 맞다. 국세청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감독을 하려고 해도 개별 사례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살펴보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하지만 과세 누락을 피해 세금을 제대로 걷기 위해서라도, 또 자칫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간접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탈세 행위들을 면밀하게 추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